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au





오늘도 삼각 김밥이냐?”

 

점심시간 사람이 없는 곳을 찾다가 들어간 체육관. 2층 관람벤치에 앉아 근처 편의점에서 사온 참치마요를 뜯는 찰라 식사를 방해하는 소리에 헤기가 고개를 들었다.

 

허크쌤이 뭔 상관이에요.”

어쭈, 어른한테 말버릇 봐라.”

 

헤기가 무시하고 삼각 김밥을 한입 베어 물자 허크가 그 옆자리에 털썩하고 앉았다. 작은 입으로 김밥을 먹는 모습을 물끄럼이 쳐다보던 허크가 왜 친구들 하고 급식을 안 먹냐고 물었다.

 

맛없으니까.”

하긴, 우리학교 급식이 맛없긴 해. 인정.”

 

허크가 손을 머리 뒤로하고 등받이에 허리를 숙였다. 점심시간이 별로 지난 것 같지 않은데, 제아무리 빨리 밥을 먹고 왔다 하더라도 지금쯤 급식실 앞을 나오는 사람은 한두 명이 있을까 말까 했다. 교직원인 허크는 따로 교직원식당에서 밥을 먹을테니 학생들처럼 줄을 서는 일은 없을테지만.....

헤기는 허크가 밥도 안 먹고 여기서 자기가 밥 먹는 모습을 쳐다보는지 의문이었다. , 밥 안 먹어요?

 

쌤은요.”

나도 여기서 먹으려고 사왔지.”

 

허크는 헤기의 말에 답한 후 윗도리 주머니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부시럭거리며 참치마요 삼각 김밥 다섯 개를 꺼냈다. 옆 의자에 쏟아 낸 뒤 한 개를 집어 뜯은 허크가 이거 공부할 때 고시원에서 많이 먹었는데 말이야. 지금은 전주비빔이 더 맛있더라고. 입맛이 변했나봐.’ 하며 한 입에 삼각 김밥을 밀어 넣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네.’ 하고 헤기를 향해 웃으며.

 

교직원들한테 강제로 학교급식 먹게 식권 팔이 한다며 돈 아깝다고 맨날 급식실 밥 다 먹잖아요. 왜 안 갔어요?”

맞아 그거 진짜 횡포 아니냐? 나 같은 시간강사는 닥치고 먹어야 돼.”

 

허크는 화를 내며 억지로 먹게 할꺼면 맛있게나 만들던가! 하며 두 번째 삼각 김밥을 뜯었다. 그것도 역시 두 입에 사라졌지만. 허크가 세 번째 삼각 김밥을 뜯고 다 먹을 때 쯤 헤기가 손에 들고 있던 삼각 김밥을 다 먹었다. 같이 산 주스도 빨대로 쪽쪽 빨아 마신 헤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네 번째 김밥을 먹던 허크가 헤기 손을 잡고 끌어당겨 다시 앉게 했다.

 

나 다 먹을 때 까지는 기다려 줘야지. 매정하게 시리 먼저 가냐.”

“5교시 숙제 덜 했단 말이에요.”

아직 시간 많이 남았잖아.”

 

입술이 댓 발 나왔지만 헤기는 더 이상 별다른 말없이 허크 옆에 앉아 허크가 다섯 번째 참치마요를 끝장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제 좀 배에 뭐가 들어 간 것 같다며 주머니에서 또 뭘 꺼내는 통에 헤기가 다시 자리에서 얼어나자 이번엔 허크가 자기 무릎위에 헤기를 앉혔다.

 

뭐에요.”

아니 이제 좀 본격적으로 식사를 해볼까 해서.”

 

허크의 손이 어느새 허리 밑에서부터 교복 와이셔츠 안으로 들어가 옆구리를 주무르자 헤기 입에서 자연스레 신음이 튀어 나왔다.

 

아하흣...”

 

척추를 따라 손가락으로 훑어 내린 허크가 다른 한 손으로 유두를 만지자 헤기가 기겁하며 허크를 밀어냈다.

 

지금 학교에서 무슨 짓,! .......에요.”

여긴 좀 그런가? 안으로 들어갈까?”

학교에선 이제... 안 한다면서...!”

그랬나?”

 

양쪽 엄지로 유두를 눌러 괴롭히는 통에 헤기가 허크 가슴을 퍽퍽 쳤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점심시간엔 정문은 잠겨있고 창고 후문으로만 들어올 수 있어 아무도 오지 않는 체육관. 혹여나 누가 볼새라 헤기가 입술이 빨개지도록 신음을 참았다. 허크가 그런 헤기 입술을 두드리듯 입으로 열더니 말했다.

 

신음 참지마, 헤기....”

으흑.........,”

아까 내가 문 다 잠궜어...”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요....”

 

허크 어깨를 꽉 잡은 헤기손이 하얘질 만큼 헤기몸이 떨렸다. 급기야 와이셔츠안으로 고개를 들이민 허크가 헤기 가슴을 핥자 헤기가 외마디 신음을 내뱉었다.

 

으흣!! ,.....하지.....!!!”

 

침 범벅이 된 가슴을 흡족하게 쳐다본 허크가 축축해진 밑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헤기, 지금 가슴으로만 간거야...?”

흐흣,...... 하지 말랬잖아요..!”

 

헤기가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잡고 있던 허크 어깨를 마구 내리쳤다. 손을 들어 눈물을 쓱쓱 닦아준 허크가 헤기의 귀에 속삭이자 헤기의 눈에선 눈물이 더 흘러내렸다.

 

근데.... 나도 지금 못 참을 것 같아.”

.......... 변태 선생!”

그 말 들으니까 더 선다.”

 

 

그리고 헤기는 그 뒤 5교시 수업 숙제를 못했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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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좋다.' 한 용병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모두들 속으로 동의 하는 바였다. 지금이 어느때인데 용병단이 태평하게 날씨 타령이나 할때냐고 누군가 투덜거렸지만 그 소리는 또다른 누군가에 손에 막혀 사라졌다. 모두들 계절이 바뀐 새도 모른채 전투에 나갔고 벚꽃이 떨어져 갑옷 위에 쌓였을 때야 비로소 봄이 왔음을 실감했다.

"단체로 어디 가볼까...."

답지않게 아이던 단장 입에서 놀러가자는 말이 흘러나왔다. 모두들 혹여나 단장이 다시 말을 주워담을까 환호를 질렀고 사상최초 '콜헨 용병단 봄소풍' 이라는 일정이 잡힌것이다.

요즈음 후발대로 몇명정도만 낑겨가서 군과 함께 뒷처리만 죽어라 하다보니 용병단 거의 대부분이 마을에서 놀았다. 한창 혈기왕성한 용병들이 하릴없이 놀다보니 좀이 쑤셔 견딜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간만에 생긴 일정이 다들 반가워 마을 전체가 들썩들썩 할 정도였다.

"내일 용병단이 소풍을 간다면서?응응?"

몇가지 필요한 물품을 사러 잡화점에 들린 헤기에게 클로다가 물었다. 소풍이라니 처음 보는 일이야! 어디로 갈까? 노을이 예쁜 평원일까. 꽃이 예쁘게 핀 벤체너일까.
용병도 아니면서 소풍에 들떠 재잘거리는 클로다말에 헤기도 덩달아 들떠 두근거렸다. 헤기에게도 처음 해보는 소풍이었기 때문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여관에 들어온 헤기의 코에 맛있는 냄새가 스쳤다. 여관1층에서 용병단 누나들이 도시락을 싸는 중이었다. 

"헤기, 이거 간좀 봐줄래?"

계단을 올라가려던 헤기를 발견한 이비가 접시를 들고 다가왔다.

"맛있어요."
"그래?"

헤기가 양볼 가득 음식을 오물거리며 호평을 하자 이비의 얼굴이 밝아졌다.
형들은 대충 고기 가지고 가서 구워 먹는다고 그랬는데 (잡화점에 있던 딸기주도 전부 형들이 사갔다)누나들은 아기자기한 통에 도시락을 싸는 중이었다.
고기도 좋지만.... 하고 고민하던 헤기가 주방에 머리를 들이밀며 말했다.

"저도 도시락 싸는거 같이해도 되나요?"



--------

"뭐하다가 이제 와."
"아뇨, 그냥......"
 
손에서 단내를 폴폴 풍기며 방으로 들어오는 헤기에게 허크가 잡화점만 갔다 온다더니 왜이리 늦냐며 물었지만 우물쭈물 말을 돌렸다. 항상 투구를 써서 얼굴 표정이 잘 안보이는 마렉조차 소풍이 흥분된다고 떠드는데 허크는 영 내키지 않는지 심드렁 한 반응 이었다.

"형은 소풍 가본적 있어요?"
"아니."
"저도요."

그 뒤 헤기는 연신 들뜬 숨을 내뱉으며 소풍에 가면 형들이 축구를 하자고 그랬다. 보물찾기를 한다더라.  큰 돼지 한마리를 잡았는데 그걸 다 구워먹는다더라 하며 긴 시간 이야기했다.
허크가 어린애 답다고 놀렸지만 침대에 누워서도 설레어 잠이 안왔다.

그리고 결국 헤기는 당연하게도

늦잠을 자고 말았다.






배로 이동하니까 아침안개가 개면 출발한다고 그렇게 사람들이 당부하며 말을 해줬는데. 이미 떠났으면 어쩌지. 어쩌지. 배낭에 챙긴 짐들이 달그락 거리며 요동칠 만큼 헤기가 선착 장으로 달려 나갔다. 설마 다 오지도 않았는데 출발할 사람들은 아니니까 하면서 스스로를 달래고 선착장에 도착한 헤기 눈에 지평선 멀리 떠나는 배가 보였다. 안돼.


가지마.......





늦게까지 잠을 잔 자기 잘못이 컷다. 그치만....그치만..... 형들이랑 누나들은 내가 안 왔는데도 출발해버리다니.
선착장나무 의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무릎을 얼굴에 박고 헤기가 훌쩍 거렸다. 일어나보니 옆자리 허크도 사라져있고 어제 저녁 같이 싼 도시락도 자기껏만 남아있고. 이깟걸로 우냐. 하고 타박한대도 헤기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어린애 답다고 해도 오늘 만큼은 자기빼놓고 소풍가버린 사람들이 밉고 서러웠다. 나도. 나도 가고 싶은데. 나도.

"너 여기서 뭐해??"

누군가 훌쩍이며 울던 헤기의 어깨를 덥썩 잡아 돌렸다. 벌게진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흐릿한 시야가 밝아지자 허크가 고개를 숙여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허.....크....?"
"소풍 간다고 밤에 그렇게 수다떨더니 여기서 뭐하고 있냐?"
"허크......허 어 크...으아앙"
"왜, 그래?!"


애초에 소풍을 갈 생각이 없던 허크는 아침 운동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잘갔나 확인차 선착장에 나와봤다. 어제 밤 늦게 까지 떠들다 잔 녀석이라 새벽 운동가는 길에 깨우긴 뭣해 좀더 재울 심산으로 그냥 나왔다. 지금 쯤이라면 배도 안보일만큼 떠났거니 하고 호숫가를 바라보던 허크눈에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 훌쩍이는 헤기가 보였다.

헤기는 허크를 알아보자 마자 울음을 터트리며 안겨왔다. 눈물콧물 다 흘리며 품에안겨 우는 애를 토닥이며 허크가 물었다.

"다들 먼저 갔어요..."
"그렇다고 해도 사람을 버리고 갈 녀석들은 아닌데......"

허크 말에 헤기도 동의는 한다. 헤기가 제 시간에 안왔다면 누군가 여관문을 두드려서라도 깨워 데리고 와줄 사람들이었으니까. 근데 왜 오늘은 그냥 가버렸을까. 하필이면 오늘같은 날.

"뭐, 나중에 돌아와서 들어보면 알겠지. 이러고 있는다고 떠난 배가 다시 올리도 없고."

허크가 손수건을 배낭에서 꺼내주자 헤기가 킁 하고 코를 풀었다. 맞는말이었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깨는 축쳐졌다.
허크가 그 모습을 보다 말했다.

"나랑 둘이 소풍갈래...?"




로체스트 가는길목에 꽃이 많이 폈다더라. 하고 허크가 머리를 긁적였다. 마차도 필요없고 신전에서 위로 좀만 걸으면 꽃밭이니까 자리깔고 점심정도 먹을만한 풍경은 될꺼라며 헤기를 달래주듯 말했다.

마을을 지나 길을 걸으며 혹여나 또 자기를 버리고 갈까 헤기가 허크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몇번 전투에서 위험하니까 떨어지지 말라며 허크가 손을 잡고 이끈적은 있어도 헤기가 먼저 잡은적은 처음 이었다. 평소 허크가 아무리 헤기의 걸음걸이에 맞춘다고 하여도 헤기는 방심하는 순간 뒤쳐져 헥헥 거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헤기가 뒤에서 걷는일도 헥헥대는 일도 없었다.

그 동안 수 없이 마차로 빠르게 지나가는 길을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니 색 다르게 느껴졌다. 별 다를게 없는 들꽃이지만 색색깔 모여서 바람에 흔들리니 보기좋았다. 숨을 들이 마쉬면 보들거리는 냄새가 감쌌다.
큰 나무 밑에 적당한 자리를 찾았는지 허크가 가져온 돗자리를 펼쳤다. 헤기도 배낭에서 작은 통과 좀 더 큰 통 두개를 꺼냈다. 뚜껑을 열자 샌드위치와 간단한 몇가지 요리가 들어있었는데 헤기가 큰 통을 허크쪽으로 밀며 포크를 건네주었다.
그러나 허크가 먹질 않고 한참 통만 뚫어져라 바라보자 헤기가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다.

"못 먹는 거라도 있어요...?"

헤기가 아는 한 허크가 가리는 음식은 없었던걸로 아는데. 혹시 소세지가 문어모양이라 싫은건가. 하고 생각할 찰나 허크가 포크로 음식을 푹 찍어 한입에 털어 넣었다. 잔뜩 긴장해 허크의 입만 쳐다보며 침을 삼키는 헤기에게 허크가 한마디를 해주었다.

"맛있어."
"다행이다."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 중에 최고야."
"그, 그정도 까지는."
"아닌데? 모리안 여신이 와서 한입 달라고 해도 안줄만큼 맛있는데?"
"하핫! 그게 뭐에요!!"

