아라님 헤기가 임무를 열심히 돌아서 생각난 썰
헤기. 16살. 낮에는 가게를 전전하며 일을 하고 밤에는 일을 주는 중계상인들에게 임무를 받아서 돈을 번다. 부모님은 없고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형이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그 형이라는 사람이 도박에 미친놈이라 그만 헤기 앞으로
“오늘 임무는 뭐야?”
빚을 2억이나 떠안기고 죽었다.
“이번일은 꽤 짭잘 한거야.”
“뭔데?”
“뭐 의뢰인이 직접 보고 사람을 뽑는다고 해서, 미리 말해줄 순 없고. 궁금하면 4번가 뒷골목 주점으로 가봐.”
평소에도 잔금을 많이 떼먹는 편이지만 일하나는 잘 주는 터라 즐겨 찾던 중계 놈이 오늘은 큰 건이 잡혔다며 헤기를 꼬드겼다. 형이 소싯적 알려줬던 단검 술로 그럭저럭 자기 몸 하나 지킬만한 능력이 있던 헤기는 임무라고 불리는 일을 해왔다. 임무라고해도 별 시덥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집 나간 고양이 찾기, 밭 파헤치는 멧돼지 잡기. 같은 간단한 것이다. 그런 것들은 해봐야 몇 푼 벌지도 못하지만 오늘처럼 뒷골목에서 의뢰하는 임무는 벌이가 좋다. 물론 그런 임무들은 위험하고 불법적인 것들이 끼어있어서 헤기는 그런 임무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라면 거절했을 그 임무가 그냥 누구대신 서있으면 된다고 절대로 위험한거 아니라고 하는 통에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살던 집주인이 밀린 월세와 저번에 고리대금업자들이 난리치고 가 부셔진 벽수리비를 내놓으라 재촉하는 바람에 헤기는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임무인지 확인만 하고 위험할 것 같으면 발 빼자는 생각이었다.
주점은 생각보다 고급 졌고 사람들이 많았다. 헤기는 카운터로 가서 중계가 준 코인을 건네며 허크를 만나러 왔다고 전했다. 바텐더는 코인을 받더니 헤기를 위아래로 살피고 곧 안으로 들어갔다가 몇 분 후 들어오라는 말을 전했다. 길게 이어진 통로를 한참 걸어갔을까 드디어 헤기는 허크 라는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네가 헤기?”
그곳에는 거대한 재규어를 닮은 남자가 여자들을 끼고 포커를 치고 있었다. 천막이 쳐진 홀은 담배연기로 자욱하게 변해 있어 헤기가 눈을 찡그렸다.
중계상인이 언제 헤기이름을 알려 준건지 남자는 헤기를 보자마자 이름을 부르며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런 모습이 부담스러워 얼굴을 돌리며 헤기가 물었다.
“무슨 임무인지 듣고 싶어서 왔어요.”
“아아, 별거 아냐. 내가 바빠서 사흘 후에 나 대신 아는 사람한테 선물 좀 건네주면 돼.”
“그게 다..... 에요?”
“그래.”
거짓말. 헤기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지인에게 선물을 준다면서 중계상인을 통해 의뢰를 한다? 미심쩍다는 듯 헤기가 쳐다보자 허크가 예의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
“정말이야, 꼬맹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 위험한 일이었다면 너 같은 풋내기 시키지도 않아.”
그건 맞는 말이었다. 헤기는 이쪽사람은 아니 였으니까. 헤기가 머뭇거리자 허크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생각해 보겠다며 헤기는 집으로 돌아갔다.
“뭐 네가 싫다면 강욘 안 해. 난 네가 맘에 들었지만.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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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묵비권이 있으며, 법정에서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손목이 뒤로 꺾여져 수갑이 채워지는 소리가 났다. 헤기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았지만 경찰차 본네트 위에 쳐박혀지는 머리가 울려 그마저도 포기했다.
