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풀었던 배우 썰 정리본





 

안녕하세요! 헤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촬영장에 생기가 돌았다. 헤기가 첫 촬영 날 음료수를 사들고 스탭들에게 하나하나 인사하면서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정도의 아이돌인 헤기는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의 동생역을 맡았다. 헤기가 음료수를 거의 다 돌릴 때 쯔음 주인공역을 맡은 허크가 막 촬영장에 도착했다. 그는 영화제대상을 받은 작품의 주연도 몇 개하고 젊은 나이에 연기대상도 받을 정도로 성공한 배우였다. 한 가지 흠 아닌 흠이라면.

 

안녕하세요, 선배님!”

내가 왜 니 선배냐? 가수도 아닌데.”

 

 

성격이 개 같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이돌들을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돌 주제에 연기한다고 깝치는 놈들을 싫어했다. 립싱크 노래나 부르고 춤 좀 추다가 유명세 타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쉬운 역할 한 두개 하고 연기도 좆도 못하는 새끼들이. 누구는 그 역할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데 말이다.

 

허크는 그런 의미에서 헤기를 싫어했다. 어짜피 제작사에서 홍보 차원에서 껴 넣은 아이돌이었다. 연기를 할 때는 헤기가 친동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대놓고 무시하고 촬영이 끝나면 그대로 집에 휑하니 가버리는 것이었다.

 

헤기는 그런 허크의 태도에 뭐 아무렴 어때 하며 괜찮다고 생각했다. 육체적으로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헤기네 팬클럽에서 밥차 조공이 온 날 헤기가 허크한테 드시라고 밥을 가져다 주자 그 식판을 고의는 실수든 뒤엎은 허크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시발.”

너 방금 뭐랬냐.”

뭔 상관이에요? 내 선배도 아니시잖아요?”

, 이 새끼가

저 무시하고 그러는건 괜찮은데 주위에 피해는 안 주셔야죠. 당신 배우 아니에요? 나 같은 아이돌이 영화 하는거 존나 싫어하는? 맞아요. 나 노래 부르고 춤추다가 연기 그거 좀 몇 번 해봤다고 당신이랑 영화 찍는거에요. 근데 나도 당신이랑 영화 찍기 싫어요. 피차일반이니 밥 드시죠. 허크 배우님?”

 

구석에서 단둘이 조용하게 대화하느라 아무도 헤기 말을 듣지 못했다. 허크는 엎어진 식판을 들고 돌아가는 헤기의 뒷모습을 노려보기만 했다.

 

 

바로 식사 후 촬영 씬이 하필이면 형에게 애교 부리는 헤기의 모습이었다. 약간의 걱정을 하던 허크의 생각과는 다르게 언제 그랬냐는 듯 허크에게 앵겨서 애교 부리는 연기를 해내는 헤기를 보고 허크는 혀를 찼다. 저 개새끼 연기하나는 잘하네.

 

그 일이 있던 다음부터 허크는 대놓고 헤기를 무시는 안하고 그저 멀리서 지켜보면서 헤기를 관찰했다.

헤기 또한 자기 딴에는 허크가 꼰질러서 영화 잘릴 줄 알았는데 허크가 아무 말도 안하자 의문이 들면서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그저 욱하는 성격을 고쳐야겠다고 다짐했다.

 

 

 

------------

 

헤기가 강물에 빠지는 씬이 있었던 날이었다. 날이 추워 촬영을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상대 배우가 자꾸 엔지를 내서 헤기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강물에 몇 시간을 빠져있자 입술은 새파랗게 변하고 온몸은 덜덜 떨렸다. 이제 더 이상은 못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 쯔음 그만 오른쪽 발에 쥐가 나서 진짜 물에 빠지게 되었다. 헤기는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발에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 조그마한 차이로 강 바닥이 헤기의 발에 닿지 않게 되고 헤기는 연신 살려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때마침 카메라가 돌아가고 촬영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그 모습이 연기인줄 알았다.

단 한사람을 빼고.

 

 

허크가 강물에 뛰어 들었다. 그 큰 덩치로 빠르게 헤기를 건져 올린 허크는 주위 사람들에게 화를 내면서 엠뷸런스를 부르라고 했다. 헤기는 정신을 잃은 상태고 촬영장은 난리가 났다. 허크는 헤기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고 인공호흡을 시도했다. 헤기는 곧 물을 뱉으며 숨을 쉬었다.