헤기의 기분을 풀어주려는듯 허크가 농담을 하자 헤기의 표정이 밝아졌다. 잔뜩 우울해 있는 자신을 위로해주려고 하는게 느껴져 기분이 풀어진 헤기도 그제야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날씨도 좋고 따뜻하고 꽃들도 활짝 펴있고 배도 부르고 바람이 쏴아 하고 간지럽히며 누워있는 허크와 헤기위로 지나갔다.
대충 손에 집히는 걸로 가져온 돗자리가 좁아 허크는 거의 풀밭에 누운 꼴이 었지만.

구름이 솜사탕 같다고 헤기가 말했다.
"솜사탕?"
"네, 설탕을 불에 달궈서 실처럼 만들면 폭신폭신한 과자가 되요. 축제같은곳에서 가끔 파는데 저도 몇번 못 먹어 봤어요. 저 구름이 꼭 솜사탕 처럼 생겼어요."

손을 뻗어 저 몽글몽글한 구름이라고 설명하자 허크가 대뜸.

"내생각엔 토끼꼬리 같은데."

헤기가 그 소리를 듣고 킥킥 대며 웃었다. 규렘린 꼬리 같기도 하고요? 

허크는 옆으로 돌아누워 머리를 괴고 헤기를 내려다 보았다. 옆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헤기의 속눈썹이 햇빛에 반짝였다. 숨을 깊게 들이귀며 눈을 감은 헤기의 눈에 길게 내려온 속눈썹을 응시하던 허크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입을 맞추었다.

"!!"

허크도 헤기도 서로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아니, 아니.....이게....미안. "

허크가 먼저 답지않게 얼굴이 빨개져서 사과를 했다. 긴 팔다리도 허둥대며 휘저었다. 그럴생각은 아니었는데. 아니 미안. 지금 뭔짓을.  

헤기도 덩달아 얼굴이 새빨개져 김을 솟을만큼 달아올랐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헤기가 고민하고 있는데 허크가 자리를 벌떡 일어나더니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자리를 접더니 성큼성큼 걸어가는게 아닌가.



그 자리에 계속 있었으면 이번에는 키스하고 싶었을 꺼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허크가 도망쳤다. 뒤에서 허둥지둥 짐을 챙기며 쫒아오는 작은 발걸음이 들렸다. 

"허크 형!"
"......."
"허크, 잠깐만.....!"

털썩 하고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헤기가 풀밭에 넘어져 온몸에 잎파리와  풀색을 물들였다.
허크가 서둘러 다가와 일으켜주자 손을 꼭잡고 헤기가 놓지 않았다.

"왜... 저 버리고 가요!" 

또 다시 울것같은 물기어린 말투로 헤기가 물었다. 버리고 간거 아닌데. 나 두고 갔잖아! 아니..... 그게. 키스 까지 해놓고! 변ㅌ...!

헤기의 외침이 허크의 손바닥에 가려 웅웅 거렸다.
허크가 한숨을 쉬고 말하려고 하는걸 이번엔 헤기가 양손을 들어 허크의 입을 막았다. 서로 입을 막은 상태가 되자 허크가 먼저 헤기의 입을 막던 손을 내렸다.

"먼저 말해주세요."
"므어어?"

헤기의 손에 막혀 나오지 않는 허크의 말이 웃긴지 헤기가 웃더니 손을 내려주었다.

"저한테 해줄말이요."
"......."
"어서."

못말린다는 듯이 허크가 고개를 저었다.

"말하면 난 포기 하지 않을꺼고. 두번다시 안무를꺼야. 네가 싫다고 해도 계속 할꺼고 그만 두자고 해도 못해. 그래도?"

헤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햇살은 너를 비추고 꽃들도 너를 향해 향기를 뿜어내는데 나같은 놈이 이말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하지만 눈앞에 조그만 아이의 눈은 오직 허크 자신을 바라 보고 있었다. 꽃밭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양새가 참으로도 안어울리는 허크라는 사람을.
허크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마주잡은 헤기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좋아해. 헤기."

"저도 좋아해요. 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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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ㅣ이뒤에 야외플을 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허크헤기 핳하하ㄹㄹ쓰고 싶은데 일해야 해서 밍나 바이바이 ㅇㅅ



해야하는데 일이 다 안끝남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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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간지러워요....."

자리를 깔고 위에 걸쳤던 옷도 밑에 깔아 눕혔는데도 날아오는 꽃 잎이 헤기의 맨 살을 간지럽혔다. 허크가 입술로 목선을 따라 가슴까지 내려오며 키스를 하자 헤기가 입을 다물고 잇새로 들뜬 신음을 내뱉었다.
하얗고 작은 몸이 햇살에 비춰져 빛나는 통에 허크가 그 위로 올라타 가렸다. 자신이 만들어낸 자국이 곳곳이 남겨진 헤기가 손을 들어 허크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다시한번 포개진 입술이 이번에는 좀더 깊게 오래 숨이 찰 만큼.

"하아..."

헤기가 숨을 한번에 몰아쉬듯 헐떡였다. 허크가 제아무리 숨을 쉴수 있게 느린 템포로 키스를 한다고 하지만 커다란 혀가 입으로 밀고 들어오면 무용지물 이었다. 딥키스는 마직 힘들다고 생각한 허크가 몇번 더 가볍게 입술을 맞춘 후 헤기의 바지를 벗겼다.

"끝까지는 안할게."

끝까지가 뭐냐고 묻고 싶었으나 헤기는 가만히 있었다. 허크의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형도 지금 떨려요? 저도 그래요.

아직 낮인 데다가 날씨가 따뜻하다고 해도 위아래 전부 알몸이 되자 헤기가 몸을 움츠렸다. 그런 헤기의 허리를 감싸고 안아올린 허크가 헤기의 중심을 천천히 쓸어 올리며 잡았다.

"앗...으읏, 하앙"

커다랗고 거친 손가락이 엄지로 귀두를 둥글게 돌리다가 쿡 누르기도 하고 기둥을 천천히 깜싸 쥐기도 하고 빠르게 위아래로 흔들기도 했다.

"읍, 아읏, 아! 허크...!"

몇번 쥐고 흔들며 동시에 키스해주자 금방 허크의 손안에서 사정한 헤기가 부끄러운지 허크어깨에 고개를 박았다.
그 상태로 바지를 푼 허크에게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엉덩이에 닿는 미끌거리는 물건에 헤기가 고개를 들고 허크를 쳐다보았다. 허크는 큼큼 거리며 고개를 피하며 안아든 헤기의 자세를 앞으로 끌어당기고 자신의 것과 헤기의 것을 동시에 쥐었다.

"윽...."
"앗.."

자신의 것 외에 남의 것과 비벼지는 쾌감이 상상이상이라 헤기가 허벅지를 부르르 떨며 허크 어깨에 손톱을 박았다. 방금 사정한 성기끝에서 또다시 액이 줄줄 나오고 있었다. 허크또한 숨을 고르고 헤기의 목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잠시동안 멈추는가 싶더니 허크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맞 닿기도 전에 잔뜩 젖은 허크가 닿자 헤기의 것에서 미끌거리며 액이 줄줄 새어 나왔다.

"아흑!, 웅응.. 읏, 아!"

별다른 특별한 행동없이 그저 사로의 것을 마주잡고 비비는데 눈앞에서 별이 보였다. 너무 느껴서 죽으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이 들면 눈앞에 허크가 키스를 해주고 빠르게 흔들다가도 또 가만히 잡고 있기만 해주면서 따뜻한 허크의 것과 손바닥의 열기가 동시에 헤기를 감쌌다.

"...하아...헤기..읏"
"으 읍ㅇ! 허...크!  아 앗....! 아!"


둘의 성기를 마주잡은 허크의 손등위로 하얀액이 뿜어져 나오며 흘러내렸다. 몇은 헤기의 배위에 몇은 허크의 옷위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축 쳐진 헤기가 허크의 품으로 쓰러졌다.  무릎을 꿇고 있을 힘도 없는지 허크의 다리위에 완전히 앉아 허크가 움찔거리며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마치 표범이 그르렁 거리는 울림이 들리자 헤기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론 허크가 귀를 잘근잘근 씹어서 라는 이유가 더 컸다.
이대로 두다가는 온몸이 침범벅이 될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헤기가 몸을 떼자 허크가 다시 얼굴을 들이밀고 헤기몸을 쪽쪽 소리가 나게 빨았다.

더 하고싶다.
허크가 풍기는 의도는 명백했다. 하지만 허크는 더 하고 싶다거나 집에가자고 말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헤기를 꼭 안고 온몸에 영역표시를 하듯 자국을 남길뿐.

"우리 이제 집에가요."
"그래."


자신이 한다고 해도 한사코 만류하고 직접 옷을 입히고 단추도 끝까지 꼭꼭 채워준 허크가 먼저 헤기손을 끌어 당기듯 꼭 잡았다. 돌아오는길에도 꽃은 아름다웠고 날씨는 좋았고 바람은 시원하게 불었고 솜사탕 같은 구름도 흘러갔다. 
손도 꼭 잡았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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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뭐지?"

허크가  옆에 동료에게  물었다. 질문을 받은 그는 심드렁 하게 수류탄 핀에 손가락을 걸고 대답했다.

"포테이토 샐러드에 염소고기케밥."
"으엑, 메뉴한번 고약하군. 맨날 뒹구는 우리들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하는 회사야."

-11시 방향, 철문 앞. 2명.

귀에 꼽은 무전이 들리자마자 허크가 근처 기둥으로 뛰어들었고 핀을 뽑은 동료가 탄을 던졌다. 폭발에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벽에 등을 대고 한쪽 귀를 파며 허크가 다시 말했다.

"내 저녁배식 접시에는 염소고기만 줘."

-오늘 배식 나 아니야.

딱딱하게 상황보고하던 무전기 속 소리가 발끈하며 말했다. 허크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럼 이거 끝나고 식당냉장고나 털러 가지뭐."

"살려.... 주세요...."

그 순간 허크는 철문너머로 들리는 조그마한 외침을 들었다. 잠깐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신호로 동료에게 멈추라고 말한 허크가 소리가 들리는 철문으로 다가갔다. 동료가 조심해 함정일수 있잖아 하는 소리를 뒤로하고 허크는 두손에 총을 장전했다.찌그러져서 열리지 않는 철문을 거의 구기다시피 해서 힘겹게 열자 그 안에 있는것은, 두손이 포박되서 구석에서 떨고 있는 소년이었다.

입혀진 하얀프릴셔츠가 흙먼지를 뒤집고 뽀얀 얼굴에 작은 생채기들이 나 피딱지가 진 작은생물.  유치하게 누가 요즘 저런 옷을 입을까 싶었지만 소년에게 너무나 잘 어울려서 그 말은 입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허크가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말했다.

"겁먹지마 구해주러 왔어."

그 소리에 소년이 눈물 가득한 얼굴을 들었다.

 "정말요..? "

너무 간절하게 묻는 소년의 말에 허크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허크는 묶인 밧줄을 풀어 손을 잡아 소년을 일으켜 세우고 그곳에서 나왔다. 마침 무전에서도 소탕이 끝났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크는 돌을 치우며 그곳에서 나오다가 문 앞에 바로 터져 죽어있는 놈들을 보고 쯧, 하고 소년의 눈을 큰 손으로 가린후 동료에게 눈짓으로 모포를 가져오게 했다. 작은 몸을 떨며 두려워 하는 아이에게 허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답지않게 물었다.

"이름은?"
"헤기 케르...."
"그래, 헤기. 걱정하지마."

하지만 끝내 덜덜 떨며 허크의 손을 놓지 않는 헤기 덕분에 허크는 헤기를 안은 채로 기지로 돌아왔다. 새끼오리가 태어나 처음본 어미를 따르듯 허크의 손을 꼭잡은채 자신의 품에서 꿈적도 안하는 헤기를 내려다 보았다.허크는 용병생활 십 여년 만에 처음 당황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애가 왜이래.동료 용병들이 호기심에 다가오자 헤기가 어깨를 움츠리며 파고들었다. 허크는 동료들을 손으로 훠이훠이 쳐내며 니들 얼굴때문에 애가 겁먹잖아. 하고 속삭였다.커다란 덩치의 남자들이 안절부절하던 중에 한 명이 휴게실에서 뒹굴던 코코아를 타왔다. 허크가 코코아를 헤기 앞에 건네주자 따듯하고 달콤한 냄새에 헤기가 고개를 들었다. 칭칭 둘러준 모포사이로 빼꼼 나온 두 손이 머그컵을 받아들자 땀을 쥐고 긴장하던 기지내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납치범들이 아이를 테러범들에게 팔아 넘긴 모양이야."

허크가 방문을 닫고 나오며 말했다. 긴장이 풀린 헤기가 조근조근 말해준 이야기 였다. 가족들과 여행중이던 부잣집 도련님을 납치한 녀석들이 금전이 필요하던 테러집단에게 팔아 넘긴것이었다.

"쓰레기 같은 새끼들, 돈이 필요하다고 애를 잡다니."

총탄을 정리하던 다른 한명이 읆조렸다. 다들 아무 말 없이 동조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부모님은?"
"대사관쪽으로 연락을 넣었으니 조만간 찾아오겠지."


--------------------------

그 일이 있던지도 벌써 몇 개월이 흘렀는지 모른다. 헤기라는 아이는 무사히 부모님에게로 돌아가고 그들은 허크와 회사에게 수차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어마어마한 금액의 사례금을 주었다.
허크는 그 후 또다시 회사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다가 어느날 사장실에 불려가게 되었다. 처음 입사때 몇번의 공적을 세웠을때 그리고 그때 일 빼고는 잘 만나지도 않던 사장이 웬일로 허크를 부르더니 얼마간의 휴식을 취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허크는 이 양반이 왜이러나 싶었지만 휴식을 준다니 군말않고 받아들였다.
휴식을 준다 해놓고 허크를 대뜸 비행기를 태워 보낸 곳은 어느 부자집 저택이었다. 개인 비행기가 회사 착륙장에 대기 할때부터 좀 당황스러웠는데 누구의 호위 받을 만한 인물이 아닌 허크를 둘러싼 보디가드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단연컨대 허크는 누굴 호위할 인물이지 호위받을 사람이 아니니까.몇겹의 철 대문을 지나고 저택으로 들어간 허크를 반기는 것은 몇개월전 허크가 구해낸 그 소년, 헤기였다.