‘마약밀매’
헤기가 붙잡힌 죄목이다. 그에 더해 헤기는 가방을 건네줄 때 자신을 허크 라고 소개했다. 허크는 뒷골목에서 유명한 조직의 보스로 경찰들이 예의 주시하며 노리는 거물급 인사였다. 용의주도하고 얼굴을 잘 비치지 않으며 이름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인. 그런 허크 라고 자신을 소개한 헤기에게 허크가 저지른 수많은 악질 죄목들이 뒤집어 씌워지기 시작했다.
‘살인’ ‘무기밀수’ .......
경찰들은 헤기가 허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허크를 잡았다고 언론에 밝혔다. 진짜 허크가 나타나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하지만 수일이 지나도 잠잠했고 감옥에 갇힌 헤기는 경찰들과 검사들에게 치여 조그마한 몸을 떨며 울었다. 아니야. 내가 한게 아니야. 난 잘못한게 없어. 왜 내말은 안 믿어줘요?
며칠 후 예정대로 허크, 아니 헤기의 재판이 진행 되었다.
“피고인은 모월모일모시 항구에서 마약을 거래한 사실을 인정합니까?”
“.......저는 몰...라요...”
“그럼 이 하얀 가루는 마약이 아니라 설탕이라는 소리십니까? 이미 성분 분석이 끝난 상태의 가루를 증거물로 제시합니다.”
검사는 신이 나서 헤기에게 죄목을 읊었다. 대부분 헤기가 듣도보도 못한 허크가 저지른 범죄라 가만히 있었지만 항구에서 있었던 일 만큼은 헤기도 억울했다. 하지만 돈이 없어 입이 돌아갈 금액의 비싼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었던 헤기는 텅 빈 변호사 석을 쳐다보고 고개를 숙였다.
일방적인 심문이 끝나고 판사가 손을 들었다.
“피고인은 오래전부터 악질의 범죄를 일삼으며 폭력집단의 우두머리로써 행동을 해왔고 그 죄목이 심히 많아........”
검사와 판사, 그리고 헤기. 몇 명의 경찰만이 존재하는 재판소의 공기가 조용했다.
“사형에 처한다.”
탕. 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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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닥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두 손이 앞으로 포박된 헤기가 옆으로 누워 있다가 천장을 바라보며 몸을 돌렸다. 지금 자신의 꼴이 너무 우습고 한심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애초에 그런 놈들이 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헤기는 한번 버리고 말 장기였고 버리는 패였다. 그걸 알면서도 ........
헤기는 이빨을 갈며 분노했다. 이런대서 그놈대신 죽어줄 수 없었다. 찾아가서 멱살이라도 잡아야했다. 헤기는 세면대로 다가가 개수대를 살폈다. 노즐 밸브를 갈아서 얇게 검으로 만들면 눈치 채지 못하게 품에 숨겨둘 만한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일 밤 옆 수용소 사형장으로 헤기가 운송되는 그 시점이 탈출의 마지막 기회다. 헤기는 탈옥....아니, 자신의 필사의 외침을 들어 주지 않는 지옥 따위 박차고 나가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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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크는 며칠 새 주위에 알짱거리는 강아지새끼한마리가 있다는 걸 느꼈다. 밑에 놈들이 알아서 처리해 강가에 버려두었다 길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그 강아지 새끼가 건물을 나오는 자신의 멱살을 다짜고짜 붙잡자 흥미가 생겼다.
“당신 때문에!!! 내가!!”
허크의 절반 정도 오는 작은 크기의 헤기가 달려드는 조직원들을 단검으로 쳐내며 끝까지 허크의 멱살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푸른 불빛에 작은 단검이라니 수년전 도박장에서 행패 부리던 남자가 쓰던 것과 유사해 보였다. 그때에도 특이해 유심히 봤던 터라 허크는 관심을 가졌다.