 

 

곧 헤기는 병원으로 이송 되었다. 영화 촬영은 중단되고 다행히 헤기는 병원으로 옮겨진 후 정신을 차렸다. 헤기는 병문안 온 다른 스탭들이 말하길 허크가 구해줬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놀라 선물로 온 귤을 먹다 사례가 들렸다.

주위 사람들이 한번 씩 병문안을 오고 썰물 빠지듯 조용한 늦은 저녁. 모자를 꾹 눌러쓰고 조용하게 병실을 찾은 허크를 보고 헤기가 웃었다. 허크는 그 모양새가 맘에 안 드는지 심드렁하게 말했다.

 

멍청한 새끼. 좀 쉬다가 하자고 할 법도 한데 물이 춥지도 않았냐?”

제가 당신처럼 잘나는 배우에요? 감독님이 까라면 까야지

병신.”

 

헤기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허크를 힐끔 힐끔 쳐다보았다. 강아지마냥 낑낑대는 모양새에 허크가 물었다.

 

?”

“ ....아니.....”

말을 해.”

 

헤기는 작게 아..진짜....하고 중얼거리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고맙다고요.”

그럼 앞에서 사람 죽어가는데 안 살리냐?”

전에 제가 무례하게 굴었는데도 별말 없으시고.......

그건 나도 잘못했으니까.”

 

허크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툭하고 내뱉었다. 헤기는 괜히 멋쩍어 머리를 긁적이다 손바닥을 치곤 허크에게 물었다.

 

근데 어떻게 안거에요? 진짜 물에 빠진거 라는거?”

니가 연기를 안하고 있잖아.”

???”

 

헤기는 허크의 말이 이해가 안가서 물었고 허크는 아차 싶어서 입을 다물었다

 

제가 연기를 하는지 안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시발...”

??”

 

헤기는 진짜 궁금해서 물었고 허크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했다. 웬지모르지만 얼굴이 빨개진 허크는 성질을 내더니 괜찮아 보인다며 이만 가보겠다고 병실문을 열고 사라져버렸다. 헤기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

이주일이 지나고 헤기가 퇴원을 하자 영화사에서는 허크의 히어로적인 모습을 언플하며 영화 홍보를 했다. 허크는 별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지랄했다. 그 이후 촬영장에서 헤기와 허크가 붙어있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다.

 

저 이번 촬영 끝나면 콘서트 투어하고 신곡 나와요.”

영화 크랭크인이랑 겹치겠군. 소속사 머리한번 좋은걸.”

그쵸? 그때쯤에 홍보한답시고 저희 예능에 나갈 것 같지 않아요?”

너 랑 나??”

아니에요?”

 

허크는 그게 무슨 뜽 금 없는 소리냐는 듯이 놀라 물었고, 곧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난 예능은 안 나가.”

저도 안 나가고 싶네요.”

그럼 안 나가면 되잖아.”

그러고 싶지만....”

 

헤기가 말을 줄였다. 내가 어디 허크 당신처럼 시나리오도 골라서 하고 하고 싶은거 하기 싫은거 선택 할 수 있는 위치인가. 괜히 심술궂은 마음에 헤기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허크가 손가락으로 헤기의 입술을 잡아 늘렸고 헤기는 아프다며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허크와 헤기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초반에는 말도 못 걸게하고 식판도 엎어 버렸는데 말이지. 물론 지금도 헤기가 먼저 말을 걸면 허크가 대충 골라서 답해주는 정도지만 장족의 발전이라고 헤기는 생각했다.

 

 

헤기는 알까 모르겠는데 그런 헤기조차 허크는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촬영 마지막 날 까지. 계속....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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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초~11초가 좋네^^



제발 허크도 대사 듣게해주시고요....

비나이다..비나이다 마영전.. 

게임에서 풀었던썰 정리 본~~




허크는 지금 짜증이 치밀어 올라 주체할 수 없었다. 저 빌어먹을 옆집 고딩 새끼가 허크의 거사를 망쳐놓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공들여서 집에 데려온 여자의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히고 이제 시작하려는 순간 옆집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 패딩 사달라고!!!!!!!!!!”