정신없는 허크는 부담스러운 응접실에서 헤기의 부모님들과 계약서를 작성했다. 삼개월. 주 임무는 24시간 헤기의 전속 보디가드겸 호위를 맡을 것.
다시만나 반갑다는 그들의 인사를 뒤로 하고 자신의 방을 소개시켜 주겠다며 따라오는 헤기의 뒤를 따라갔다.  뭐가 그리 좋은지 헤기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제 옆방이 허크 방이에요. 하고 말했다.

"와주셔서감사해요."
"오랜만입니다."
"저....존댓말 하지마세요."

허크의 차가운 대답에 웃던 헤기의 입가가 내려갔다. 순간 허크는 그 모습이 귀와 꼬리가 축 쳐진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신은 제 고용주 니까요. 전 저한테 돈주는 사람한텐 반말 안합니다."
"돈은 우리 부모님이 주는거에요. 난 아닌데...."
"......."
"그때처럼 대해주시면 안돼요...?"
".....그럼 네 부모님한테는 비밀이야."

허크는 이 아이한테만큼은 지게 되는 자신이 이상했다. 허크가 졌다는 듯이 반말을 하자 그제서야 헤기가 밝은 표정을 지었다.

 개인적으로 쓰는 저격총을 분리해 기름칠을 하는 허크의 맞은편 탁자에 앉아 구경하는 헤기가 물었다.

"그걸 쓰는거에요..?"
"그래, 하지만 저런건 코뿔소 잡는대나 쓰는거고 널 지키는 데 이거면 충분해."





까페에 앉아서 ㅍ폰우로 쓰고 올리는거라 집가서 수정할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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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들려오는 보폭이 크고 빠른 걸음 소리에 카이의 미간이 구겨졌다. 안경을 끌어 올리며 한 숨을 쉼과 동시에 문이 부셔질 듯이 큰 소리를 내며 열리고, 커다란 인영이 카이 앞에 드리웠다.

 

카이!!!!!!!!!!!!!!!!!!!!!!!!!”

나 귀 안 먹었다.”

 

 

심드렁한 반응의 카이를 볼 새도 없이 허크가 흥분하며 물었다.

 

케르 가문을 건들이면,”

그날 이후 바로 전쟁이지.”


허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단박에 카이가 대답했다. 허크는 역시 그렇지..? 하고 답지 않게 얌전히 입을 닫았다. 다 아는 놈이 이 늦은 시간에 대뜸 찾아와서 왜 난리인가 싶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면 가라는 듯이 고개를 다시 숙여 글을 적던 카이가 생각 난 것이 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이 하나를 데리고 온 모양이던데. 말썽 부리지마라.”

 

자기를 언제까지 애 취급 할 거냐는 둥 한소리도 안 지려고 말을 꺼내야 할참인데 웬일로 허크가 침묵을 지키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카이가 설마....하며 물었다.

 

너 이 새끼, 설마 그 애가 케르냐?”

 

묻는 말에 아무런 대답이 없자 카이가 자리를 박차고 허크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주먹을 날렸다. 아 왜 때려! 하고 그제야 허크가 정신이 들었는지 자신을 쳐다보자 카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지금 시기도 안 좋은데 교황청의 개를 물어 버리면 어쩌라는거냐!!”

 

오랜만에 보는 카이의 진정으로 화난 모습에 허크는 대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잘못한건 자신이 맞다. 하지만 조금 억울해서 말을 꺼냈다.

 

낸들 처음부터 그런 줄 알았나! 그냥 길가에 있길래 주워 온 건데!”

 

사람을 물건처럼 주워 왔다고 표현하는 허크의 말에 카이가 다시한번 허크 뒷 통수에 주먹을 날렸다.

 

...!!! 멋대로 데려온거냐!!!!!”

 

카이는 잔뜩 화가나서 훈계를 하려다가 일단 허크가 저질러논 일을 수습하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당장 가서 그 애를 집에 보내 주고와.”

 

난 지금 가이드가 없어. 그리고 각성 안한 가이드는 드물어. 상황을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할 가능성도 있고. 그리고 이미 반란군 기지내로 들어와 버렸는데 나가게 할참이야?”

 

카이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허크가 그런 카이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헤기 케르라고 알어?”

“!!”

 

훗날 허크는 일 평생 그때만큼 화를 내는 카이를 본적이 없었다.

 

 

 

 

 

 

카이의 방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자 야참을 챙겨 가던 리시타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슨일이지? 서둘러 문 앞으로 다가가자 카이가 발차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고 물건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시타는 서둘러 허리춤에 찬 검을 다잡고 문을 열었다. 내부에서 변절자가 침입한것인가 하여 열자마자 전투 태새를 한 리시타 앞에 펼쳐진 것은 사방에 박힌 화살과 허크에게 연신 발차기를 날리는 카이와 그걸 막으며 피하는 허크 두 사람 이었다.

 

두 사람 지금 뭐해요....?”

그냥 나가 죽어라 허크 이 자식아!!!”

아 잘못했다니까 그러네!!!!”

 

 

리시타가 들어 온 줄도 모르고 이젠 맨손으로 주먹을 날리며 싸우는 통에 리시타가 숨을 들이마시고 소리를 질렀다.

 

그만!!!!!!”

 

그제서야 싸우기를 멈춘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려 리시타를 쳐다봤다. 허크는 욕설을 읊더니 입을 다물었고 카이는 나지막히 내뱉었다.

 

왕자님....”

 

 

 

 

, 뜨드...”

 

화살에 스치고 던져진 물건에 맞아 생채기가 나고 피멍이 든 얼굴과 팔에 약을 바르자 허크가 앓는 소리를 냈다. 구급상자도 던져진 탓에 흩어진 약들 중에서 상처 약을 겨우 찾아 발랐다. 맞은편에서 카이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며 팔짱을 낀 채 허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흉흉한 눈초리에 약을 발라주던 리시타가 물었다.

 

두 사람 다 무슨 일인지 말 안 해줄꺼에요?”

 

허크는 고개를 돌렸고 카이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왕자님, 저희가 준비하던 일을 앞당겨야 할 것 같군요.”

 

누구누구 때문에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라며 카이가 허크를 쳐다보며 말했다. 리시타가 무슨 소리지 허크? 하고 물었다. 허크는 한손으로 눈을 가리며 대답했다.

 

내가 데리고 온 애가 케르 가문의......”

 

허크가 답지않게 말하다 말고 뜸을 들였다.

 

“..........후계자야.”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닌지, 경악한 리시타와 다시 한번 한숨을 쉬는 카이였다.

 

 



 

자신의 말을 듣더니 갑자기 행동을 멈춘 허크를 보고 그마나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 넘겼다. “정말 케르냐? 정말?” 하고 연신 물어오는 허크에게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집안이 저를 찾겠죠.” 하고 대답해주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헤기도 자신의 가문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가졌는지 알았다. 지금의 왕가는 교황청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교황청을 뒤에서 움직이지는게 케르였다.

임무로 주어진 기간은 만 이틀, 그 안에 돌아가지 않으면 가문에서 헤기의 행방을 즉각 찾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란군과 케르 가문의 충돌은 예견 된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허크의 말대로 반란군 기지로 들어온 이상 나갈 수 없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헤기가 이대로 빠져나가 위치를 발설하게 된다면..... 여기까지 생각하며 스스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던 도중 문이 열렸다.

허크가 나가기 전 다시 밧줄로 헤기의 손과 발을 묶고 침대기둥에 달아 놓았기 때문에 안간힘을 쓰며 풀려고 해보았지만 벗어날 수 가 없었다.

헤기가 고개를 들며 출입문 쪽을 쳐다보자 그곳엔 나갔던 허크 뿐만 아니라 아까 리시타라 불린 남자와 그리고 또 다른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중년의 남자의 표정에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느꼈다.

 

네가 '헤기 케르'..... 맞나.”



헤기, 허크, 리시타, 그리고 허크에게 방금 카이라고 불린 남자 네명이서 허크의 방에 들어 차 있자 비좁은 기분이 들었다.

카이라는 남자는 미간에 주름을 있는 대로 잡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깊은 한숨이 적막을 깨던 찰나,


"연락 온건 없나?"

"애들 말로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는데."


누굴 지목해서 말을 꺼낸것이 아님에도 허크는 카이의 말을 듣고 냉큼 대답했다. 무엇을 잘못 한 마냥 낑낑대는 폼이 헤기가 보기에 큰 강아지 같았다. 

"네 말론 네가 '케르'라고 했으니, 그 말의 무게를 모르는건 아닌것 같고. 만약 맞다면...."

가만히 헤기를 내려보고 있던 리시타가 말했다.


"죽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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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귀고 있는거 맞아요...?"


헤기가 탁자에 얼굴을 박으며 물었다. 그에 사귄지 벌써 이주일이나 지났는데? 하고 허크가 눈치없이 대답했다. 


"임무 같이 나가고, 밥 같이먹고, 한방에서 같이자구...아니 이건 처음부터 룸메이트였으니까 그렇다 치고 .. 쉬는날에는 로체스트가서 맛난거 사주고 그래, 좋다 좋아요. 근데 사귀기 전이랑 변한게 없잖아요." 


억울했다. 물론 헤기 자신이 먼저 좋다고 고백해서 사귀게 된 날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건마치....


"형이 나 불쌍해서 상처 받을 까봐....그래서 내 고백 받아준거 같아요."


스스로 꺼낸말에 상처받아 허크를 처다볼수가 없어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한심해. 혐오스럽다고 내쳐지지 않는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할판에 욕심을 부리는 추한 꼴이라니. 

헤기는 연애를 해본적이 없어서 연인사이엔 무슨일을 해야하는지 잘 몰랐지만 뭔가 더 가깝고 따뜻하고 간질간질한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허크형이랑 두 손 꼭 잡고만 있어도 터져버릴것같은 심장과 붉어진 얼굴이 부끄럽지만은 않았다. 

사실 은근히 기대한것도 맞았다. 


"헤기."


허크가 의자에 앉아있는 헤기 뒤로 다가가 허리에 손을 넣었다. 뒤에서 안긴 꼴이 된 헤기의 심장이 쿵쿵 울려 허크의 가슴까지 닿았다. 내내 손 조금 잡아보고 한 두번 포옹해본게 다인 참이라 갑작스러운 스킨쉽은 언제나 긴장되고 떨렸다. 고백하던 날도 울던 헤기의 눈가에 눈물을 닦아주며 안아준게 고작이었는데.

헤기가 고개를 푹 숙이자 허크가 뒤에서 안아오는 힘을 더욱 주며 헤기의 귓가에대고 속삭였다.


"나는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바뀔지 그대로 일지는 모르는거지. 그래서 기다리는거다."

"무엇을..?"


헤기는 확신을 가지고 물었다. 이 사람은 내가 어려서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이기를."


헤기가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힘을 주자 의외로 허크가순순이 물러나 주었다. 헤기는 몸을 돌려 허크를 노려보며 외쳤다.


"그런게 어디있어요?! 형 눈에는 내가 아직 어려보이겠지만 난 혼자서 마족들 하고도 싸울만큼 컸고 강해요.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을 헷갈려 하거나 착각하지도 않아요. 난 형을 좋아해요."

"그게 그냥 동경일 수 도 있잖아."

"시작은 그랬을도 몰라! 왜 못 믿어요? 내가 시간이 지나면 허크형을 싫어하게 될까봐? 그런게 어디있어? 어떻게 그래?"


지금도 형이 너무 좋아 서러워서 눈물이 나는데. 


자신에게 고백할 때처럼 펑펑 눈물을 흘리는 헤기를 허크가 얼른 안아 품에 가두었다. 큰손이 들쭉날쭉 하는 작은 등을 토닥거리며 진정시켜주었다. 헤기는 허크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또 한편으로 달래주는 따뜻한 손길이 좋아서 가만히 눈을 감고 안겨있었다. 이런데 어떻게 안 좋아해.


한참을 안겨있던헤기가 얼추 진정되자 허크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 소리에 헤기가 돌연간 딸꾹질을 해댔다. 그 모습을 본 허크가 헤기를 들어올려 침대에 눕히곤 물을 잔에 담아 건네주었다. 눈가는 울어서 새빨게지고 딸국질 때문에 히끅 거리며 물을 받아먹는 헤기의 모양새에 허크가 피식 하고 웃었다. 


"왜 웃어요."

"웃겨서."


헤기가 다 마셨다고 건네주는 물컵을 받은 허크가 헤기의 코를 꼬집었다. 아아악! 왜에 구뢰여! 하고 헤기가 허우적거리며 저항했지만 허크는 볼살도 한번 꼬집어 주고나서야 손을 뗐다. 그러고도 헤기가 자꾸 딸꾹질을 하자 허크가 말했다. '이건 보험이야.' 헤기가 못알아듣고 '네?' 하는 순간 허크의 얼굴이 조심스레 다가와 헤기의 입술에 부딪혔다.

허크가 가볍게 입술을 대고 문지르자 헤기가 눈을 감으며 팔을 뻗어 허크를 감싸안았다. 천천히 벌린 헤기의 입새로 진득하게 입을 맞추며 감아오는 허크에 헤기가 신음을 흘렸다.


"우웅... 아..."


침대에 거의 눕게된 헤기를 아슬아슬하게 허크가 한손으로 기대 잡고 있었다. 방금 전 마신 물 덕분인지 촉촉하게 젖은 헤기의 입술이 미끌거려 더더욱 달아올랐다. 헤기가 열이 뜬 목소리로 형... 하고 허크를 재촉했다. 허크는 입술을 떼고 헤기의 쇄골에 고개를 박아 살짝 입을 맞추더니 말했다.


"더 이상은 안돼."

"뭐??!!"


헤기는 순간 '그런게 어딨어??!"하고 외칠뻔 했으나 입술을 꽉 깨물었다. 헤기가 심통이 나서 입술을 쭈욱 내밀며 쳐다보자 허크도 내심 이대로 멈추기는 영 기분이 안나는지 


"대신 원하는거 하나 들어줄께."


 깨물어 피가나는 헤기의 입술을 엄지로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그에 헤기가 대답하며 속삭였다.