쓸 만 할 것 같다. 허크가 헤기에게 느끼는 두 번째 감정이었다. 허크는 단검을 휘두르는 헤기의 손짓을 피하며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허크의 손 하나에 헤기의 얼굴이 다 감싸 쥘만큼 거대한 주먹이 헤기의 복부를 때렸고 헤기는 그 자리에서 외마디 신음과 함께 기절했다.
“독방에 넣어놔.”
허크가 옆에 있던 조직원에게 명령했다.
이틀 째, 아니 길거리에서 경찰들을 따돌리며 뒷골목에 숨어 있던 시간까지 합하면 사 일째. 가끔 죽지 말라고 물과 음식을 주고 가긴 하는데 그것도 헤기가 난리를 치는 통에 거의 땅에 쏟아 부어 버리는게 대부분. 그렇게 몇 번의 실랑이가 지나가고 마침내 허크가 독방에 찾아왔다.
“눈 떠.”
허크의 낮은 울림이 방안을 울렸다. 헤기는 기운이 없어 눈으로만 허크를 노려보았다.
“내가 잘못 한 거라고 생각하나?”
헤기가 눈을 감았다 떴다. 맞다고 대꾸하듯.
“난 내 대역이 필요했고. 넌 돈이 필요했고, 우리 둘 사이에는 이해관계가 충족된 상황이었지. 근데 넌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돈이 없는게 잘못일까? 가난한게 죄일까? 아니야. 그건 죄가 아니지. 그 자체로는 말이야. 근데 넌 선택을 했고 내가 제시한 대가를 돈으로 산거지. 근데 그게 잘못 된거라면. 내가 잘못했을까, 네가 잘못했을까?”
머리가 아프다. 솔직히 배도 너무 고프고 손에 힘이 안 쥐어 진다. 이렇게 단둘이 있을 때 얼른 저놈의 목을 따버려야 하는데. 하고 헤기가 생각했다.
“그럼 돈을 가지게 된 넌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자신이 있나?
헤기는 허크의 말을 끝으로 눈을 스르륵 감았다.
헤기는 폭신한 침대에 한 쪽 팔에 링겔을 꽂고 있는 채로 눈을 떴다. 곧 문이 열리고 고소한 스프냄새를 풍기며 허크가 다가왔다. 그는 헤기의 얼굴 앞에 그릇을 내밀며 처먹으라고 했다. 헤기는 싫다고 저항했으나 뱃속에서 울려오는 꼬르륵 거리는 소리에 그릇을 받아 쥐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스푼을 힘껏 잡고 퍽퍽 퍼먹었다. 스푼이 스프를 한 숟가락 뜰 때마다 그릇 안으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난 당신 죽일꺼에요.”
“그래. 해봐.”
“난 잘못한거 없어요....”
“그건 내 밑에서 천천히 생각해봐.”
내가 왜 당신 밑으로 들어 가냐고 헤기는 생각했고. 스프가 너무 맛있어 눈물이 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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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뒤 헤기는 허크의 옆에서 같이 일하는 사이가 되었다. 허크의 조직에 들어가게 된 초반에는 틈만 나면 허크의 등을 노렸지만 그때마다 헤기의 손목을 꺾으며 허크는 여유를 부렸다. 바득바득 갈며 검술을 연마하고 주위에 물들어 험한 일을 시작하고. 헤기는 그렇게 스스로 바뀌어갔다. 이제는 허크를 죽이겠다는 다짐은 변색되고 약속인지 질문인지 모를 의문만 남아있었지만 그마저도 바쁜 일상에 잊어버리고 있었다.
조직에 있으면서 헤기는 월급도 받고 일하며 착실하게 빚을 갚아나갔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금액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3년 새 빚을 절반이나 갚았지만 아직도 1억. 차용증을 쌓아두고 한숨을 쉬는 헤기를 보며 허크가 언제나 질 나쁜 장난을 쳤다.
“그 예쁜 얼굴 뒀다 뭐에 써? 내가 한번 여자를 안으면서 얼마 쓰는 줄 알면 너도 생각이 달라질텐데?”