먹고 죽을래도 없다 이놈의 새끼야!!”

아씨!!다른 애들은 다 입고 다닌단 말이야!!!!나만 쪽팔리게 떡볶이가 뭐야!!”



자잘한 것들이 부딪히고 날라 가는 소리가 들리고 고딩 놈과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뭐가 휘둘러지는 소리와 함께 맞았는지 엉엉 우는 소리도 들렸다. 무시 하고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싶었지만 이 거지같은 동네는 벽이 얇아서 무시 할 수가 없었다. 결국 허크 밑에 깔린 여자는 어머... 어쩜좋니. 하더니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하고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 가버렸다.

하 시발, 허크는 버스 정류장까지 여자를 데려다 주고 언덕길을 올랐다. 돈이 없어 학교 근처 싼 집을 구했더니 이 모양새다. 알바를 늘려서 이사를 가버려야지 원. 허크는 집 근처 가로수 밑에서 담배를 하나 피고 계단을 오르다 고딩놈이 체육복반바지에 다 늘어난 반팔만 처 입고 훌쩍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쫒겨 났군.

 

.......추워..”

 

허크는 그 모양새를 잔뜩 찌푸린 얼굴로 무시하고 지나가려고했다. 좁은 계단 한가운데에 앉은 고딩놈만 아니였으면.

 

비켜, 새꺄.”

.”

부르지마 시발,”

 

쭈그려 앉은 놈을 발로 차버리고 집에 들어갈까 생각해보았지만 제 허리쯤 오는 작은 놈을 차는 것도 영 아닌지라 허크는 이빨만 뿌득뿌득 갈며 말했다.

 

비켜라.”

, 헤기 추워요.”

어쩌라고.”

엄마 화풀릴 때 까지만 형 집에 좀 있음 안됨?”

꺼져.”

그럼 어쩔 수 없지. 아까 간 긴 머리 누나한테 어제는 단발머리 누나가 놀러왔다고 말하는 수 밖에..읍읍..”

 

허크는 순간 헤기의 입을 틀어막고 집으로 끌고 들어왔다. 시발새끼.

헤기는 뭐가 신났는지 바로 침대 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전기장판 켜줘요. 하고 서있는 허크를 쳐다보았다. 허크는 어이가 없어서 욕을 내뱉었지만 곧 전원을 틀어주었다.

 

헤헤. 아 따뜻하다.”

 

저 자식 때문에 오늘밤 여자의 가슴에 머리를 박고 자지 못 한 것이 생각나 허크는 발로 헤기를 걷어찼다.

 

!! 왜 그러여!”

시발 알면 뭐 어쩌게 개새끼야.”

아 진짜......., 설마 아까 그 누나랑 못 한거?”

“......”

.”

헤기는 연신 헐..........미안...내가 그럴줄은 몰랐음..쏘리.. 거렸다.

 

알면 닥치고 빨리 나가.”

지금 나가면 나 엄마한테 죽는 거 알면서.”

 

헤기는 허크의 눈치를 보면서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헤기가 제 발로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이자 허크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저 자식을 집에 들였지.

 

근데, .”

허크는 헤기가 뭐라 지껄이든 이제 무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그렇게 섹스가 좋아?”

 

-!!! 하고 허크가 물을 뿜었다.

 

...?”

맨날 여자들 데려와서 섹스 하잖아. 그게 그렇게 좋냐고. 오늘도 하려다가 못해서 지금 화난거잖아.”

.....”

난 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는데 그게 그렇게 좋아?”

 

순수하게 정말 좋냐고 물어오는 헤기를 허크는 어찌 해야 할지 몰랐다.

 

정말 궁금하냐?”

 

허크는 얌전히 누워있는 헤기의 위로 올라탔다. 헤기는 조금 당황해서 아니 그냥 물어본 건데...하고 말을 흐렸다. 허크는 오늘 일이 괘씸하니 좀 놀려주자고 생각했다.

그럼 가르쳐 줄테니 가만히 있어.”

?...!”

 

갑자기 목덜미를 깨물린 헤기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큰 손으로 헤기의 입을 틀어 막은 허크 때문에 비명은 헤기의 입안에서 울렸다. 깨물려 발갛게 된 곳을 혀로 쓱 훑자 헤기가 허리를 튕기며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허크가 온몸을 눌러 덮치고 있어 꼼짝 할 수 없었다. 헤기의 부드럽고 새하얀 목을 쪽쪽 거리며 빨던 허크가 한참 후 입에서 손을 떼주자 헤기가 왈칵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왜 그래...”

