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넌.”


 허크는 안 그래도 사나워 보이는 인상을 더욱 더 구겼다. 막 거래를 끝내고 온 터라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사무실에 숨어든 쥐새끼 한마리가 태연하게 쇼파에 앉아서 문을 연 자신과 눈이 마주치며 ‘왔다!’ 따위의 인사를 지껄이는 것을 발견했을 땐 어이가 없었다.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은 미친 어느 쌔끼인지는 모르지만 바깥에 세워둔 경비원들은 조져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단숨에 쇼파에 앉아있는 녀석에게 다가가 목을 비틀어 쥐고 일으켜 세웠다. 


 “어디서 보냈지?”


 잡아 뜯어 먹어버릴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녀석은 한 팔로도 거뜬히 들 수 있을 만큼 비리비리했고 저항한답시고 양팔을 휘두르지만 솜방망이보다도 못했다. 나이도 열여섯, 많아봐야 열 입곱 먹었을 것처럼 어려 벌써부터 이런 세계에 뛰어들다니 니 놈 운명도 기구하군 이라고 생각했다.


 “헉!!! 이게....무슨!!”


 녀석은 허크가 자신을 들어 올릴 줄 몰랐는지 ‘뭐야 뭐야 이거왜이래??!!!’ 라며 계속 시끄럽게 소리를 질렀다.


 “닥쳐.”

 “윽..... 이거...좀..노 놓코....”

 “말해, 어떤 개새끼가 널 보냈지?”

 “....ㅎ...학..”

 “학?”

 “하......누...으...늘에서..”

 “하늘? 그런 자식들이 있었나?”


 허크는 녀석의 양 손목을 꺽어 쇼파에 내동댕이 쳤다. 녀석은 죽는 소리를 내며 쓰려졌고 허크는 그 위로 올라타 안주머니에서 단칼을 꺼내 목에 대었다. 날카로운 느낌이 목을 스치자 녀석은 당황하며 말했다.


 “윽!! 잠시, 잠시만! 어떻게 이럴수가.. 어떻게 날 보고 만질 수 있는거야? 너 인간 맞아?”

 “뭐?”

 “아니 그보다 여기에 ‘허크’라는 어린애는 없어?”

 “내가 허크다.”

 “.......!!”



 녀석은 잔뜩 얼굴을 구기며 ‘뭔가 오류가......영감탱이들 젠장!! 능력도 빼앗아 버리면 어떡하자는거야?!!?!!!’ 라며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약간 모자란 놈 같아 보이는데 누가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보낼 수 는 없었다. 허크는 목에 댄 칼을 점점 찔러 넣으며 말했다.


 “누가 보냈는지 뭣 때문에 왔는지 지껄이면 1초라도 오래살고. 아니면 지금 바로 멱을 따주고.”

 “으읏 아파....”

 “울어도 소용없.......”

 "아파, 아프다고. 흑.....흑...."


소년은 눈물을 뚝뚝 떨어 트리며 펑펑 울었다. 뭔가 서럽기도 하고 무서워서 덜덜 떨기도 했으며 

그 순간 허크는 녀석의 등이 희미하게 빛나는것을 깨달았다. 빛은 날개죽지에서 부터 발현하여 곧 등 전체를 뒤덮고 강렬한 빛때문에 눈이 멀것같은 허크는 재빨리 일어나 한걸음 물러섰다.

설마 폭탄인가? 허크는 곧바로 뒷걸음질 쳤지만 빛은 곧 사라졌고 녀석의 등에서 새하얀 날개가 돋아난것을 볼 수 있었다. 

허크는 그 모양새를 보고 다시 한번 물었다.


"뭐야, 너."

"....흑....흡....수호천사..."

 

 그 날 밤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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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헤기"

"나이"

"여기 나이로 말해야해? 그럼 열 일곱."


허크는 이마를 짚었다. 안 그래도 진짜 나이보다 들어 보인다고 오해받는 이마 골이 더더욱 구겨졌다. 허크는 울음을 멈춘 헤기에게 대충 서랍에서 굴러다니던 초콜렛을 쥐어주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넌 아직 수습 수호..천사인데 하늘에서 좆같이 행동......아니, 사고를 쳐서 천사링을 빼앗기고 강제로 내려보내진거다? 날개는 있지만 날 수는 없다? "

"응, 그리고 수호천사는 아이들 소원을 다 들어줘야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어."

"그런데 네가 소원을 들어줘야하는게 '허크'다?"

"그렇다니까. 내려올땐 분명 아이들방에 내려가게 되어있다고 배웠단말야. 허크라는 어린애 소원을 열개 들어주면 된댔는데......."