 "다시 키스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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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마수들은 100년 전만해도 서로 마주 할 일이 없었으며 각자세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두 세계를 이어주는 문이 열려 문을 통해 나가 우연히 인간을 헤친 마수 한 마리만 아니었다면 수많은 사람과 마수가 죽은 전쟁이 일어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 전쟁에서 왕국을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며 그 영웅이 마왕을 죽이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마왕이 죽자 세상에는 마력이 사라지게 되었다. 인간들은 마력을 쓰지 못해 마법사를 보기 힘들게 되었으며 마법이 사라진 대신 기술과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마왕을 잃은 마수들은 혼란스러움을 이끌고 자신들의 세계로 들어가 버렸다. 그 이후에도 여전히 문은 열려있지만 인간도 마수도 서로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않는다는 불가침조약이 생긴지 100년째였다.

 

 

 

1.

 

최종합격 테스트요?”

 

내 옆에 앉아있던 헤기는 평소처럼 멍청한 얼굴로 물었다. 나도 겉으로 표는 안냈지만 내심 당황하고 있었다. 이미 한달 전 정식사원으로 인정 받은게 아니었나. 헤기 말고도 이 주 전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들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관리자를 바라봤다.

 

우리 회사는 어느 정도 회사에 적응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을 둔 뒤 최종테스트를 치룬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임시 사원 이었다는 소리였다. 회사 이름이 길드라고 할 때부터 알아봐야했나. 사원들을 길드원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부터가 이상했긴 했지만. 어쩐지 회사명성에 맞지 않게 길 안내라거나 잃어버린 물건 찾아주기, 도망간 애완동물 잡아오기 등등 자질구레한 의뢰만 맡기더라니! 왕실군도 이정도로 까다롭게 뽑지는 않겠다. 말로는 테스트라고는 하지만 실상 사원이 되고 겪는 첫 정식 의뢰임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 테스트란게 뭐지?”

 

 

 

 

“..........허크!”

 

잠시 생각에 잠겨 앉아 있던 내 앞으로 헤기 녀석이 얼굴을 들이밀며 내 이름을 연신 부르고 있었다. 뭐하고 있던 거냐며 로비에 일행들이 모여 있으니 빨리 가야한다고 나를 재촉했다. 정식 길드 원이 되려면 테스트를 치러야 한다고 며칠 전 들었다. 이번 신입 길드 원들에게 주어진 그 테스트라는 것은 국경근처에 위치한 광산에서만 생산되는 희귀광물을 구해오는 것이었다. 광산이 위치한 곳은 위험하기로 소문난 지역이면서도 광물 자체가 보안이 철저한 가운데 있기 때문에 가더라도 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서둘러야 한다는 녀석을 앞세워 로비로 내려가니 빈말은 아니었는지 모두들 짐을 챙기고 대기 중이었다.

 

어디 있다가 이제오세요.”

 

선임 중 한명인 이비가 특유의 나긋한 목소리로 덕분에 늦는다고 꾸짖으며 어서오라고 손짓했다. 그녀의 조금 진한 갈색 눈이 살짝 웃음 지어보였다. 갑자기 와서 대뜸 광산에 가야한다 말했던 그녀와는 대조적인 무뚝뚝한 선임 길원 카이는 다부진 체격에 말수가 적고 눈매가 날카로웠는데 그에게선 특유의 동쪽지역의 분위기가 났다.

같이 신입사원 신청서를 냈던 신입 사원 두 명은 거의 다른 나라에서 십 여년을 용병회사생활을 해왔던 자들이라 그들의 몸에서 드러나는 많은 상처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용병생활을 그만두고 이런 의뢰회사에 들어온 것은 아마도 이 회사의 진짜 업무를 알고 찾아온 것이리라.

 

다들 모인 것 같으니 출발하죠. 서둘러서가야 할겁니다. 기차를 타고 간다고 해도 요즘 다시 마수들이 출현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니 밤에는 국경 근처에선 움직일 수 없을듯합니다.”

 

마수들이 다시 출현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자기보다 신참인 허크가 반말을 해도 그녀는 웃어 넘어가주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은 모두 아시다시피 ‘barrier’ 안쪽 입니다. 원래부터 마수들이 가끔씩 출현하기도 해서 위험지대죠. 문이 열려있으니 마수들이 길을 잃고 가끔씩 나오거든요. 그러나 최근에는 그 출현빈도가 잦아졌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주 하급마수들이라 저희에겐 그다지 위협은 안되지만 만약이라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인간들은 마수가 문을 통해 나와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전쟁이 끝난 뒤 문을 둘러싸는 벽을 만들었다. 그 벽에 둘러싸인 지역을 barrier라고 이름 붙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barrier지역과 다른 지역의 이동은 나름 자유로웠고 국가에서는 이라는 것을 관광 상품으로 팔기까지 했다. 매년 문을 보러 다른 나라에서 오는 관광객만 해도 수십 만 명이었다. 물론 언제 마수가 뛰어나올지 모르는 위험한 지역이긴 했지만 이 세상엔 스릴과 모험심에 겁을 팔아먹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barrier밖 지역들은 관광도시가 되어 발전한지 오래였다.

 

왜 무서운가 봐요? 마수가 나타나서 허크 목을 콱 하고 물어버릴까 하고 걱정 하는건 아니겠죠.”

 

옆에서 자신의 짐을 다 챙겼는지 확인하던 헤기가 허크를 쳐다보며 말했다. 헤기는 자신과 같은 신입사원인데, 면접을 받을 때는 나타나지도 않다가 합격발표가 났을 때 처음 얼굴을 보이고는 낙하산으로 합격했어요. 잘 부탁해요.” 하고 웃던 녀석이었다. 한마디로 재수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녀석이다. 누군 여기 회사에 합격하려고 얼마를 쏟아 부었는데...

 

너나 조심해. 그 가느다란 팔뚝으론 총도 못 쏠 것 같으니까.”

전 전투요원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요.”

퍽이나.”

 

그럼 왜 이 회사에 들어 온 거야? 심부름센터에나 들어갈 것이지. 한 달 동안 심부름센터 같은 일들만 잔뜩 하면서도 재미있다고 하하 호호 거리던 헤기였다.

공식적으론 의뢰내용을 가리지 않지만 이 회사가 하는 일은 거의 대부분 전투능력이 필요한 일들이었다. 신입 사원들을 데리고 여행 가듯이 가는 이 의뢰도 사실 알고 보면 barrier 안쪽으로 들어가는, 위험도로 따지면 수도 한복판에서 테러를 벌이는 수준의 의뢰였다. 그리고 방금 전 이비가 내뱉은 말에서도 위화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하급마수라 하더라도 사람 열명 정도는 순식간에 죽일 수 있는 파괴력이 있는데 그걸 보고는 별 위협이 안된다니 저렇게 보이는 이비도 사실은 보통 사람들을 뛰어넘는 전투 능력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식 사원 중에서도 몇 명밖에 없다는 간부일 리가 없다. 그 간부 2명이 따라 붙는 만큼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아직 밖은 날씨가 좀 춥네요.”

 

열다섯 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기차로 달려 도착한곳은 barrier와 가장 인접한곳에 위치한 국경 근처 도시 소르메 였다. 거의 반나절을 기차 속에서 달려와 온몸이 뻐근해 어서 호텔에 들어가 침대에 눕고 싶었다. 이비가 모두를 불러놓고 내일 새벽 barrier안으로 들어갈 것 이니 다들 푹 쉬어두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그다음에 한 말은 허크를 편히 쉴 수 없게 만들었다.

 

방 하나당 두 명씩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여기 903호는 허크랑 헤기씨 두 분이 같이 쓰시면 되요. 여기 열쇠요.”

 

다른 사람과 같이 쓰면 안되냐는 질문에 이미 리시타씨와 카이씨께서는 방으로 들어갔으니 신참끼리 방 같이 쓰면 좋지 않냐면서 방으로 올라가버렸다.

근데 리시타랑 카이 저 둘은 뭔데 지들끼리 먼저 올라가?

 

저 둘은 연인이거든요.”

, 그렇군.............뭐어어????!!!!!”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헤기가 둘의 사이를 설명해주었다. 내가 놀라워한다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은 듯 녀석은 어깨를 으쓱 해보이더니 더 심각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카이아저씨는 리시타 형이랑 둘만 있을 때 형을 허니라고 불러요.”

넌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낙하산이니까.”

 

저 둘의 사이를 알고 있을 정도의 친분이 있을 줄이야. 이 회사는 보안이 철저해서 드러난 정보가 적었다. 회사 내에서는 사장의 정체는 물론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점점 더 이 녀석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며칠 전 애들을 시켜서 조사를 해놓으라 말해놓긴 했다. 이런 회사에 낙하산으로 무작정 들어오는 녀석은 없다. 더욱이 이 회사의 정체를 아는 사람일수록.

 

호실은 침대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고 욕실이 딸려있는 깔끔한 방이었다. 여행경비를 모두 회사 측에서 부담을 한다 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관광도시답게 호텔 숙박비가 다른 도시보다 비싼 감이 없지 않아 있음에도 좋은 호텔을 잡아 준 것이었다.

 

먼저 씻을래요?”

 

.”

 

안 그래도 먼저 씻을 생각이었던 허크는 헤기가 양보를 해주자마자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리자 헤기가 탁자위에 있던 라디오를 켜 볼륨을 높인 후 테라스로 걸어갔다.

 

샤워를 다 마친 허크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본 것은 테라스를 활짝 열어놓고 바깥풍경을 보고 있는 헤기였다. 아직 밤에는 공기가 찬 탓에 샤워가운만 걸친 허크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자 인기척을 느껴 뒤를 돌아본 헤기가 서둘러 테라스 창을 닫았다.

 

미안해요.

 

됐어. 어서 씻고 자.”

 

헤기가 알았다며 욕실로 들어가자 옷을 갈아입은 허크는 호텔을 나와 인근 우편물 취급소로 가서 자신의 이름 앞으로 온 우편물을 찾았다. 갈색 갱지로 된 편지봉투는 얼핏 보면 평범하지만 봉투를 뜯으면 안쪽에 아주 작게 암호가 적혀있었다. 근처 건물 화장실로 들어가 편지를 다 읽은 후 종이에 불을 붙여 태워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다.

 

편지는 며칠 전 명령한 헤기에 대한 조사 내용이었다. 헤기는 중부지방의 케르 라는 작은 도시에 위치한 고아원 출신이었다. 나이는 올해 18.  작년 부터 수도로 올라와 여러 가지 일을 시작했고 특정한 주거지 없이 일하는 곳에서 숙식했다. 몇 개월 전에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한 기록이 있는데 레스토랑의 단골이던 길드원인 리시타, 이비와 친해져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뭔가 걸리는 것이 없는 것이 더 수상했다. 보통 친해졌다고 위험한 일을 하는 회사에 일반인을 가입시키는가? 그들은 그런 멍청한 짓을 할 인물들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미 손을 써둔 상태라는 소리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캐볼 수밖에.

 

호텔로 돌아가자 룸서비스를 시킨 모양인지 탁자위에 과자를 늘어놓고 먹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초콜릿을 좋아하는지 죄다 초코 칩 쿠키, 초코 머핀, 초코 마카롱 등등 쳐다만 봐도 입안이 달아 인상이 구겨졌다.

허크가 인상을 쓰고 과자들을 쳐다보는 것을 먹고 싶어서 쳐다본 것으로 오해했는지 헤기가 쿠키하나를 들어 허크에게 내밀었다.

 

아니.”

 

허크가 눈에 힘을 주며 거절하자 그럼 말구라며 헤기가 뻗었던 손을 자기 입으로 가져가 과자를 먹었다. 저렇게 밤에 과자를 먹어대는데 살이 안찌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디 갔다 온 거에요. 호텔 밖에 나갔다 온 것 같은데.”

 

바람 좀 쐬러.”

 

아까는 춥다고 싫어했잖아요.”

 

아깐 샤워 한 직후라서 그랬던거고.”

 

헤기는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허크가 마주보고 있는 의자에 앉은 후 헤기에게 말을 걸었다.

 

케르 출신이던데.”

 

, 어떻게 알았어요?”

 

우연히.”

 

헤기를 쳐다보는 허크의 눈은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 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케르 출신이라는 것을 안다는 소리를 했다는 것은 이미 너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협박하는 것임을 헤기가 알아챘다. 과자를 먹던 손을 멈추고 눈을 마주봐오더니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특이 사항이 없는 게 수상해서.”

 

그게 수상할 일인가요?”

 

무척 수상하지. 회사에 들어 올 이유가 없잖아.”

 

일반인들은 그저 의뢰를 들어주는 회사로 생각하지만 사실상 인간병기들의 집합소인 이곳은 보통 사람이라면 가입 불가하다. 그게 아무리 사장의 할아버지라고 할지라도 예외는 없다고 들었다. 헤기는 심기가 불편 하다는 듯이 눈썹 한쪽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렇게 의심하니 별 수 없지. 실례.”

 

헤기가 의자에서 일어나 재빠르게 탁자위에 놓여있던 잼 나이프를 들어 자신의 왼쪽손등에 박아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허크가 의자를 밀치며 일어나 소리쳤다.

 

지금 무슨!!”

 

헤기는 허크가 소리치건 말건 자신의 왼손을 관통한 나이프를 단숨에 빼내었다. 당연히 나이프를 빼는 순간 헤기의 피가 탁자위에 흩뿌려졌다. 출혈이 심해 당장이라도 지혈을 해야 하는데 웬일인지 손을 관통한 당사자는 여유만만하게 웃고 있었다. 헤기가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왼손에 거의 닿을 정도의 높이만큼 가져가자 밝고 작은 하얀 구체들이 상처 주위에 생기기 시작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을 관통한 상처들은 말끔히 치료가 되었다. 탁자 위 그리고 헤기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 뭍은 피가 아니었다면 헤기 자신의 손에 나이프를 박았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였다.

 

치유.... 마법...!”