 

눈 시울이 붉어지고 콧잔등이 새빨개져 훌쩍거리는 모양새가 야했다. 장난이라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얇은 티셔츠사이로 보이는 들썩이는 가슴이, 허크의 다리를 감싸는 반바지사이로 드러난 헤기의 새하얀 허벅지가 허크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방금 전 여자와 야릇하게 뒹굴 던 침대에 누워 있는 헤기가 그 장면과 겹쳐지고 전기장판이 뿜어내는 훈훈한 기운이 허크의 몸을 달궜다.

 

 

 

 

 

---------------------------------

 

....앙 아 앗.....읍응 흣......”

조용히 해. 너네 집에 들리면 어쩌려고.”

“...!..윽흣 아...시러.....”

...섹스는 좋은거라고... 알려주고 있...잖아.”

 

헤기의 두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허크는 헤기의 안으로 파고 들었다. 퍽 소리가 나게 박자 헤기의 발가락이 찌르르 하고 떨렸다. 이미 한번 사정해 헤기의 엉덩이에서는 허크의 정액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헤기는 이불을 끌어 쥐었다. 헤기의 새하얀 손등에 핏줄이 보였다. 정말 왜 이렇게 된건지 왜 내가 형이랑 섹스를 하고 있는 걸까.

 

.......흐으...”

좋아?”

..하윽!!!”

...”

 

허크가 삽입한 채 빙글빙글 돌리다가 다시 한번 쎄게 박자 갑자기 찾아온 쾌감에 헤기가 비명을 질렀다. 허크 또한 헤기가 조이는 바람에 얼굴을 찌푸리며 숨을 들이 마셨다.

 

.....으흣!.....허크.....”

...?”

 

헤기가 허크의 이름을 울면서 불렀다. 헤기의 갈피 잃은 손을 허크가 잡아올려 입을 맞추었다.

허크조차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잠시 잊은 것같았다.

 

죽을 것....같아......”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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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록의 음성이 사라지지않아....

누나....누나...


사망루트주의 오빠드립주의.... 


FEVER

 

1.

 

어느 날 부터 사람들 머리위에 링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이 링을 볼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이후, 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거리를 보며 링에 대해 나름대로의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링이 없는 사람은 없었다. 갓난아이이건 90대 노인이건 여자, 남자 상관할 것 없이 모두 링을 머리에 달고 다녔다. 링이 어떻게 생겼냐고 물으면 간단하게 흔히 우리가 책이나 그림에서 보는 천사 링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링은 각자의 손바닥 만한 크기에, 머리 위 10cm에서 20cm 사이정도 떠 있었다.

근데 신기하게 그 링은 재질이 고체도 아니고 액체도 아니고,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흔들 흔들거리며 링의 형체를 갖추고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사람들의 연령대에 따라 색깔이 달랐다는 것이다. , 물론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이라는 건 아니다. 링은 전부 빨간색으로 통일되어있었다. 단지 어린아이는 밝은 빨간색이었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갈색에 가까운 빨간색으로 변하는 것 이었다.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사람은 링을 볼 수 있었지만 거울이나, tv, 사진 등으로는 링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 링을 볼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하겠지만, 지금까지 나 말고는 링이 보이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물론 확인해보지 않아도 내 머리위엔 링이 존재할 것이고 내 나이 또래들과 비슷한 빨간색일 것이다.

 

이렇게 며칠간 거리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얻은 자료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집으로 돌아가려할 때 저 멀리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검은 링이 나타났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간혹 가다가 죽을 날이 얼마안남아보이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야 거무튀튀한 빨간색 링을 가지고 다니시곤 했지만 저렇게 완벽한 검은색 링은 처음 봤다. 적어도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시간들 속에서는.

 

 

앉아있던 카페 2층 테라스에서 내려와 검은 링을 가진 남자를 쫒아가기 시작했다.