“서류나 치우시죠,”
“천 만원이야. 그럼 열 번만하면...뭐 니가 내 정부가 되면 엉덩이봐서 빚 갚아 줄 수도 있고.....윽 ”
헤기가 허크의 어깨를 환영 검으로 살짝 스쳤다. 삼년 간 허크 밑에서 헤기는 배울 것 못 배울 것 가리지 않고 배웠다. 헤기가 조금 여리고 얼굴이 반반하다는 이유로 쏟아지는 질 나쁜 성희롱을 견뎌내며 헤기는 누구보다 지랄 맞게 자랐다.
헤기는 별 일없으면 왜 불렀다고 화를 냈다. 허크는 그제서야 정장 한 벌을 헤기에게 던져주며 오늘밤열릴 파티에 같이 가야한다고 했다.
중앙의 퇴역군인 출신 귀족의 손녀딸 생일파티였다. 헤기는 차를 타고 가면서 허크에게 대충 설명을 들었다. 그냥 얌전히 있어. 어짜피 필요한 걸 얻기만 하면 끝이니까.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는 화려하고 불편했다. 이런 곳은 처음인 헤기가 긴장한 티를 내지 않도록 옷깃을 다듬었다. 허크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모 귀족집안의 도련님처럼 꾸몄다. 비서라고 소개된 헤기는 어느새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오늘의 주인공인 손녀와 군인에게 다가간 허크를 지켜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사람들에게 치어 밀려났다. 헤기가 한창 구석에서 와인을 들이키다 어느새 손녀와 화기애애하고 웃으며 대화를 하는 허크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신사적이고 부드럽고 예의바른 허크라니. 피식 하고 웃음이 났다. 헤기에겐 언제나 엉덩이를 주무르며 야한 농담을 하는 허크가, 뒷골목 놈들에게 욕을 하며 발길질을 일삼는 허크가, 칼을 들고 피에 젖어있는 허크가 익숙하고. 또 그게 그의 본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다.
괜히 이곳에서 허크의 본래 모습을 알고 있는게 자신뿐이라는 우쭐해지는 마음에 헤기가 술을 더 입으로 가져다 댔다.
귀족아가씨, 허크가 저렇게 가식적으로 웃어줘도 속지마세요. 완전 개새끼니까요.
헤기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귀족 아가씨는 허크에게 푹 빠진 것처럼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퇴역군인인 그녀의 할아버지조차 듬직하고 잘생긴 허크를 마음에 들어 했다. 헤기는 괜한 마음에 짜증이 났다. 허크가 데이트를 할 때 운전기사로 헤기를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저 새끼는 왜 날 데리고 간담. 배알 꼴리게 시리. 젤라또를 각자 손에 쥐고 활짝 웃는 허크와 아가씨의 모습에 헤기는 자기 손에 들린 젤라또가 처량해보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의 할아버지는 허크를 자신의 개인소유 무기 공장에 불러들였다. 허크를 사위 삼고 싶다는 말에 허크는 ‘당연한 말씀이지 않습니까 장인어르신.’이라고 가식을 떨었다.
그리고 그 날 밤. 무기 공장이 허크의 조직에 의해 털렸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새벽, 허크의 조직과 예전부터 마찰이 심했던 조직에게 허크는 공격을 가했다. 헤기는 ‘내 등이나 잘 지켜.’ 라고 말하는 허크의 말을 듣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잔챙이들을 처리했다. 숫자는 거의 비등비등했으나 허크가 들고 온 많은 양의 무기에 상대는 괴멸했다. 보스를 처리하고 몇 남은 놈들도 도망을 가 다시는 안 올 기세였고 본거지 지하에 있던 노예들과 성매매에 끌려온 여자들이 풀려났으며, 그리고 수많은 히로인, 코카인..... 하얀 백색가루들이 불태워졌다. 판다면 평생을 놀고 먹어도 될 량의 마약을 불태워 버릴거면서 왜 조직을 친 건지 헤기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거 한 포면 빚 반절은 갚을 텐데.