 

100년전 마왕이 죽은 후 마력이 사라져 인간들은 마법을 쓸 수 없게 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마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마수들과는 달리 지상에 퍼져있는 마력을 모아서 쓰는 인간들은 지상에 퍼져있는 마력의 원천지가 마왕이라는 사실을 몰랐었다. 마왕이 내뿜는 마기에서 나오는 마력은 아주 적은 양이었지만 그 마력들을 모으고 정제해 마정석으로 만들어 인간들은 마법을 쓸 수 있었다. 마왕이 사라지자 지상에 있던 마력들은 사라졌고 남아있던 마정석들의 마력이 다하자 인간 세상에는 마법이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마수처럼 마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인간이 있다고 들었다. 그들은 마수처럼 마정석 없이도 마법을 쓸 수 있었지만 가지고 있는 마력의 양이 턱없이 부족해 그들이 쓸 수 마법은 아주 간단한 기초 마법들뿐이었다. 그것조차 1~2년이 지나면 마력을 소진해 쓸 수 없다고 한다. 국가에서는 이런 자들을 잡아다가 연구소에 가둬놓고 어떻게 하면 그들의 몸속에 있는 마력을 채취 할 수 있는지 밤낮으로 실험한다고 한다.

 

지금 헤기가 시전 한 치유마법은 100년 전에도 시전 할 수 있는 자가 극히 드물었다는 최상위 마법이었다. 시전 시 마력소모가 심해 어지간하면 쓰지 않았던 데다가 시전자의 체력까지 깍아 먹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허크의 눈에 보이는 헤기는 힘든 기색도 없이 반듯하게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자가 존재 한다는 걸 국가에서 알게 된다면 군대를 끌고 와서라도 납치해 평생 죽을 때까지 실험체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실험실생쥐처럼 살기 싫으면,

 

너 그 능력 밖에서 절대 쓰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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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님 헤기가 임무를 열심히 돌아서 생각난 썰

 

 

 

 

 

헤기. 16. 낮에는 가게를 전전하며 일을 하고 밤에는 일을 주는 중계상인들에게 임무를 받아서 돈을 번다. 부모님은 없고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형이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그 형이라는 사람이 도박에 미친놈이라 그만 헤기 앞으로

 

 

오늘 임무는 뭐야?”

 

 

빚을 2억이나 떠안기고 죽었다.

 

 

 

 

이번일은 꽤 짭잘 한거야.”

 

뭔데?”

 

뭐 의뢰인이 직접 보고 사람을 뽑는다고 해서, 미리 말해줄 순 없고. 궁금하면 4번가 뒷골목 주점으로 가봐.”

 

 

평소에도 잔금을 많이 떼먹는 편이지만 일하나는 잘 주는 터라 즐겨 찾던 중계 놈이 오늘은 큰 건이 잡혔다며 헤기를 꼬드겼다. 형이 소싯적 알려줬던 단검 술로 그럭저럭 자기 몸 하나 지킬만한 능력이 있던 헤기는 임무라고 불리는 일을 해왔다. 임무라고해도 별 시덥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집 나간 고양이 찾기, 밭 파헤치는 멧돼지 잡기. 같은 간단한 것이다. 그런 것들은 해봐야 몇 푼 벌지도 못하지만 오늘처럼 뒷골목에서 의뢰하는 임무는 벌이가 좋다. 물론 그런 임무들은 위험하고 불법적인 것들이 끼어있어서 헤기는 그런 임무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라면 거절했을 그 임무가 그냥 누구대신 서있으면 된다고 절대로 위험한거 아니라고 하는 통에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살던 집주인이 밀린 월세와 저번에 고리대금업자들이 난리치고 가 부셔진 벽수리비를 내놓으라 재촉하는 바람에 헤기는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임무인지 확인만 하고 위험할 것 같으면 발 빼자는 생각이었다.

 

 

 

주점은 생각보다 고급 졌고 사람들이 많았다. 헤기는 카운터로 가서 중계가 준 코인을 건네며 허크를 만나러 왔다고 전했다. 바텐더는 코인을 받더니 헤기를 위아래로 살피고 곧 안으로 들어갔다가 몇 분 후 들어오라는 말을 전했다. 길게 이어진 통로를 한참 걸어갔을까 드디어 헤기는 허크 라는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네가 헤기?”

 

 

그곳에는 거대한 재규어를 닮은 남자가 여자들을 끼고 포커를 치고 있었다. 천막이 쳐진 홀은 담배연기로 자욱하게 변해 있어 헤기가 눈을 찡그렸다.

중계상인이 언제 헤기이름을 알려 준건지 남자는 헤기를 보자마자 이름을 부르며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런 모습이 부담스러워 얼굴을 돌리며 헤기가 물었다.

 

 

무슨 임무인지 듣고 싶어서 왔어요.”

 

아아, 별거 아냐. 내가 바빠서 사흘 후에 나 대신 아는 사람한테 선물 좀 건네주면 돼.”

 

그게 다..... 에요?”

 

그래.”

 

 

거짓말. 헤기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지인에게 선물을 준다면서 중계상인을 통해 의뢰를 한다? 미심쩍다는 듯 헤기가 쳐다보자 허크가 예의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

 

 

정말이야, 꼬맹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 위험한 일이었다면 너 같은 풋내기 시키지도 않아.”

 

 

그건 맞는 말이었다. 헤기는 이쪽사람은 아니 였으니까. 헤기가 머뭇거리자 허크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생각해 보겠다며 헤기는 집으로 돌아갔다.

 

 

뭐 네가 싫다면 강욘 안 해. 난 네가 맘에 들었지만.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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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묵비권이 있으며, 법정에서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손목이 뒤로 꺾여져 수갑이 채워지는 소리가 났다. 헤기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았지만 경찰차 본네트 위에 쳐박혀지는 머리가 울려 그마저도 포기했다.

 

마약밀매

 

헤기가 붙잡힌 죄목이다. 그에 더해 헤기는 가방을 건네줄 때 자신을 허크 라고 소개했다. 허크는 뒷골목에서 유명한 조직의 보스로 경찰들이 예의 주시하며 노리는 거물급 인사였다. 용의주도하고 얼굴을 잘 비치지 않으며 이름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인. 그런 허크 라고 자신을 소개한 헤기에게 허크가 저지른 수많은 악질 죄목들이 뒤집어 씌워지기 시작했다.

 

살인’ ‘무기밀수’ .......

 

 

경찰들은 헤기가 허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허크를 잡았다고 언론에 밝혔다. 진짜 허크가 나타나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하지만 수일이 지나도 잠잠했고 감옥에 갇힌 헤기는 경찰들과 검사들에게 치여 조그마한 몸을 떨며 울었다. 아니야. 내가 한게 아니야. 난 잘못한게 없어. 왜 내말은 안 믿어줘요?

 

며칠 후 예정대로 허크, 아니 헤기의 재판이 진행 되었다.

 

 

피고인은 모월모일모시 항구에서 마약을 거래한 사실을 인정합니까?”

 

“.......저는 몰...라요...”

 

그럼 이 하얀 가루는 마약이 아니라 설탕이라는 소리십니까? 이미 성분 분석이 끝난 상태의 가루를 증거물로 제시합니다.”

 

 

검사는 신이 나서 헤기에게 죄목을 읊었다. 대부분 헤기가 듣도보도 못한 허크가 저지른 범죄라 가만히 있었지만 항구에서 있었던 일 만큼은 헤기도 억울했다. 하지만 돈이 없어 입이 돌아갈 금액의 비싼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었던 헤기는 텅 빈 변호사 석을 쳐다보고 고개를 숙였다.

 

일방적인 심문이 끝나고 판사가 손을 들었다.

 

 

피고인은 오래전부터 악질의 범죄를 일삼으며 폭력집단의 우두머리로써 행동을 해왔고 그 죄목이 심히 많아........”

 

 

검사와 판사, 그리고 헤기. 몇 명의 경찰만이 존재하는 재판소의 공기가 조용했다.

 

 

사형에 처한다.”

 

 

 

. . .

 

 

 

-------------------------------------------------------

 

 

 

 

차가운 바닥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두 손이 앞으로 포박된 헤기가 옆으로 누워 있다가 천장을 바라보며 몸을 돌렸다. 지금 자신의 꼴이 너무 우습고 한심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애초에 그런 놈들이 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헤기는 한번 버리고 말 장기였고 버리는 패였다. 그걸 알면서도 ........

 

헤기는 이빨을 갈며 분노했다. 이런대서 그놈대신 죽어줄 수 없었다. 찾아가서 멱살이라도 잡아야했다. 헤기는 세면대로 다가가 개수대를 살폈다. 노즐 밸브를 갈아서 얇게 검으로 만들면 눈치 채지 못하게 품에 숨겨둘 만한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일 밤 옆 수용소 사형장으로 헤기가 운송되는 그 시점이 탈출의 마지막 기회다. 헤기는 탈옥....아니, 자신의 필사의 외침을 들어 주지 않는 지옥 따위 박차고 나가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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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크는 며칠 새 주위에 알짱거리는 강아지새끼한마리가 있다는 걸 느꼈다. 밑에 놈들이 알아서 처리해 강가에 버려두었다 길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그 강아지 새끼가 건물을 나오는 자신의 멱살을 다짜고짜 붙잡자 흥미가 생겼다.

 

당신 때문에!!! 내가!!”

 

 

허크의 절반 정도 오는 작은 크기의 헤기가 달려드는 조직원들을 단검으로 쳐내며 끝까지 허크의 멱살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푸른 불빛에 작은 단검이라니 수년전 도박장에서 행패 부리던 남자가 쓰던 것과 유사해 보였다. 그때에도 특이해 유심히 봤던 터라 허크는 관심을 가졌다.

쓸 만 할 것 같다. 허크가 헤기에게 느끼는 두 번째 감정이었다. 허크는 단검을 휘두르는 헤기의 손짓을 피하며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허크의 손 하나에 헤기의 얼굴이 다 감싸 쥘만큼 거대한 주먹이 헤기의 복부를 때렸고 헤기는 그 자리에서 외마디 신음과 함께 기절했다.

 

독방에 넣어놔.”

 

허크가 옆에 있던 조직원에게 명령했다.

 

 

이틀 째, 아니 길거리에서 경찰들을 따돌리며 뒷골목에 숨어 있던 시간까지 합하면 사 일째. 가끔 죽지 말라고 물과 음식을 주고 가긴 하는데 그것도 헤기가 난리를 치는 통에 거의 땅에 쏟아 부어 버리는게 대부분. 그렇게 몇 번의 실랑이가 지나가고 마침내 허크가 독방에 찾아왔다.

 

 

눈 떠.”

 

 

허크의 낮은 울림이 방안을 울렸다. 헤기는 기운이 없어 눈으로만 허크를 노려보았다.

 

 

내가 잘못 한 거라고 생각하나?”

 

헤기가 눈을 감았다 떴다. 맞다고 대꾸하듯.

 

 

난 내 대역이 필요했고. 넌 돈이 필요했고, 우리 둘 사이에는 이해관계가 충족된 상황이었지. 근데 넌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돈이 없는게 잘못일까? 가난한게 죄일까? 아니야. 그건 죄가 아니지. 그 자체로는 말이야. 근데 넌 선택을 했고 내가 제시한 대가를 돈으로 산거지. 근데 그게 잘못 된거라면. 내가 잘못했을까, 네가 잘못했을까?”

 

 

머리가 아프다. 솔직히 배도 너무 고프고 손에 힘이 안 쥐어 진다. 이렇게 단둘이 있을 때 얼른 저놈의 목을 따버려야 하는데. 하고 헤기가 생각했다.

 

 

그럼 돈을 가지게 된 넌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자신이 있나?

 

 

 

헤기는 허크의 말을 끝으로 눈을 스르륵 감았다.

 

헤기는 폭신한 침대에 한 쪽 팔에 링겔을 꽂고 있는 채로 눈을 떴다. 곧 문이 열리고 고소한 스프냄새를 풍기며 허크가 다가왔다. 그는 헤기의 얼굴 앞에 그릇을 내밀며 처먹으라고 했다. 헤기는 싫다고 저항했으나 뱃속에서 울려오는 꼬르륵 거리는 소리에 그릇을 받아 쥐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스푼을 힘껏 잡고 퍽퍽 퍼먹었다. 스푼이 스프를 한 숟가락 뜰 때마다 그릇 안으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난 당신 죽일꺼에요.”

 

그래. 해봐.”

 

난 잘못한거 없어요....”

 

그건 내 밑에서 천천히 생각해봐.”

 

 

내가 왜 당신 밑으로 들어 가냐고 헤기는 생각했고. 스프가 너무 맛있어 눈물이 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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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뒤 헤기는 허크의 옆에서 같이 일하는 사이가 되었다. 허크의 조직에 들어가게 된 초반에는 틈만 나면 허크의 등을 노렸지만 그때마다 헤기의 손목을 꺾으며 허크는 여유를 부렸다. 바득바득 갈며 검술을 연마하고 주위에 물들어 험한 일을 시작하고. 헤기는 그렇게 스스로 바뀌어갔다. 이제는 허크를 죽이겠다는 다짐은 변색되고 약속인지 질문인지 모를 의문만 남아있었지만 그마저도 바쁜 일상에 잊어버리고 있었다.

조직에 있으면서 헤기는 월급도 받고 일하며 착실하게 빚을 갚아나갔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금액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3년 새 빚을 절반이나 갚았지만 아직도 1. 차용증을 쌓아두고 한숨을 쉬는 헤기를 보며 허크가 언제나 질 나쁜 장난을 쳤다.

 

 

그 예쁜 얼굴 뒀다 뭐에 써? 내가 한번 여자를 안으면서 얼마 쓰는 줄 알면 너도 생각이 달라질텐데?”

 

서류나 치우시죠,”

 

천 만원이야. 그럼 열 번만하면...뭐 니가 내 정부가 되면 엉덩이봐서 빚 갚아 줄 수도 있고.....

 

 

헤기가 허크의 어깨를 환영 검으로 살짝 스쳤다. 삼년 간 허크 밑에서 헤기는 배울 것 못 배울 것 가리지 않고 배웠다. 헤기가 조금 여리고 얼굴이 반반하다는 이유로 쏟아지는 질 나쁜 성희롱을 견뎌내며 헤기는 누구보다 지랄 맞게 자랐다.

헤기는 별 일없으면 왜 불렀다고 화를 냈다. 허크는 그제서야 정장 한 벌을 헤기에게 던져주며 오늘밤열릴 파티에 같이 가야한다고 했다.