혹여나 놓칠세라 전속력으로 달려 숨이 차올랐지만, 그 순간 나는 묘한 흥분감에 휩싸여 제멋대로 발이 나가고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색을 가진 사람이다. 분명 링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링 말고도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처음에는 기쁜 마음에 주위상황을 분별할 정신이 없었으나, 검은 링을 뒤 쫒으며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는 무언가에 쫒기 듯이 뛰었으며, 곧 서둘러 골목길로 향했다. 그리고 이곳 지리를 잘 몰랐던 나는 잠시 그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내 귀에는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놀란 나는 서둘러 소리가 나는 골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코너를 돈 그 순간 내가 본 것은

 


 

하얀 링의 남자가 검은 링의 남자를 살해하는 장면이었다.

 

 

 


**

 

헤기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며칠째 똑같은 악몽에 시달리는 탓이었다. 며칠 전 사람들 머리위에 동동거리며 떠있는 링에 대해 나름대로 조사 따위를 해본다고 설쳤다가 안 좋은 일들만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날 골목에서 비명소리를 듣고 곧바로 달려갔다. 검은 링의 남자가 누군가에게 쫒기는 건 알아챘으나 그게 살인 위협일 줄은 몰랐었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헤기는 자기 자신을 꾸짖으며 달렸고, 코너를 돌자마자 찐득하고 괴팍한 사운드가 헤기의 귓가를 휩쓸었다.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헤기는 자신에게 이런 반사 신경이 있었나 하고 스스로 놀랄 만큼 재빠르게 벽으로 숨어 토악질을 참아내야만 했다.

벽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서는 계속해서 하얀 링의 남자가 살인을 하고 있는 건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오고 온몸에 식은땀이 나 이미 옷은 반쯤 젖어있었다.

헤기는 이곳에 오고 오늘 처음으로 본 검은 링이 갑자기 나타난, 그도 오늘 처음 본 하얀 링에게 살해당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공황상태에 빠진 머리는 돌아가기를 거부했고

왜 링에 대해 알아본다고 기어 나와서 이 고생인지 자기 자신이 참으로 바보 같았다. 링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서 한숨자고 싶었다. 도망을 가야할 것 같은데 온몸이 경직 되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주 한마디로 좆같았다.

 

 

 

그리고 더 좆 같 은건 아까 하얀 링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는 것이다.

 

 

 

2.

 

 

그 순간 주위가 고요해졌다.

 

 

헤기는 헉하고 숨을 멈추었다. 눈을 마주칠 때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하얀 링의 남자는 자신을 보고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위험하다는 적신호가 머릿속을 울리고 도망 가야한다는 생각이 굳어버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헤기는 그 즉시 미친 듯이 달려 골목을 빠져나왔다. 땀에 절다 못해 뒤집어씌워진 꼴을 하고 거리로 나와 인파 속에서 힘이 빠져 쓰러질 때까지 다행히도 하얀 링의 남자는 헤기를 쫒아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 밤을 꼴딱 세운 헤기는 경찰서로 달려갔다. 어제 골목길에서 살인이 일어났으며, 자신이 살인현장의 목격자가 되었는데 그 범인이 자신의 얼굴을 봤으니 신변보호를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경찰은 헤기를 망상증환자로 취급하며 쫒아낼 뿐이었다.

 

 

이유인 즉 헤기가 경찰서에 와 사건을 이야기한 순간은 경찰서도 난리가 났다. 평소에도 치안이 좋기로 유명한 이 도시는 최근 몇 년간 이렇다할만한 사건조차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건이 사실이라면 도시의 명성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 분명했다.

놀라 우왕좌왕하는 경찰들을 이끌고 어제의 사건현장으로 향했으나, 골목에 도착한 헤기는황당함에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골목은 어제의 일이 마치 잘못 본 것인 마냥 깨끗했고, 사방으로 튀겨져있던 핏자국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닦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깨끗해서 처음부터 살인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아 헤기의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피해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경찰들의 훈계를 받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

 

그 후 헤기는 지금까지 하얀 링의 남자가 나오는 악몽을 꾸었다.

 

하얀 링의 남자는 얼굴부터 발끝까지 검정색 옷을 입고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자신을 쫒아왔다. 헤기는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곧 잡히고 만다. 그리고 검은 링의 사내는 자신을 그 대검으로 난도질 하는 것 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이는데 헤기는 꿈속에서도 그가 찌르는 부위가 너무 아파 그가 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렇게 악몽을 꾸고 일어나면 소름 돋게도 정말로 온몸에 희미한 생채기가 나있는 것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사람들 머리위에는 빨간 링이 떠다니고 있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하루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로 거리가 시끄러웠다.