그렇게 불타오르는 건물을 뒤로한 채 허크는 헤기를 데리고 도망을 쳤다. 물론 다른 조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무기고를 털렸다는 사실을 알아챈 귀족 나으리가 사병을 이끌고 허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잠잠 해질 때까지 해외로 피신해 있을 거다.”
헤기는 허크가 이끄는 대로 끌려 태어나서 난생처음 먼 이국땅을 밟았다. 그곳은 헤기의 나라와 조금은 다른 모습이어서 처음에는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허크는 추격자가 붙었다며 어느 날은 호텔에 틀여 박혀 입욕제 푼 욕실에서 나오지 않았고(돈 없다고 한방에서 자게 했다) 한곳에 오래 있으면 또 안 된다며 사람 많은 야시장이라는 곳에 데려가서 만두와 요리를 먹었다. 가끔 추격자라며 허크가 골목으로 숨어 헤기를 품안에 가득 넣고 큰 손으로 입을 틀어막을 때는 내심 불안하면서도 얼마안가 밖으로 나와 거릴 거닐면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그래도 한 달 동안이나 허크가 흩어진 조직원들과 연락 할 방법도, 추격자들을 따돌릴 방법도 생각하지 않은 채 피둥피둥 노는 모습에 헤기가 의문을 가졌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고.
어느 날 허크가 헤기를 데리고 큰 대로변에 위치한 기관 건물로 들어갔다. 헤기는 질색하며 위조된 여권으로 밀입국한 주제에 어딜 가냐고 허크를 붙잡았다. 허크는 괜찮다고 헤기를 잘 타이르고 곧 창구에서 서류봉투를 들고 왔다. 헤기가 그 서류에 의문을 가지자 허크가 나중에 알려준다며 품 안으로 숨겼다.
그 이후 허크가 헤기를 영화촬영 테마파크에 데려갔다. 뜽금 없는 장소에 헤기가 불만을 표했지만 허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헤기를 재판소 세트장에 끌고 갔다.
재판소.
헤기가 숨을 들이마셨다. 긴장한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지만 허크가 헤기의 옆구리에 손을 넣고 들고 가는 바람에 의자에 앉혀졌다. 졸지에 피고인자리에 앉게 된 헤기가 허크를 쳐다보았고 허크는 검사 측 자리로 가 걸려있던 검사 복을 입고 이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피고인은 모월모일모시 항구에서 마약을 거래했습니까?”
“.........”
“.......죄를 지은 적이 있습니까?”
허크가 다시 물었지만 헤기가 침묵했다. 허크는 헤기가 별 말이 없자 이번에는 변호사 쪽으로 걸어가 검사 복을 벗고 변호사 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피고인은 허크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허크가 아닙니다. 중계상인에게서 임무를 받아 행했을 뿐이고 그 때 당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건이 마약이었단 사실을 모른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조직원리스트에 올라가지 않은 선량한 일반 시민이며 과거에 이러한 일을 행한 적이 일체 없습니다.”
헤기가 변호사흉내를 내는 허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3년 전 사람 하나 없던 빈자리에 헤기대신 있었어야할 허크가 서있다니 너무 아이러니했다. 그 때도 변호사가 있었다면 헤기에게 저런 변호를 해줬을까? 내편 하나 없던 그 곳에서 헤기의 편을 들어주며 부당하다고 외쳐줄 자가 있었느냔 말이다. 어느새 헤기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허크는 마지막으로 재판관자리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피고인은 마약을 운반하는데 가담하긴 했지만 그 사실을 몰랐으며 조직원도 아니고 허크 본인도 아니며 그에 제시된 범죄를 한 적이 없다는 것으로 판결되어 무죄를 선고한다.”
허크가 판사봉을 치자 헤기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그때 내가 누명 쓴게 미안해서 그러는 거라면 꺼져버려! 아니 나한테 이럼 안돼!! 안된다고!! 그 일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거 잖아. 당신 때문에.....”