 

중앙의 퇴역군인 출신 귀족의 손녀딸 생일파티였다. 헤기는 차를 타고 가면서 허크에게 대충 설명을 들었다. 그냥 얌전히 있어. 어짜피 필요한 걸 얻기만 하면 끝이니까.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는 화려하고 불편했다. 이런 곳은 처음인 헤기가 긴장한 티를 내지 않도록 옷깃을 다듬었다. 허크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모 귀족집안의 도련님처럼 꾸몄다. 비서라고 소개된 헤기는 어느새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오늘의 주인공인 손녀와 군인에게 다가간 허크를 지켜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사람들에게 치어 밀려났다. 헤기가 한창 구석에서 와인을 들이키다 어느새 손녀와 화기애애하고 웃으며 대화를 하는 허크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신사적이고 부드럽고 예의바른 허크라니. 피식 하고 웃음이 났다. 헤기에겐 언제나 엉덩이를 주무르며 야한 농담을 하는 허크가, 뒷골목 놈들에게 욕을 하며 발길질을 일삼는 허크가, 칼을 들고 피에 젖어있는 허크가 익숙하고. 또 그게 그의 본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다.

괜히 이곳에서 허크의 본래 모습을 알고 있는게 자신뿐이라는 우쭐해지는 마음에 헤기가 술을 더 입으로 가져다 댔다.

귀족아가씨, 허크가 저렇게 가식적으로 웃어줘도 속지마세요. 완전 개새끼니까요.

 

헤기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귀족 아가씨는 허크에게 푹 빠진 것처럼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퇴역군인인 그녀의 할아버지조차 듬직하고 잘생긴 허크를 마음에 들어 했다. 헤기는 괜한 마음에 짜증이 났다. 허크가 데이트를 할 때 운전기사로 헤기를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저 새끼는 왜 날 데리고 간담. 배알 꼴리게 시리. 젤라또를 각자 손에 쥐고 활짝 웃는 허크와 아가씨의 모습에 헤기는 자기 손에 들린 젤라또가 처량해보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의 할아버지는 허크를 자신의 개인소유 무기 공장에 불러들였다. 허크를 사위 삼고 싶다는 말에 허크는 당연한 말씀이지 않습니까 장인어르신.’이라고 가식을 떨었다.

 


그리고 그 날 밤. 무기 공장이 허크의 조직에 의해 털렸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새벽, 허크의 조직과 예전부터 마찰이 심했던 조직에게 허크는 공격을 가했다. 헤기는 내 등이나 잘 지켜.’ 라고 말하는 허크의 말을 듣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잔챙이들을 처리했다. 숫자는 거의 비등비등했으나 허크가 들고 온 많은 양의 무기에 상대는 괴멸했다보스를 처리하고 몇 남은 놈들도 도망을 가 다시는 안 올 기세였고 본거지 지하에 있던 노예들과 성매매에 끌려온 여자들이 풀려났으며, 그리고 수많은 히로인, 코카인..... 하얀 백색가루들이 불태워졌다. 판다면 평생을 놀고 먹어도 될 량의 마약을 불태워 버릴거면서 왜 조직을 친 건지 헤기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거 한 포면 빚 반절은 갚을 텐데.

 

 

그렇게 불타오르는 건물을 뒤로한 채 허크는 헤기를 데리고 도망을 쳤다. 물론 다른 조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무기고를 털렸다는 사실을 알아챈 귀족 나으리가 사병을 이끌고 허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잠잠 해질 때까지 해외로 피신해 있을 거다.”

 

 

헤기는 허크가 이끄는 대로 끌려 태어나서 난생처음 먼 이국땅을 밟았다. 그곳은 헤기의 나라와 조금은 다른 모습이어서 처음에는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허크는 추격자가 붙었다며 어느 날은 호텔에 틀여 박혀 입욕제 푼 욕실에서 나오지 않았고(돈 없다고 한방에서 자게 했다) 한곳에 오래 있으면 또 안 된다며 사람 많은 야시장이라는 곳에 데려가서 만두와 요리를 먹었다. 가끔 추격자라며 허크가 골목으로 숨어 헤기를 품안에 가득 넣고 큰 손으로 입을 틀어막을 때는 내심 불안하면서도 얼마안가 밖으로 나와 거릴 거닐면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그래도 한 달 동안이나 허크가 흩어진 조직원들과 연락 할 방법도, 추격자들을 따돌릴 방법도 생각하지 않은 채 피둥피둥 노는 모습에 헤기가 의문을 가졌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고.

 

 

어느 날 허크가 헤기를 데리고 큰 대로변에 위치한 기관 건물로 들어갔다. 헤기는 질색하며 위조된 여권으로 밀입국한 주제에 어딜 가냐고 허크를 붙잡았다. 허크는 괜찮다고 헤기를 잘 타이르고 곧 창구에서 서류봉투를 들고 왔다. 헤기가 그 서류에 의문을 가지자 허크가 나중에 알려준다며 품 안으로 숨겼다.

 

그 이후 허크가 헤기를 영화촬영 테마파크에 데려갔다. 뜽금 없는 장소에 헤기가 불만을 표했지만 허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헤기를 재판소 세트장에 끌고 갔다.

 

 

재판소.

 

 

헤기가 숨을 들이마셨다. 긴장한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지만 허크가 헤기의 옆구리에 손을 넣고 들고 가는 바람에 의자에 앉혀졌다. 졸지에 피고인자리에 앉게 된 헤기가 허크를 쳐다보았고 허크는 검사 측 자리로 가 걸려있던 검사 복을 입고 이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피고인은 모월모일모시 항구에서 마약을 거래했습니까?”

 

“.........”

 

“.......죄를 지은 적이 있습니까?”

 

 

허크가 다시 물었지만 헤기가 침묵했다. 허크는 헤기가 별 말이 없자 이번에는 변호사 쪽으로 걸어가 검사 복을 벗고 변호사 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피고인은 허크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허크가 아닙니다. 중계상인에게서 임무를 받아 행했을 뿐이고 그 때 당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건이 마약이었단 사실을 모른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조직원리스트에 올라가지 않은 선량한 일반 시민이며 과거에 이러한 일을 행한 적이 일체 없습니다.”

 

 

헤기가 변호사흉내를 내는 허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3년 전 사람 하나 없던 빈자리에 헤기대신 있었어야할 허크가 서있다니 너무 아이러니했다. 그 때도 변호사가 있었다면 헤기에게 저런 변호를 해줬을까? 내편 하나 없던 그 곳에서 헤기의 편을 들어주며 부당하다고 외쳐줄 자가 있었느냔 말이다. 어느새 헤기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허크는 마지막으로 재판관자리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피고인은 마약을 운반하는데 가담하긴 했지만 그 사실을 몰랐으며 조직원도 아니고 허크 본인도 아니며 그에 제시된 범죄를 한 적이 없다는 것으로 판결되어 무죄를 선고한다.”

 

 

허크가 판사봉을 치자 헤기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그때 내가 누명 쓴게 미안해서 그러는 거라면 꺼져버려! 아니 나한테 이럼 안돼!! 안된다고!! 그 일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거 잖아. 당신 때문에.....”

 

 

 

지금도 허크는 탈옥한 탈옥범으로(헤기가 한 짓이지만) 경찰들이 쫒고 있는 신세였고 워낙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허크의 곁에 붙어있던 덕분에 헤기는 지금 까지 안전하게 있으며 그 결과 이 모든 걸 만들어낸 장본인이 허크라는 걸 잊은 채로 안일하게 있었다.

헤기가 고개를 숙이고 엉엉 소리 내 울었다. 억울해, 근데 이 세상 그 누구도 내편을 들어주지 않았는데.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걸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 허크, 그밖에 없었다.

 

헤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울었다. 그런 헤기를 허크가 번쩍 안아들어 판사자리에 앉히고 자신은 피고인석에 앉아 헤기를 올려다 보았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의 죄를 말씀해 주십시오.”

 

 

 

한참을 울던 헤기는 새빨갛게 부은 얼굴로 허크를 노려보았다. 저 가증스러운 사람.

 

 

피고인은 오래전부터 악질의 범죄를 일삼으며 폭력집단의 우두머리로써 행동을 해왔고.... 그 죄목이 심히 많으며 쓰레기같고.... 엿같고...지랄같으니.............

 

 

 

 

 

사형에 처한다.”

 

 

 

 

 

 

 

-------------------------------------------------------------------

 

 

 

 

 

 

호텔로 돌아온 헤기는 눈가에 얼음을 대고 누워있었다. 너무 부어 눈이 잘 안 떠지는 바람에 허크가 호텔까지 헤기를 업고 왔다.

3년전 서로의 잘잘못을 따져보자고 말했던 허크가 이제야 떠올랐다. 이제 헤기는 그 시절의 깨끗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허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때릴 줄 알고 비열하게 행동 할 줄도 안다. 이젠 허크나 헤기나 별반 다를 바가 없어진 와중이지만 그 재판은 3년 전의 죄를 가리는 재판이었다.

 

 

재판장님 이제 제 목숨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 닥쳐요,.. .”

 

 

호텔에 와서도 재판놀이에 심취한 허크가 얄미워 헤기가 욕설을 내뱉었다. 허크는 재판장님 재판장님 정녕 절 죽이실껍니까? 하고 헤기의 다리를 붙잡았다. 이 사람이 진짜!!!

 

 

눈은 좀 가라않았냐.”

 

“........”

 

허크가 큰 손으로 헤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이리저리 살폈다.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대 헤기가 뒤로 살짝 허리를 뺐지만 다시 다가오는 바람에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헤기가 침대에 걸터앉자 허크도 따라 옆에 앉았다. 그리고 짐짓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헤기, 말해줄게 있어,”

 

뭔데요.”

 

그 영감탱이가 우릴 못 쫒아오게 하는 방법이 있어.”

 

 

헤기가 그런게 있었으면 진작 하지 그랬냐고 허크의 등짝을 쳤다. 추격자 있다며! 허크가 일부러 맞아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나는 이중국적자야. 이 나라에서 원래 태어났는데 헤기 너와 내가 살던 그 나라에서 오래 살아서 시민권도 얻었지.”

 

그래서요...?”

 

저쪽나라 국적을 포기했다. 난 이제 외국인인 셈이지. 저 나라에. 그리고 국제법상으로 외국인을 체포하려면 그 나라의 허가가 필요하게 돼. 근데 저 영감탱인 경찰도 군인도 이제 뭣도 아니니 쫒아오려면 엄청 힘들 거다. 뭐 거리도 멀어서 제대로 쫒아오고 있으려나.”

 

 

헤기는 허크의 말을 듣다가 문뜩 그럼 거리에서 봤다는 추격자들은 뭐지? 하고 의문이 들었다.

 

 

그냥 니가 쪼는게 귀여워서.......”

 

 

헤기의 조그마한 손이 허크의 명치를 가격했다. 헤기는 그럼 시간만 지나면 어느 정도 안전해진다는 소린가 싶었다. 그런데 허크는 이제 외국인이 됐다면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는 소리인가. 흩어진 조직원들은? 헤기는...? 지금 허크랑 같이 있는 자기는 아직 그 나라 국민이 아닌가?

 

나는요? 허크는 그렇다 치는데 나는 붙잡히면...!”

 

아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나랑 결혼하면 너도 이 나라 국민이 돼.”

 

 

 

자기는 어쩔꺼냐 물으려던 헤기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뭐라고?

 

결혼??”

 

그래.”

 

누가?”

 

너랑 나

 

“???????”

 

 

얼굴이 일그러지며 물음표를 내뿜는 헤기에 앞에 허크가 아까 낮에 챙겼던 서류를 보여주며 더욱 황당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우리 혼인신고서다.”

 

 

 

 

헤기의 두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미 완벽하게 지장까지 찍힌 서류는 통과되어 법적으로 허크와 헤기는 부부사이가.......되었음을.....증명합니다.... 이 난리가 나있었다. 지장은 언제 찍은거지? 찍은 기억이 없는데.

 

 

자는 사이에 몰래 찍었지.”

 

 

이 결혼은 사기야!!!무효라고!!!! 헤기가 울부짖었다.

 

 

아 참, 이 나라 법상 부부 중 한사람이 진 빚은.......공동 책임이야.”

 

??”

 

헤기 너 때문에 나도 빚쟁이가 되었다 이 말이지. 어떡할 거야?”

 

...누가 그러게 멋대로 결혼하랬어요?!!”

 

어쩔 수 없지. 이거 다 내가 갚아야겠네. 근데 넌 빚이 없어지지만 난 갚아봐야 별로 얻는 것도 없고~ ”

 

...만지지 읏....마요!”


 

 

허크가 헤기를 어느새 침대로 쓰러트리고 허벅지를 슬금슬금 만지고 있었다. 허크 품안에 전부 들어오는 헤기의 위로 깊은 그늘이 졌다. 헤기가 마구 주먹을 휘두르며 허크를 밀어 냈으나 허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때, 이제 부부가 된 마당에. 정부보다 더 찐한 일을 해도 괜찮은 사이잖아?”

 

 

하룻밤에 천만원. 헤기가 허크가 흘렸던 농담을 기억해냈다.

허크의 입술이 어느새 헤기의 입술을 삼켰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허크가 헤기를 꽉 껴안고 놓지 않았다. 난생처음 해보는 키스에 헤기가 앓는 소릴 내며 숨을 헐떡였다. 잠시 떨어진 입새로 이상한 신음소리가 나 너무 놀라 그만 혀를 깨물어 버렸다. 혀를 씹힌 허크가 윽 하고 입을 떼더니 비릿하게 웃으면서 혀를 씹을 정도로 좋았냐고 물었다.

 

지금까지 만원 어치...... 구백구십구만원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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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썰로 풀어서 추가해놓는 부가적인 설정들




허크조직은 마약밀매는 안함.

근데 헤기가 잡혀갔던 그 사건은 허크가 박살낸 다른 조직에서 벌인 일.(경찰에신고도 쟤네가)

허크가 그냥 쎄해서 얼빵한 대역구하다가 헤기가 얻어걸린거.

그리고 그 조직은 대부업을 했는데 이게 악질이라 한번 걸리면 회생 불가능 할정도로 어마어마한 이자와 빚을 지게됨. 그걸 도박에 밎힌 헤기형이...(형=에일) ......에일 정말좋아합니다..에일사랑..나라사랑..