헤기는 허크의 눈치를 보며 힐끔 쳐다보고 궁시렁 거리며 말했다.


"웬 아저씨가 있는건지...."

"뭐?"

"아니야...아무것도...."


 자신을 헤기라고 말한 녀석은 꼼지락거리며 쇼파에 앉아서 허크가 쥐어준 초콜렛을 한개 두개 까먹었다. 이런거 이빨썩는다고 천국에선 못먹게 했는데! 하며 좋아하니 이를 지켜보던 허크는 심란해졌다. 머리가 살짝 돈 애라고 치기에도 저 등에 펼쳐진 날개가 이를 막았다. 분장이나 속임수인줄 알고 아까 잡아뜯어 보려 했으나 헤기가 울고불고 아프다고 난리치며  매달려 왔다. 부드러운 깃털의 감촉이나 강제로 옷을 벗겨 확인해보니 정말 등에 착 달라 붙어 있는것이 진짜 날개가 맞는 듯 했다. 


"소원"

"응?"

"그건 다 들어 줄수 있는거냐? 돈이라던가 누굴 죽여달라거나."

"그......그런건 못하는데..."

"쓸모없군."


 헤기는 허크의 냉담한 반응에 침울해졌다. 어짜피 천사링도 없으니 평소에는 해줄수 있던 소원들도 들어주지 못할것이다. 하물며 아이도 아닌 어른의 소원을 아무 능력도 없는 헤기가 들어 줄수 있을리 만무했다. 

 허크는 귀찮은건 딱 질색이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아무 소원이나 빨리 빌어 저 귀찮은 존재를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는게 편했다. 


"그럼 당장 그 날개 없애봐. 소원이야."


 허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헤기의 등에 달려있는 날개 한 쌍이 빛나며 사라졌다. 헤기는 손을 뻗어 자신의 등을 만져보더니 이제 됐어?? 하고 물어 왔다. 정말 자신이 말하는대로 이루어 지자 허크도 조금은 기분이 풀려 바로 다음 소원을 말했다.


"이리와서 땅바닥에 무릎꿇고 앉아."

"그건 명령인데."


허크는 이빨을 잘근잘근 씹으며 다시 말했다.


"소원인데 무릎꿇고 앉아줬으면 좋겠군. "


헤기는 그 즉시 허크의 앞으로 가서 의자에 앉아 있는 허크를 올려다보며 무릎을 꿇었다. 허크는 씩 하고 웃으며, 


"바닥이나 청소해줘."


라고 말했다.


그  날 밤 허크는 헤기에게 그 넓은 사무실을 걸레 한개로 모두 닦게 만들었다. 여기 닦아라, 저기가 더럽지 않냐, 빡빡 못 닦냐 등등 허크의 이유없는 괴롭힘(?)에 무릎을 꿇고 몇시간을 기어다녔다. 청소가 끝나고 긴 시간끝에 일어나려던 헤기는 다리에 힘이 풀려 엎어져 넘어지고 말았다.  울고싶었지만 의자에 앉아서 자신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허크때문에 울 수가 없었다. 저런 못된인간. 소원이라는 핑계를 대고 자신을 놀려먹고 있는것 같았다. 하늘에 있을때 배운건 아이들이 원하는 소원을 들어줄수 있는 방법들 뿐이었는데...어른이 진정으로 원하는 소원은 혹시 이런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허크라는 사람은 못되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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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기의 허크 관찰일지>

1.허크는 못 되 처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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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날 아침 허크의 방 쇼파에서 기절하듯이 잠들고 일어난 자신을 보고 이건 뭐냐고 묻는 수 많은 남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학교에서 배우던 '아이가 만나게 해서는 안되는 사람들'책에 실릴 것 같은 외모의 사람들을 보고 기겁하며 허크뒤에 숨었다.  남자들은 헤기의 그런 행동을 보고 허크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허크의 다리에 딱 붙어 안떨어지는 헤기를 보고 또 다시 허크를 보며 말했다.


"본부장님........"

"왜."

"아무리....그래도....이번 애인은 좀 어린것같습니다."

"뭐??"

"저희가...이렇다쳐도..이건 범죄..."

"시발, 아니야! 새끼들아!"


허크는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천사라고 하자니 미친놈 취급 받을것같고...금방 돌려보낼텐데 사실대로 말해서 귀찮게 만드는 것도 질색이고. 


"....사촌동생이야." 