헤기가 살고 있는 곳은 집이라기 보단 상가건물2층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20평 남짓한 사무실은 큰 창문 앞에 책상과 책장이 있었고, 책장에는 책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손님접대용 쇼파와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조그맣게 딸린 옆방에 침대와 옷장이 있었다.

다른 직원 없이 헤기혼자서 운영하는 이 정체불명의 사무실은 지난 한 달 동안 단 몇 명의 손님만이 왔다 갔을 뿐이다.

 

 

띠리리리 띠리리리리리리

 

 

책상 한쪽에 놓여 진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지낸, 한동안 조용했던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

 

 

 

“...뭐야..?...........”

 

 

받자마자 전화가 끊겼다. 며칠 밤을 제대로 자지 못한 헤기는 짜증이 났다. 안 그래도 꿈에서 나오는 그 하얀 링을 한 사이코 때문에 무서워서 밖에도 제대로 못나갔다. 생각해보니 사무실에 조그마한 냉장고에 있던 음식들도 다 먹어서 배가 고팠다.

밖에 나가기는 죽기보다도 싫었지만, 정말로 먹을게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던 터라 헤기는 나갈 채비를 하고 자주 가던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이 도시에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부모님도 안 계신 헤기는 거의 혼자서 다닐 수 있는 식당을 찾았다. 그 중에서도 사무실에서 도보로 5분정도 떨어진 이 조그마한 식당은 아침에는 샌드위치나 주스를 팔고 점심에는 간단한 식사를 그리고 저녁에는 주류를 파는 곳이었다.

아침에 일어났다 해도 침대에서 너무 밍기적 거렸는지 벌써 식당의 메뉴는 점심특선이었다.

 

 

고기가 주를 이루는 메뉴를 시키고 헤기는 습관적으로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사람들 머리위에는 검은 링과 하얀 링은 보이지가 않았다.

 

그냥 내가 헛것을 본건가...”

 

 

경찰들에게 망상증환자라고 욕을 먹고 쫒겨 난 후 다시 한 번 그 곳에 가보았지만 핏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고 먼지만 날릴 뿐 이었다. 이쯤 되니 정말로 자신이 잘못 본 것 인가하고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때 자신에게 들린 식당 안쪽 테이블에서 나는 대화소리만 아니었으면 말이다.

 

 

 

 

자네 머리 꼭대기에 달린 가락지에 대해 들어 봤는가......? 우리 마누라가 미쳤는지 갑자기 사람들머리위에 천사님 링이 보인다 카더라는거야........................더 웃긴건 그 링이 검붉으면 검붉어질수록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하더라 하면서 나보고 조심 하라지 뭔가 글쎄.”

 

재밌는 이야기군 그래.”

 

껄껄

 

 

 

서너 명의 남자들이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요즘 마누라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서 피곤하다며 너스레를 떠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은 다른 남자들은 친구가 지어낸 재미난 이야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기분 좋게 웃으며 넘기고 있었다.

 

더 미치겠는 건 마누라 회사에 딱 한명 검은색의 링이 있었다 라는 걸세. 근데 아무도 그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는 거야. 글쎄, 아니 그런 사람이 존재했는지도 몰랐다고 하는군. 여지껏 같이 일을 해왔는데도 말이야!”

 

 

헤기는 음식이 나 온지도 모르고 한 글자라도 빼먹을까 집중해서 대화를 엿들었다. 듣자하니 저 아저씨의 아내 분은 저와 같이 링을 볼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헤기 자신보다 링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이쿠 벌써 시간이, 나는 먼저 가봄세.”

 

잘 가게나.”

 

조심히 들어가게.”

 

 

이야기를 나누던 남자는 시간이 늦었다며 서둘러 일어나 가게를 나섰다. 가만히 듣고 있던 헤기도 재빨리 그 남자를 뛰 쫒아 가게를 나왔다. 헤기는 그 남자의 아내 분을 만나고 싶었다.

 

저기요!!!!!잠시 만요!!”

