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강이라 오후 늦게 일어나 밍기적 거리다가 배도 출출 하겠다, 집 앞 편의점으로 컵라면을 사러 가는 길이었다. 편의점 앞 파라솔에 모여 있던 근처 고등학교교복무리들 중 한 놈이 허크 앞으로 다가 와서 길을 막았다. 스스로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인상 더럽다고 소문난 허크는 시비 걸려본 적이 없었다. 다시 말해 학생들에게 삥 뜯겨 본적이 없는데.....
허크 앞에 선 학생은 허크 허리춤에 간신히 왔으며 단정하게 정리된 정수리가 한눈에 보일정도로 작았다. 학생은 말을 꺼내려고 입술을 우물거리다 드디어 결심이 섰는지 주먹을 불끈 쥐고 허크의 눈을 마주치며 말을 꺼냈다.
“저기요......”
“담배 대신 안 사준다. 꺼져.”
“아니, 그런거 아니에요.”
학생이 처음 보는 자신에게 편의점 앞에서 말을 걸 이유는 그것뿐인지라 단번에 거절하자 그게 아니라며 손을 내 저었다. 그럼 뭔데? 라는 투로 허크가 허리춤에 손을 얹자, 학생이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말했다.
“형, 저 예뻐요?”
“......뭐?”
“....... 저 예쁘냐구요......”
난데없는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질문을 받은 허크가 벙쪄하자 학생이 화가난줄 알았는지 어깨를 움찔 거리더니 다시 한 번 말했다.
“저...... 예뻐요?”
얼굴이 새빨게 져서 예쁘냐고 물어보는 아이 뒤로 키득거리면서 웃고 있는 무리들을 보니 아 지금 벌칙게임을 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 친구들이 어지간히 짓궂었는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허크에게 와서 이런 장난을 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대답을 들어야 게임이 끝나는 건가 계속 물어 오길래 허크가 대답을 해주었다.
“저, 예뻐요?”
“어, 예뻐.”
“.....저 예뻐......!!!”
하지만 예상 외로 대답이 돌아올 줄 몰랐는지 깜짝 놀란 아이가 ‘대답 안 해주셔도 되요...’ 하자 허크도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답을 해줘야 끝나는게 아니었단 말이지?
“저, 예뻐요?”
“예쁜이, 이름이 뭐야?”
“......헤기요... 아씨...진짜. 저, 예뻐요?”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닌데 좀 귀엽게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응, 예쁘다.”
“형, 이상한 사람 같아요......”
“내가? 갑자기 길 가던 사람 붙잡고 자기보고 예쁘냐고 물어보는 네가 더 이상한 것 같은데.”
허크가 ‘예쁜이’ 라고 부르자 화를 내듯 새침하게 올려다보더니 ‘헤기’라고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 모양새가 귀여워서 허크가 속으로 키득 거리며 웃었다. 계속해서 예쁘냐고 물어보던 헤기 입에서 이상하다는 소리가 나오자 허크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편의점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통에 잘 안 들리는지 헤기의 친구들이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자 허크가 몸을 돌려 헤기를 가리고 계속하라고 말했다.
“몇번 남았어?”
“세번이요.....”
“아아, 열 번이나 예쁘냐고 물어보라고 시켰구만? 미친놈들일세.”
“그쵸? 제가 가위바위보 하나 진거 가지고 이건 너무 하지 않냐고 그랬는데. 더워서 애들이 미친게 분명해요.”
더군다나 벌칙에 걸리고 할 사람을 찾는데 친구들이 멀리서 걸어오는 허크를 골랐을 때 헤기는 제발 다른 사람으로 해달라고 빌었다. 키는 2미터는 되보이고 티셔츠가 터질 것 같이 생긴 근육에 눈매도 무서워 보였으니까. 어쩔 수 없이 다가가서 말을 걸었을 때 꺼지라는 소릴 듣고 한 대 칠줄 알았다. 그런데 예쁘냐는 소리를 듣고 살짝 웃으면서 헤기를 내려다보는 통에 지금은 조금 덜 무서워졌다.
“아직 남았다며? 계속해.”
“......저..... 예뻐요...?
“예쁘다니까, 헤기 욕심도 많네. 더 듣고 싶어서 계속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해도 되지? 응 예쁘다.”
“......자꾸 예쁘다고 하지 마세요. 진짜 부끄러우니까.....진짜..”
“그래? 난 좋은데. 아참, 내 이름 허크거든? 허크 형이라고 해줘.”
“......”
헤기가 주춤 거리며 “형 변태에요?” 라고 물었다. 허크가 “변태는 아닌데 헤기가 변태가 좋다고 하면 되줄게.” 하고 씨익 웃었다. 그때 뒤에서 헤기의 친구들이 헤기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려서 허크가 “빨리하고 친구들 한테 가고 싶지 않아?” 라고 말했다.
“....형, 저 예뻐요?”
“다음이 마지막?”
“네..... 허크 형, 저 예뻐요?”
“응, 헤기.”
“.....!!!!!!!”
허크가 마지막으로 예쁘냐고 물어보는 헤기의 뺨을 그러쥐더니 고개를 숙여서 이마에 키스를 하자 헤기가 놀라서 폴짝 튀어 올랐다. 뭐하는 거냐고 물어오는 눈빛에 허크가 다 끝났으니 형 편의점 가도되지? 하고 말했다. 할 말을 잃어서 제자리에 서있는 헤기와 유유히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허크를 본 친구들이 헤기에게 달려갔다. 열 번 다 했냐며 그 남자가 덩치가 커서 등으로 가리는 바람에 중간부터 하나도 안보였다고 말하는 친구들의 말이 헤기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 동안 허크가 계산을 끝냈는지 검은 봉투 두 개를 들고 나오더니 성큼성큼 헤기에게 다가와서 하나를 손에 쥐어주었다.
“더위 먹은 친구들이랑 나눠먹어.”
그 말에 정신 차린 헤기가 봉투 안을 열자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여러 개 들어있었다. 친구들도 봉투 안에 들은 아이스크림을 봤는지 허크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했다. 허크는 헤기와 눈을 마주치며,
“내 이름 잊지 말고.”
하고 골목 안쪽으로 사라졌다. 헤기는 그렇게 그 이상한 변태 형과의 만남이 끝나는 줄 알았다. 며칠 후 하교시간에 학교 앞에 허크가 서있는 걸 친구들이 먼저 발견해서 호들갑을 떨지 않았으면 말이다. 멀리서 헤기를 발견한 허크가 이름을 부르면서 다가왔다.
“헤기.”
“.......허..크형?”
헤기가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주자 허크의 표정이 단번에 밝아졌다. 왜 왔냐고 묻자 허크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 잘생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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