그리고 그 조직이 괴멸하면서 그 대부업에 묶인 빚이 사라지게 됨. 두 업체정도 거쳐서 빚이 업자에게 가기때문에 헤기도 자세한 출처를 몰랐음.

그리고 그 빚이 사라졌단 소리를 허크가 헤기에게 하고있지 않습니다.^^*


조직원들에게는 미리 돈을 나눠주고 고향이나 해외로 피신가라고 언질을 놓았습니다.

=허크: 우리 찾지마 새끼들아



그리고 이후 백만원어치, 삼백만원어치, 날이갈수록 수위와 진도를 높여가고 합방하느날 천만원어치라고 허크가 이야기 하겠지 뭐 귀후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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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넌.”


 허크는 안 그래도 사나워 보이는 인상을 더욱 더 구겼다. 막 거래를 끝내고 온 터라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사무실에 숨어든 쥐새끼 한마리가 태연하게 쇼파에 앉아서 문을 연 자신과 눈이 마주치며 ‘왔다!’ 따위의 인사를 지껄이는 것을 발견했을 땐 어이가 없었다.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은 미친 어느 쌔끼인지는 모르지만 바깥에 세워둔 경비원들은 조져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단숨에 쇼파에 앉아있는 녀석에게 다가가 목을 비틀어 쥐고 일으켜 세웠다. 


 “어디서 보냈지?”


 잡아 뜯어 먹어버릴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녀석은 한 팔로도 거뜬히 들 수 있을 만큼 비리비리했고 저항한답시고 양팔을 휘두르지만 솜방망이보다도 못했다. 나이도 열여섯, 많아봐야 열 입곱 먹었을 것처럼 어려 벌써부터 이런 세계에 뛰어들다니 니 놈 운명도 기구하군 이라고 생각했다.


 “헉!!! 이게....무슨!!”


 녀석은 허크가 자신을 들어 올릴 줄 몰랐는지 ‘뭐야 뭐야 이거왜이래??!!!’ 라며 계속 시끄럽게 소리를 질렀다.


 “닥쳐.”

 “윽..... 이거...좀..노 놓코....”

 “말해, 어떤 개새끼가 널 보냈지?”

 “....ㅎ...학..”

 “학?”

 “하......누...으...늘에서..”

 “하늘? 그런 자식들이 있었나?”


 허크는 녀석의 양 손목을 꺽어 쇼파에 내동댕이 쳤다. 녀석은 죽는 소리를 내며 쓰려졌고 허크는 그 위로 올라타 안주머니에서 단칼을 꺼내 목에 대었다. 날카로운 느낌이 목을 스치자 녀석은 당황하며 말했다.


 “윽!! 잠시, 잠시만! 어떻게 이럴수가.. 어떻게 날 보고 만질 수 있는거야? 너 인간 맞아?”

 “뭐?”

 “아니 그보다 여기에 ‘허크’라는 어린애는 없어?”

 “내가 허크다.”

 “.......!!”



 녀석은 잔뜩 얼굴을 구기며 ‘뭔가 오류가......영감탱이들 젠장!! 능력도 빼앗아 버리면 어떡하자는거야?!!?!!!’ 라며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약간 모자란 놈 같아 보이는데 누가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보낼 수 는 없었다. 허크는 목에 댄 칼을 점점 찔러 넣으며 말했다.


 “누가 보냈는지 뭣 때문에 왔는지 지껄이면 1초라도 오래살고. 아니면 지금 바로 멱을 따주고.”

 “으읏 아파....”

 “울어도 소용없.......”

 "아파, 아프다고. 흑.....흑...."


소년은 눈물을 뚝뚝 떨어 트리며 펑펑 울었다. 뭔가 서럽기도 하고 무서워서 덜덜 떨기도 했으며 

그 순간 허크는 녀석의 등이 희미하게 빛나는것을 깨달았다. 빛은 날개죽지에서 부터 발현하여 곧 등 전체를 뒤덮고 강렬한 빛때문에 눈이 멀것같은 허크는 재빨리 일어나 한걸음 물러섰다.

설마 폭탄인가? 허크는 곧바로 뒷걸음질 쳤지만 빛은 곧 사라졌고 녀석의 등에서 새하얀 날개가 돋아난것을 볼 수 있었다. 

허크는 그 모양새를 보고 다시 한번 물었다.


"뭐야, 너."

"....흑....흡....수호천사..."

 

 그 날 밤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


"이름"

"헤기"

"나이"

"여기 나이로 말해야해? 그럼 열 일곱."


허크는 이마를 짚었다. 안 그래도 진짜 나이보다 들어 보인다고 오해받는 이마 골이 더더욱 구겨졌다. 허크는 울음을 멈춘 헤기에게 대충 서랍에서 굴러다니던 초콜렛을 쥐어주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넌 아직 수습 수호..천사인데 하늘에서 좆같이 행동......아니, 사고를 쳐서 천사링을 빼앗기고 강제로 내려보내진거다? 날개는 있지만 날 수는 없다? "

"응, 그리고 수호천사는 아이들 소원을 다 들어줘야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어."

"그런데 네가 소원을 들어줘야하는게 '허크'다?"

"그렇다니까. 내려올땐 분명 아이들방에 내려가게 되어있다고 배웠단말야. 허크라는 어린애 소원을 열개 들어주면 된댔는데......."


헤기는 허크의 눈치를 보며 힐끔 쳐다보고 궁시렁 거리며 말했다.


"웬 아저씨가 있는건지...."

"뭐?"

"아니야...아무것도...."


 자신을 헤기라고 말한 녀석은 꼼지락거리며 쇼파에 앉아서 허크가 쥐어준 초콜렛을 한개 두개 까먹었다. 이런거 이빨썩는다고 천국에선 못먹게 했는데! 하며 좋아하니 이를 지켜보던 허크는 심란해졌다. 머리가 살짝 돈 애라고 치기에도 저 등에 펼쳐진 날개가 이를 막았다. 분장이나 속임수인줄 알고 아까 잡아뜯어 보려 했으나 헤기가 울고불고 아프다고 난리치며  매달려 왔다. 부드러운 깃털의 감촉이나 강제로 옷을 벗겨 확인해보니 정말 등에 착 달라 붙어 있는것이 진짜 날개가 맞는 듯 했다. 


"소원"

"응?"

"그건 다 들어 줄수 있는거냐? 돈이라던가 누굴 죽여달라거나."

"그......그런건 못하는데..."

"쓸모없군."


 헤기는 허크의 냉담한 반응에 침울해졌다. 어짜피 천사링도 없으니 평소에는 해줄수 있던 소원들도 들어주지 못할것이다. 하물며 아이도 아닌 어른의 소원을 아무 능력도 없는 헤기가 들어 줄수 있을리 만무했다. 

 허크는 귀찮은건 딱 질색이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아무 소원이나 빨리 빌어 저 귀찮은 존재를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는게 편했다. 


"그럼 당장 그 날개 없애봐. 소원이야."


 허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헤기의 등에 달려있는 날개 한 쌍이 빛나며 사라졌다. 헤기는 손을 뻗어 자신의 등을 만져보더니 이제 됐어?? 하고 물어 왔다. 정말 자신이 말하는대로 이루어 지자 허크도 조금은 기분이 풀려 바로 다음 소원을 말했다.


"이리와서 땅바닥에 무릎꿇고 앉아."

"그건 명령인데."


허크는 이빨을 잘근잘근 씹으며 다시 말했다.


"소원인데 무릎꿇고 앉아줬으면 좋겠군. "


헤기는 그 즉시 허크의 앞으로 가서 의자에 앉아 있는 허크를 올려다보며 무릎을 꿇었다. 허크는 씩 하고 웃으며, 


"바닥이나 청소해줘."


라고 말했다.


그  날 밤 허크는 헤기에게 그 넓은 사무실을 걸레 한개로 모두 닦게 만들었다. 여기 닦아라, 저기가 더럽지 않냐, 빡빡 못 닦냐 등등 허크의 이유없는 괴롭힘(?)에 무릎을 꿇고 몇시간을 기어다녔다. 청소가 끝나고 긴 시간끝에 일어나려던 헤기는 다리에 힘이 풀려 엎어져 넘어지고 말았다.  울고싶었지만 의자에 앉아서 자신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허크때문에 울 수가 없었다. 저런 못된인간. 소원이라는 핑계를 대고 자신을 놀려먹고 있는것 같았다. 하늘에 있을때 배운건 아이들이 원하는 소원을 들어줄수 있는 방법들 뿐이었는데...어른이 진정으로 원하는 소원은 혹시 이런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허크라는 사람은 못되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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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기의 허크 관찰일지>

1.허크는 못 되 처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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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날 아침 허크의 방 쇼파에서 기절하듯이 잠들고 일어난 자신을 보고 이건 뭐냐고 묻는 수 많은 남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학교에서 배우던 '아이가 만나게 해서는 안되는 사람들'책에 실릴 것 같은 외모의 사람들을 보고 기겁하며 허크뒤에 숨었다.  남자들은 헤기의 그런 행동을 보고 허크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허크의 다리에 딱 붙어 안떨어지는 헤기를 보고 또 다시 허크를 보며 말했다.


"본부장님........"

"왜."

"아무리....그래도....이번 애인은 좀 어린것같습니다."

"뭐??"

"저희가...이렇다쳐도..이건 범죄..."

"시발, 아니야! 새끼들아!"


허크는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천사라고 하자니 미친놈 취급 받을것같고...금방 돌려보낼텐데 사실대로 말해서 귀찮게 만드는 것도 질색이고. 


"....사촌동생이야." 


자신의 다리에 붙어있던 헤기가 그 말을 듣고 움찔 거리는게 느껴졌으나 허크는 무시했다. 허크의 한마디에 남자들은 미심쩍다는 눈치를 보내왔으나 허크가 한마디만 더 지껄이면 죽여버리겠다는 눈빛을 보내오자 인정하고 넘어갔다. 허크는 그 때까지도 자기 다리를 꼭 붙잡고 있는 헤기를 떨궈내며 애 아침밥이나 챙겨주라고 소리치고 방을 나가버렸다.



그 이후부터 헤기는 허크네 사무실의 도련님으로 불렸다. 사무실에 안어울리는 외모의 헤기를 본  손님들은 헤기에게 관심을 가졌으나 곧 허크의 사촌동생이라는 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헤기는 바쁘다며 자신에게 관심도 안 가져 주는 허크때문에 허크의 부하들과 친해졌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남자들은 헤기에게 맛있는 오믈렛도 해주고 초코칩도주고 딸기우유도 줬다. 헤기가 심심할까봐 카드게임도 알려주고 젠가라는 게임도 같이해줬다.

'착한 어른 대 백과사전'에 나오는 일들만 해주는 어른이 나쁜 어른 일리가 없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나쁜짓이라고 했는데, 헤기는 자신이 부끄러워져 반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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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기의 허크 관찰일지>

2. 부하아저씨들은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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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크는 온종일 바쁘게 집무실에서 서류과 씨름하랴 손님접대하랴  정신이 없었다. 밤이 되서야 방 한구석에서 부하놈이 쥐어주고 간 게임기를 뿅뿅거리며 하고있는 헤기가 눈에 띄었다. 할일없이 노는 모양새가 괜히 심술이 나 헤기를 불렀다.


"야."

"왜에~?"


자신은 쳐다 보지도 않고 게임기에 머리가 들어갈것처럼 들여다보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헤기가 허크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 쳐다봐. 소원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헤기가 고개를 들어 허크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게임기에서는 게임오버라는 소리가 들리고 헤기가 힐끔 게임기를 쳐다보곤 어깨가 살짝내려갔지만 허크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은근 기분 좋단 말이야. 이거.


"이리와봐."


헤기가 냉큼일어나 쪼르르 달려와 허크의 앞에섰다. 허크는 말 잘듣는 작은 강아지가 생긴것같아 뭐 나쁘진 않네, 하고 생각했다.


"왜, 거짓말 했어?"

"뭐?"


헤기가 대뜸 물었다. 거짓말? 


"왜, 사촌동생이라고 한거야?"

"아아..."

"거짓말 하면 나쁜아이랬는데....아니지 허크는 어른이만, 그래도 거짓말하면 안돼."

"세상엔 착한 거짓말도 있어."

"씹...그런건 안 배웠어."


 욕하는건 괜찮고? 허크는 곰곰히 생각했다. 저는 알까 만약 사실대로 헤기를 소개 했다면 오늘 자기에게 행해진 허크부하들의 모든 호의가 없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더 더욱...


"내가 만약 널 천사라고 말했다면 넌 오늘 내 방에 못 들어 왔을 껄."

"하?? 왜?"


아이처럼 되 묻는 헤기에게 허크는 뭐라 답해줄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알아들으려나....허크는 잠시 생각하다가 헤기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겨 앉아있던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다. 역시 자신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알려주는게 편한 사람이었다.

허크는 헤기의 허리를 끌어당겨 헤기의 목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숨을 들이키자 헤기가 살짝 움찔거렸다. 뭐하는 거냐고 묻는 헤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댔다가 떨어트렸다. 허크에게 안 어울리는 조심스러운 베이비키스였다. 입술을 다시 헤기의 눈가에 맞추고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와 코끝을 스치고 다시 입술에 닿았다가 서로에게 들릴만한 소리가 나며 떨어졌다. 

허크는 헤기가 당황하길 빌며, 한편으로 기대하며 상의로 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당황해야할 헤기가 웃으면서 허크의 얼굴을 붙잡고 뺨에 쪽 하고 키스를 날리며 내뱉은 말에 기어코 얼이 나가고 말았다.


"goodnight."





첩첩산중이었다. 애가 그렇게 그쪽으로 띨빵....아니 때 묻지 않아서야. 혀를 집어넣고 키스할껄 그랬나,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쇼파에서 곤히 자는 헤기를 쳐다봤다. 허크가 누우면 팔다리가 다 튀어나오는 쇼파에 헤기는 과장 조금 보태서 데굴데굴 굴러도 좋을만큼 컸다. 대충 굴러다니던 담요를 덮어주며 허크는 진짜 굿나잇 키스를 헤기의 이마에 해주고 일어났다. 