 

뛰다시피 걸어간 헤기는 남자를 불렀다. 남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못 들었는지 계속 걸어갔고 헤기는 남자의 어깨를 잡아 불러 세웠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일어난 광경은 믿을 수가 없을 만큼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헤기가 남자의 어깨를 잡아 돌리자 남자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흩날렸기 때문이다.

사람이 눈앞에서 살인을 당하는 장면도 놀랍고 무서웠지만 잿더미가 돼서 날아가 버리다니!!!

헤기는 방금 자신이 본 것이 현실이 맞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아니 왜 자꾸 자신의 주위에서 이런 이상한 사건들이 생기는 걸까. 헤기는 무서웠다. 도망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링을 보는 대가가 이런 것이라면 싫었다. 자신은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헤기는 울면서 집으로 달려왔다. 지나치는 사람들마다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무섭다. 두렵다. 사람이 자신의 앞에서 잿더미로 변했다. 자신이 만지는 바람에 그리된 것일까? 자신 때문이 아니라고 해도 그 남자가 죽은 것은 사실이었다. 보진 못했지만 집에는 예쁜 아내가 자신을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번뜩 헤기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아내는 남자에게 링의 색깔을 이야기해주며 조심하라 일러줬다. 헤기가 본 바로도 그 남자는 거의 다 죽어가는 사람의 링 색. , 갈색에 가까운 어두운 색이었던 것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그 남자의 친구들을 찾아 남자의 집으로 가야했다. 헤기는 창밖을 보았고 시간이 언제 흘렀는지 모르게 벌써 하늘은 해가 져 가고 있었다.

헤기는 쭈그려 앉아있던 쇼파에서 일어나 뒤를 돌았다. 그 순간

 

 

“Hello, 예쁜이?”

 

 

 

꿈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하얀 링이 웃고 있었다

 

 

3.

 

 

숨어 있어서 이 오빠가 찾는데 오래 걸렸잖아. 안 그래? Gray?"

 

 

헤기는 온몸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 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도 안 났을 뿐더러 저 미친 사이코 하얀 링이 이 사무실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냔 거였다. 혹시 헤기자신을 미행한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정체불명의 장난전화가 한 통 왔었는데 저 새끼일 수 도 있겠다 싶었다.

 

 

왜 말이 없어? 벙어리냐? 회색 링 예쁜이야.”

 

 

잠깐만요...... 회색 링이라 구요...?”

 

공포로 얼어붙었던 몸이 하얀 링의 의문스러운 말에 의해 풀려났다. 헤기는 앞에 있는 남자가 며칠 전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살해한 사이코라는 사실을 망각하고는 질문을 해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회색 링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 그새 까먹었냐? 내가 맨날 꿈에서 나타나서 귓가에 대고 말해줬잖아. 네 링은 회색이라고.”

 

“!!!!!!”

 

 

 

헤기는 하얀 링의 말을 듣고 머리를 강하게 맞은 것처럼 울렸다. 며칠 동안 꾸던 악몽이 사실은 단순한 꿈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꿈속에서 자신에 귓가에 대고 자꾸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던게 저 말 이었나.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온 헤기는 하얀 링 또한 링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꿈에서 보았던 대검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하얀 링과 동지감에 기뻐 할 수도 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도 없었다. 헤기는 속으로 욕 짓거리를 하며 슬금슬금 물러났다. 하얀링은 그런 헤기를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결국 내 손에 죽어야 하는 운명이지.”

 

 

 

 

좆 됐다. 라고 헤기는 생각했다.

 

 

 

 

하얀 링은 덩치가 헤기의 거의 세배는 될법하고 인상은 사납고 더러웠으며 드러난 근육들이 남자가 대검으로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라 그냥 맨손으로 죽인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사실 검은 새끼들만 처리하면 된다고 그래서 예쁜이 너는 고민 많이 했어. 그래서 내린 결론은 귀여워 해주다가 죽여주자. 어때? 맘에 드냐?”

 

남자는 며칠 동안 고심한 자신의 결론이 어떻냐는 듯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헤기는 그딴 결론은 필요 없다며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왜 사람들을 죽이는거에요?!! 이유가 도대체 뭐냐 구요!!”

 

죽긴 죽더라도 왜 죽는지는 알자고 다짐하며 소리쳤다. 내가 왜! 왜 죽어야하는데!?