지금도 허크는 탈옥한 탈옥범으로(헤기가 한 짓이지만) 경찰들이 쫒고 있는 신세였고 워낙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허크의 곁에 붙어있던 덕분에 헤기는 지금 까지 안전하게 있으며 그 결과 이 모든 걸 만들어낸 장본인이 허크라는 걸 잊은 채로 안일하게 있었다.
헤기가 고개를 숙이고 엉엉 소리 내 울었다. 억울해, 근데 이 세상 그 누구도 내편을 들어주지 않았는데.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걸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 허크, 그밖에 없었다.
헤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울었다. 그런 헤기를 허크가 번쩍 안아들어 판사자리에 앉히고 자신은 피고인석에 앉아 헤기를 올려다 보았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의 죄를 말씀해 주십시오.”
한참을 울던 헤기는 새빨갛게 부은 얼굴로 허크를 노려보았다. 저 가증스러운 사람.
“피고인은 오래전부터 악질의 범죄를 일삼으며 폭력집단의 우두머리로써 행동을 해왔고.... 그 죄목이 심히 많으며 쓰레기같고.... 엿같고...지랄같으니.............
사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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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온 헤기는 눈가에 얼음을 대고 누워있었다. 너무 부어 눈이 잘 안 떠지는 바람에 허크가 호텔까지 헤기를 업고 왔다.
3년전 서로의 잘잘못을 따져보자고 말했던 허크가 이제야 떠올랐다. 이제 헤기는 그 시절의 깨끗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허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때릴 줄 알고 비열하게 행동 할 줄도 안다. 이젠 허크나 헤기나 별반 다를 바가 없어진 와중이지만 그 재판은 3년 전의 죄를 가리는 재판이었다.
“재판장님 이제 제 목숨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아, 닥쳐요,.. 쫌.”
호텔에 와서도 재판놀이에 심취한 허크가 얄미워 헤기가 욕설을 내뱉었다. 허크는 재판장님 재판장님 정녕 절 죽이실껍니까? 하고 헤기의 다리를 붙잡았다. 이 사람이 진짜!!!
“눈은 좀 가라않았냐.”
“.......네.”
허크가 큰 손으로 헤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이리저리 살폈다.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대 헤기가 뒤로 살짝 허리를 뺐지만 다시 다가오는 바람에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헤기가 침대에 걸터앉자 허크도 따라 옆에 앉았다. 그리고 짐짓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헤기, 말해줄게 있어,”
“뭔데요.”
“그 영감탱이가 우릴 못 쫒아오게 하는 방법이 있어.”
헤기가 그런게 있었으면 진작 하지 그랬냐고 허크의 등짝을 쳤다. 추격자 있다며! 허크가 일부러 맞아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나는 이중국적자야. 이 나라에서 원래 태어났는데 헤기 너와 내가 살던 그 나라에서 오래 살아서 시민권도 얻었지.”
“그래서요...?”
“저쪽나라 국적을 포기했다. 난 이제 외국인인 셈이지. 저 나라에. 그리고 국제법상으로 외국인을 체포하려면 그 나라의 허가가 필요하게 돼. 근데 저 영감탱인 경찰도 군인도 이제 뭣도 아니니 쫒아오려면 엄청 힘들 거다. 뭐 거리도 멀어서 제대로 쫒아오고 있으려나.”
헤기는 허크의 말을 듣다가 문뜩 그럼 거리에서 봤다는 추격자들은 뭐지? 하고 의문이 들었다.
“그냥 니가 쪼는게 귀여워서...읔....”
헤기의 조그마한 손이 허크의 명치를 가격했다. 헤기는 그럼 시간만 지나면 어느 정도 안전해진다는 소린가 싶었다. 그런데 허크는 이제 외국인이 됐다면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는 소리인가. 흩어진 조직원들은? 헤기는...? 지금 허크랑 같이 있는 자기는 아직 그 나라 국민이 아닌가?