자신의 다리에 붙어있던 헤기가 그 말을 듣고 움찔 거리는게 느껴졌으나 허크는 무시했다. 허크의 한마디에 남자들은 미심쩍다는 눈치를 보내왔으나 허크가 한마디만 더 지껄이면 죽여버리겠다는 눈빛을 보내오자 인정하고 넘어갔다. 허크는 그 때까지도 자기 다리를 꼭 붙잡고 있는 헤기를 떨궈내며 애 아침밥이나 챙겨주라고 소리치고 방을 나가버렸다.



그 이후부터 헤기는 허크네 사무실의 도련님으로 불렸다. 사무실에 안어울리는 외모의 헤기를 본  손님들은 헤기에게 관심을 가졌으나 곧 허크의 사촌동생이라는 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헤기는 바쁘다며 자신에게 관심도 안 가져 주는 허크때문에 허크의 부하들과 친해졌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남자들은 헤기에게 맛있는 오믈렛도 해주고 초코칩도주고 딸기우유도 줬다. 헤기가 심심할까봐 카드게임도 알려주고 젠가라는 게임도 같이해줬다.

'착한 어른 대 백과사전'에 나오는 일들만 해주는 어른이 나쁜 어른 일리가 없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나쁜짓이라고 했는데, 헤기는 자신이 부끄러워져 반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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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기의 허크 관찰일지>

2. 부하아저씨들은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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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크는 온종일 바쁘게 집무실에서 서류과 씨름하랴 손님접대하랴  정신이 없었다. 밤이 되서야 방 한구석에서 부하놈이 쥐어주고 간 게임기를 뿅뿅거리며 하고있는 헤기가 눈에 띄었다. 할일없이 노는 모양새가 괜히 심술이 나 헤기를 불렀다.


"야."

"왜에~?"


자신은 쳐다 보지도 않고 게임기에 머리가 들어갈것처럼 들여다보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헤기가 허크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 쳐다봐. 소원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헤기가 고개를 들어 허크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게임기에서는 게임오버라는 소리가 들리고 헤기가 힐끔 게임기를 쳐다보곤 어깨가 살짝내려갔지만 허크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은근 기분 좋단 말이야. 이거.


"이리와봐."


헤기가 냉큼일어나 쪼르르 달려와 허크의 앞에섰다. 허크는 말 잘듣는 작은 강아지가 생긴것같아 뭐 나쁘진 않네, 하고 생각했다.


"왜, 거짓말 했어?"

"뭐?"


헤기가 대뜸 물었다. 거짓말? 


"왜, 사촌동생이라고 한거야?"

"아아..."

"거짓말 하면 나쁜아이랬는데....아니지 허크는 어른이만, 그래도 거짓말하면 안돼."

"세상엔 착한 거짓말도 있어."

"씹...그런건 안 배웠어."


 욕하는건 괜찮고? 허크는 곰곰히 생각했다. 저는 알까 만약 사실대로 헤기를 소개 했다면 오늘 자기에게 행해진 허크부하들의 모든 호의가 없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더 더욱...


"내가 만약 널 천사라고 말했다면 넌 오늘 내 방에 못 들어 왔을 껄."

"하?? 왜?"


아이처럼 되 묻는 헤기에게 허크는 뭐라 답해줄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알아들으려나....허크는 잠시 생각하다가 헤기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겨 앉아있던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다. 역시 자신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알려주는게 편한 사람이었다.

허크는 헤기의 허리를 끌어당겨 헤기의 목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숨을 들이키자 헤기가 살짝 움찔거렸다. 뭐하는 거냐고 묻는 헤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댔다가 떨어트렸다. 허크에게 안 어울리는 조심스러운 베이비키스였다. 입술을 다시 헤기의 눈가에 맞추고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와 코끝을 스치고 다시 입술에 닿았다가 서로에게 들릴만한 소리가 나며 떨어졌다. 

허크는 헤기가 당황하길 빌며, 한편으로 기대하며 상의로 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당황해야할 헤기가 웃으면서 허크의 얼굴을 붙잡고 뺨에 쪽 하고 키스를 날리며 내뱉은 말에 기어코 얼이 나가고 말았다.


"goodnight."





첩첩산중이었다. 애가 그렇게 그쪽으로 띨빵....아니 때 묻지 않아서야. 혀를 집어넣고 키스할껄 그랬나,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쇼파에서 곤히 자는 헤기를 쳐다봤다. 허크가 누우면 팔다리가 다 튀어나오는 쇼파에 헤기는 과장 조금 보태서 데굴데굴 굴러도 좋을만큼 컸다. 대충 굴러다니던 담요를 덮어주며 허크는 진짜 굿나잇 키스를 헤기의 이마에 해주고 일어났다. 

정말 애 하나 키우는 기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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