정말 애 하나 키우는 기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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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풀었던 배우 썰 정리본





 

안녕하세요! 헤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촬영장에 생기가 돌았다. 헤기가 첫 촬영 날 음료수를 사들고 스탭들에게 하나하나 인사하면서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정도의 아이돌인 헤기는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의 동생역을 맡았다. 헤기가 음료수를 거의 다 돌릴 때 쯔음 주인공역을 맡은 허크가 막 촬영장에 도착했다. 그는 영화제대상을 받은 작품의 주연도 몇 개하고 젊은 나이에 연기대상도 받을 정도로 성공한 배우였다. 한 가지 흠 아닌 흠이라면.

 

안녕하세요, 선배님!”

내가 왜 니 선배냐? 가수도 아닌데.”

 

 

성격이 개 같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이돌들을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돌 주제에 연기한다고 깝치는 놈들을 싫어했다. 립싱크 노래나 부르고 춤 좀 추다가 유명세 타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쉬운 역할 한 두개 하고 연기도 좆도 못하는 새끼들이. 누구는 그 역할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데 말이다.

 

허크는 그런 의미에서 헤기를 싫어했다. 어짜피 제작사에서 홍보 차원에서 껴 넣은 아이돌이었다. 연기를 할 때는 헤기가 친동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대놓고 무시하고 촬영이 끝나면 그대로 집에 휑하니 가버리는 것이었다.

 

헤기는 그런 허크의 태도에 뭐 아무렴 어때 하며 괜찮다고 생각했다. 육체적으로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헤기네 팬클럽에서 밥차 조공이 온 날 헤기가 허크한테 드시라고 밥을 가져다 주자 그 식판을 고의는 실수든 뒤엎은 허크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시발.”

너 방금 뭐랬냐.”

뭔 상관이에요? 내 선배도 아니시잖아요?”

, 이 새끼가

저 무시하고 그러는건 괜찮은데 주위에 피해는 안 주셔야죠. 당신 배우 아니에요? 나 같은 아이돌이 영화 하는거 존나 싫어하는? 맞아요. 나 노래 부르고 춤추다가 연기 그거 좀 몇 번 해봤다고 당신이랑 영화 찍는거에요. 근데 나도 당신이랑 영화 찍기 싫어요. 피차일반이니 밥 드시죠. 허크 배우님?”

 

구석에서 단둘이 조용하게 대화하느라 아무도 헤기 말을 듣지 못했다. 허크는 엎어진 식판을 들고 돌아가는 헤기의 뒷모습을 노려보기만 했다.

 

 

바로 식사 후 촬영 씬이 하필이면 형에게 애교 부리는 헤기의 모습이었다. 약간의 걱정을 하던 허크의 생각과는 다르게 언제 그랬냐는 듯 허크에게 앵겨서 애교 부리는 연기를 해내는 헤기를 보고 허크는 혀를 찼다. 저 개새끼 연기하나는 잘하네.

 

그 일이 있던 다음부터 허크는 대놓고 헤기를 무시는 안하고 그저 멀리서 지켜보면서 헤기를 관찰했다.

헤기 또한 자기 딴에는 허크가 꼰질러서 영화 잘릴 줄 알았는데 허크가 아무 말도 안하자 의문이 들면서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그저 욱하는 성격을 고쳐야겠다고 다짐했다.

 

 

 

------------

 

헤기가 강물에 빠지는 씬이 있었던 날이었다. 날이 추워 촬영을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상대 배우가 자꾸 엔지를 내서 헤기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강물에 몇 시간을 빠져있자 입술은 새파랗게 변하고 온몸은 덜덜 떨렸다. 이제 더 이상은 못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 쯔음 그만 오른쪽 발에 쥐가 나서 진짜 물에 빠지게 되었다. 헤기는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발에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 조그마한 차이로 강 바닥이 헤기의 발에 닿지 않게 되고 헤기는 연신 살려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때마침 카메라가 돌아가고 촬영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그 모습이 연기인줄 알았다.

단 한사람을 빼고.

 

 

허크가 강물에 뛰어 들었다. 그 큰 덩치로 빠르게 헤기를 건져 올린 허크는 주위 사람들에게 화를 내면서 엠뷸런스를 부르라고 했다. 헤기는 정신을 잃은 상태고 촬영장은 난리가 났다. 허크는 헤기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고 인공호흡을 시도했다. 헤기는 곧 물을 뱉으며 숨을 쉬었다.

 

 

곧 헤기는 병원으로 이송 되었다. 영화 촬영은 중단되고 다행히 헤기는 병원으로 옮겨진 후 정신을 차렸다. 헤기는 병문안 온 다른 스탭들이 말하길 허크가 구해줬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놀라 선물로 온 귤을 먹다 사례가 들렸다.

주위 사람들이 한번 씩 병문안을 오고 썰물 빠지듯 조용한 늦은 저녁. 모자를 꾹 눌러쓰고 조용하게 병실을 찾은 허크를 보고 헤기가 웃었다. 허크는 그 모양새가 맘에 안 드는지 심드렁하게 말했다.

 

멍청한 새끼. 좀 쉬다가 하자고 할 법도 한데 물이 춥지도 않았냐?”

제가 당신처럼 잘나는 배우에요? 감독님이 까라면 까야지

병신.”

 

헤기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허크를 힐끔 힐끔 쳐다보았다. 강아지마냥 낑낑대는 모양새에 허크가 물었다.

 

?”

“ ....아니.....”

말을 해.”

 

헤기는 작게 아..진짜....하고 중얼거리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고맙다고요.”

그럼 앞에서 사람 죽어가는데 안 살리냐?”

전에 제가 무례하게 굴었는데도 별말 없으시고.......

그건 나도 잘못했으니까.”

 

허크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툭하고 내뱉었다. 헤기는 괜히 멋쩍어 머리를 긁적이다 손바닥을 치곤 허크에게 물었다.

 

근데 어떻게 안거에요? 진짜 물에 빠진거 라는거?”

니가 연기를 안하고 있잖아.”

???”

 

헤기는 허크의 말이 이해가 안가서 물었고 허크는 아차 싶어서 입을 다물었다

 

제가 연기를 하는지 안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시발...”

??”

 

헤기는 진짜 궁금해서 물었고 허크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했다. 웬지모르지만 얼굴이 빨개진 허크는 성질을 내더니 괜찮아 보인다며 이만 가보겠다고 병실문을 열고 사라져버렸다. 헤기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

이주일이 지나고 헤기가 퇴원을 하자 영화사에서는 허크의 히어로적인 모습을 언플하며 영화 홍보를 했다. 허크는 별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지랄했다. 그 이후 촬영장에서 헤기와 허크가 붙어있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다.

 

저 이번 촬영 끝나면 콘서트 투어하고 신곡 나와요.”

영화 크랭크인이랑 겹치겠군. 소속사 머리한번 좋은걸.”

그쵸? 그때쯤에 홍보한답시고 저희 예능에 나갈 것 같지 않아요?”

너 랑 나??”

아니에요?”

 

허크는 그게 무슨 뜽 금 없는 소리냐는 듯이 놀라 물었고, 곧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난 예능은 안 나가.”

저도 안 나가고 싶네요.”

그럼 안 나가면 되잖아.”

그러고 싶지만....”

 

헤기가 말을 줄였다. 내가 어디 허크 당신처럼 시나리오도 골라서 하고 하고 싶은거 하기 싫은거 선택 할 수 있는 위치인가. 괜히 심술궂은 마음에 헤기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허크가 손가락으로 헤기의 입술을 잡아 늘렸고 헤기는 아프다며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허크와 헤기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초반에는 말도 못 걸게하고 식판도 엎어 버렸는데 말이지. 물론 지금도 헤기가 먼저 말을 걸면 허크가 대충 골라서 답해주는 정도지만 장족의 발전이라고 헤기는 생각했다.

 

 

헤기는 알까 모르겠는데 그런 헤기조차 허크는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촬영 마지막 날 까지. 계속....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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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풀었던썰 정리 본~~




허크는 지금 짜증이 치밀어 올라 주체할 수 없었다. 저 빌어먹을 옆집 고딩 새끼가 허크의 거사를 망쳐놓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공들여서 집에 데려온 여자의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히고 이제 시작하려는 순간 옆집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 패딩 사달라고!!!!!!!!!!”

먹고 죽을래도 없다 이놈의 새끼야!!”

아씨!!다른 애들은 다 입고 다닌단 말이야!!!!나만 쪽팔리게 떡볶이가 뭐야!!”



자잘한 것들이 부딪히고 날라 가는 소리가 들리고 고딩 놈과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뭐가 휘둘러지는 소리와 함께 맞았는지 엉엉 우는 소리도 들렸다. 무시 하고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싶었지만 이 거지같은 동네는 벽이 얇아서 무시 할 수가 없었다. 결국 허크 밑에 깔린 여자는 어머... 어쩜좋니. 하더니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하고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 가버렸다.

하 시발, 허크는 버스 정류장까지 여자를 데려다 주고 언덕길을 올랐다. 돈이 없어 학교 근처 싼 집을 구했더니 이 모양새다. 알바를 늘려서 이사를 가버려야지 원. 허크는 집 근처 가로수 밑에서 담배를 하나 피고 계단을 오르다 고딩놈이 체육복반바지에 다 늘어난 반팔만 처 입고 훌쩍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쫒겨 났군.

 

.......추워..”

 

허크는 그 모양새를 잔뜩 찌푸린 얼굴로 무시하고 지나가려고했다. 좁은 계단 한가운데에 앉은 고딩놈만 아니였으면.

 

비켜, 새꺄.”

.”

부르지마 시발,”

 

쭈그려 앉은 놈을 발로 차버리고 집에 들어갈까 생각해보았지만 제 허리쯤 오는 작은 놈을 차는 것도 영 아닌지라 허크는 이빨만 뿌득뿌득 갈며 말했다.

 

비켜라.”

, 헤기 추워요.”

어쩌라고.”

엄마 화풀릴 때 까지만 형 집에 좀 있음 안됨?”

꺼져.”

그럼 어쩔 수 없지. 아까 간 긴 머리 누나한테 어제는 단발머리 누나가 놀러왔다고 말하는 수 밖에..읍읍..”

 

허크는 순간 헤기의 입을 틀어막고 집으로 끌고 들어왔다. 시발새끼.

헤기는 뭐가 신났는지 바로 침대 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전기장판 켜줘요. 하고 서있는 허크를 쳐다보았다. 허크는 어이가 없어서 욕을 내뱉었지만 곧 전원을 틀어주었다.

 

헤헤. 아 따뜻하다.”

 

저 자식 때문에 오늘밤 여자의 가슴에 머리를 박고 자지 못 한 것이 생각나 허크는 발로 헤기를 걷어찼다.

 

!! 왜 그러여!”

시발 알면 뭐 어쩌게 개새끼야.”

아 진짜......., 설마 아까 그 누나랑 못 한거?”

“......”

.”

헤기는 연신 헐..........미안...내가 그럴줄은 몰랐음..쏘리.. 거렸다.

 

알면 닥치고 빨리 나가.”

지금 나가면 나 엄마한테 죽는 거 알면서.”

 

헤기는 허크의 눈치를 보면서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헤기가 제 발로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이자 허크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저 자식을 집에 들였지.

 

근데, .”

허크는 헤기가 뭐라 지껄이든 이제 무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그렇게 섹스가 좋아?”

 

-!!! 하고 허크가 물을 뿜었다.

 

...?”

맨날 여자들 데려와서 섹스 하잖아. 그게 그렇게 좋냐고. 오늘도 하려다가 못해서 지금 화난거잖아.”

.....”

난 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는데 그게 그렇게 좋아?”

 

순수하게 정말 좋냐고 물어오는 헤기를 허크는 어찌 해야 할지 몰랐다.

 

정말 궁금하냐?”

 

허크는 얌전히 누워있는 헤기의 위로 올라탔다. 헤기는 조금 당황해서 아니 그냥 물어본 건데...하고 말을 흐렸다. 허크는 오늘 일이 괘씸하니 좀 놀려주자고 생각했다.

그럼 가르쳐 줄테니 가만히 있어.”

?...!”

 

갑자기 목덜미를 깨물린 헤기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큰 손으로 헤기의 입을 틀어 막은 허크 때문에 비명은 헤기의 입안에서 울렸다. 깨물려 발갛게 된 곳을 혀로 쓱 훑자 헤기가 허리를 튕기며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허크가 온몸을 눌러 덮치고 있어 꼼짝 할 수 없었다. 헤기의 부드럽고 새하얀 목을 쪽쪽 거리며 빨던 허크가 한참 후 입에서 손을 떼주자 헤기가 왈칵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왜 그래...”

 

눈 시울이 붉어지고 콧잔등이 새빨개져 훌쩍거리는 모양새가 야했다. 장난이라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얇은 티셔츠사이로 보이는 들썩이는 가슴이, 허크의 다리를 감싸는 반바지사이로 드러난 헤기의 새하얀 허벅지가 허크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방금 전 여자와 야릇하게 뒹굴 던 침대에 누워 있는 헤기가 그 장면과 겹쳐지고 전기장판이 뿜어내는 훈훈한 기운이 허크의 몸을 달궜다.

 

 

 

 

 

---------------------------------

 

....앙 아 앗.....읍응 흣......”

조용히 해. 너네 집에 들리면 어쩌려고.”

“...!..윽흣 아...시러.....”

...섹스는 좋은거라고... 알려주고 있...잖아.”

 

헤기의 두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허크는 헤기의 안으로 파고 들었다. 퍽 소리가 나게 박자 헤기의 발가락이 찌르르 하고 떨렸다. 이미 한번 사정해 헤기의 엉덩이에서는 허크의 정액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헤기는 이불을 끌어 쥐었다. 헤기의 새하얀 손등에 핏줄이 보였다. 정말 왜 이렇게 된건지 왜 내가 형이랑 섹스를 하고 있는 걸까.

 

.......흐으...”

좋아?”

..하윽!!!”

...”

 

허크가 삽입한 채 빙글빙글 돌리다가 다시 한번 쎄게 박자 갑자기 찾아온 쾌감에 헤기가 비명을 질렀다. 허크 또한 헤기가 조이는 바람에 얼굴을 찌푸리며 숨을 들이 마셨다.

 

.....으흣!.....허크.....”

...?”

 

헤기가 허크의 이름을 울면서 불렀다. 헤기의 갈피 잃은 손을 허크가 잡아올려 입을 맞추었다.

허크조차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잠시 잊은 것같았다.

 

죽을 것....같아......”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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