“나는요? 허크는 그렇다 치는데 나는 붙잡히면...!”
“아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나랑 결혼하면 너도 이 나라 국민이 돼.”
자기는 어쩔꺼냐 물으려던 헤기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뭐라고?
“결혼??”
“그래.”
“누가?”
“너랑 나”
“???????”
얼굴이 일그러지며 물음표를 내뿜는 헤기에 앞에 허크가 아까 낮에 챙겼던 서류를 보여주며 더욱 황당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우리 혼인신고서다.”
헤기의 두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미 완벽하게 지장까지 찍힌 서류는 통과되어 법적으로 허크와 헤기는 부부사이가.......되었음을.....증명합니다.... 이 난리가 나있었다. 지장은 언제 찍은거지? 찍은 기억이 없는데.
“자는 사이에 몰래 찍었지.”
이 결혼은 사기야!!!무효라고!!!! 헤기가 울부짖었다.
“아 참, 이 나라 법상 부부 중 한사람이 진 빚은.......공동 책임이야.”
“예??”
“헤기 너 때문에 나도 빚쟁이가 되었다 이 말이지. 어떡할 거야?”
“누...누가 그러게 멋대로 결혼하랬어요?!!”
“어쩔 수 없지. 이거 다 내가 갚아야겠네. 근데 넌 빚이 없어지지만 난 갚아봐야 별로 얻는 것도 없고~ ”
“만...만지지 읏....마요!”
허크가 헤기를 어느새 침대로 쓰러트리고 허벅지를 슬금슬금 만지고 있었다. 허크 품안에 전부 들어오는 헤기의 위로 깊은 그늘이 졌다. 헤기가 마구 주먹을 휘두르며 허크를 밀어 냈으나 허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때, 이제 부부가 된 마당에. 정부보다 더 찐한 일을 해도 괜찮은 사이잖아?”
하룻밤에 천만원. 헤기가 허크가 흘렸던 농담을 기억해냈다.
허크의 입술이 어느새 헤기의 입술을 삼켰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허크가 헤기를 꽉 껴안고 놓지 않았다. 난생처음 해보는 키스에 헤기가 앓는 소릴 내며 숨을 헐떡였다. 잠시 떨어진 입새로 이상한 신음소리가 나 너무 놀라 그만 혀를 깨물어 버렸다. 혀를 씹힌 허크가 윽 하고 입을 떼더니 비릿하게 웃으면서 혀를 씹을 정도로 좋았냐고 물었다.
“지금까지 만원 어치...... 구백구십구만원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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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썰로 풀어서 추가해놓는 부가적인 설정들
허크조직은 마약밀매는 안함.
근데 헤기가 잡혀갔던 그 사건은 허크가 박살낸 다른 조직에서 벌인 일.(경찰에신고도 쟤네가)
허크가 그냥 쎄해서 얼빵한 대역구하다가 헤기가 얻어걸린거.
그리고 그 조직은 대부업을 했는데 이게 악질이라 한번 걸리면 회생 불가능 할정도로 어마어마한 이자와 빚을 지게됨. 그걸 도박에 밎힌 헤기형이...(형=에일) ......에일 정말좋아합니다..에일사랑..나라사랑..
그리고 그 조직이 괴멸하면서 그 대부업에 묶인 빚이 사라지게 됨. 두 업체정도 거쳐서 빚이 업자에게 가기때문에 헤기도 자세한 출처를 몰랐음.
그리고 그 빚이 사라졌단 소리를 허크가 헤기에게 하고있지 않습니다.^^*
조직원들에게는 미리 돈을 나눠주고 고향이나 해외로 피신가라고 언질을 놓았습니다.
=허크: 우리 찾지마 새끼들아
그리고 이후 백만원어치, 삼백만원어치, 날이갈수록 수위와 진도를 높여가고 합방하느날 천만원어치라고 허크가 이야기 하겠지 뭐 귀후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