그러나 헤기의 질문에 내내 웃고 있던 하얀 링은 얼굴을 구기며 불쾌 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 다 까먹었군? 네 이름은 아냐?”

 

 

 

화를 내며 소리치던 헤기의 얼굴이 일순간 하얗게 되며 굳어갔다. 저 사이코는 헤기가 자신의 이름도 몰랐단 걸 어떻게 알았을까.

 

 

 

 

 

 

**

 

 

헤기 케르. 아니 나는 사실 내가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지금 있는 사무실침대에 누워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기억 상실증같이 모든게 기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애초부터 이곳에서의 기억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뜬 순간부터 인생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고 혼란스러웠다. 헤기라는 이름도 사무실 책장에 꽂혀있던 책 들 중 아무거나 골라잡아 나온 등장인물의 이름이었다.

 

그런 와중에 어렴풋이 기억하는 것들 중 하나는 자신이 이곳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이 도시 넘어 바깥세상에서 온자. 그들을 여기 사람들은 ‘virus’ 라고 불렀다.

 

사는데 목적이 없었던 헤기는 하루하루가 무료했고 심심했다. 자신은 왜 여기 있는 걸까. 무엇을 하러 바깥에서 이곳까지 왔을까.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고심하기를 어언 한 달 째 되어가고 있던 때에 링에 대해 조사하기로 결심했던 것이었다.

 

 

 

 

**

 

 

꿈에서 알려준 내 이름도 까먹었겠군? 내 이름은 허크. 멋지지? 예쁜아.”

 

 

자신을 허크라고 소개한 하얀 링은 어느새 헤기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사실 넌 죽이기 너무 아쉽다. virus주제에 이렇게 이뻐서 어떻게하냐.”

 

“virus! 바이러스! 그 놈의 바이러스가 도대체 뭔데?!!”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있던 헤기가 별안간 고개를 들며 허크를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그 순간 사무실은 헤기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불어 닥친 바람에 휩쓸렸다. 책장에 꽂혀진 책들이 떨어지고 가구들도 흔들거리며 밀릴 만큼 강한 바람이었다. 사무실을 난리법석으로 만든 바람의 출처는 놀랍게도 헤기 자신이었다. 헤기 주위로 나타난 수많은 검의 환영들이 일으킨 바람이었다.

 

 

이제야 예쁜이답네.”

 

 

 

허크는 이제야 제대로 즐길 수 있겠다며 입맛을 다시고 헤기를 향해 대검을 쥔 손을 뻗었다.

 

 

지금부터 오빠랑 놀아볼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허크라는 사내는 괴팍하고 미친놈이었다.

그는 큰 덩치에 비해 날렵했고 대검을 자유자재로 휘둘렀으며 허공에서 쉴새없이 나타나 헤기를 향해 날라왔다. 좁은 사무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피하던 헤기는 아슬아슬하게 한두 번씩 피하지 못해 온몸에 상처가 나 피를 흘리고 있었다. 헤기가 검에 스쳐 신음을 흘리면 그 모습을 보던 허크는 기분 더러운 웃음을 흘렸다. 마치 일부러 한두 개씩만 맞추며 헤기를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예쁜이가 너무 잘 피해서 이 오빠가 다 무서운걸?”

 

허크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기만 하던 헤기는 자신을 여자 취급하며 놀리는 말투에 울컥 화가나 몸을 돌려 허크를 노려보았다.

 

, 그럼 이젠 내 공격도 피해보시던가!”

 

 

환영 검들로 바닥에 깔린 종이들을 날려 시야를 가린 헤기는 허크 쪽으로 빠르게 달려가 정확하게 얼굴을 노려 발차기를 날렸다.

순간, 헤기가 공격해 올 줄은 몰랐던 허크는 방심하고 있다가 가드도 올리지 못한 채 그대로 헤기의 발차기를 맞고 사무실 구석으로 밀려났다.

 

크흑..!”

 

 

허크가 밀리며 벽에 부딪히는 바람에 벽이 심하게 울려 기어코 책장이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꽂혀있던 책들도 바닥에 나뒹굴어 꼴이 말이 아니었다.

헤기는 허크와 거리를 두고 거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말을 어렵게 꺼내 물었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졌더니 잿더미로...변했어. 당신 그 이유 알아?”

 

 

몸에 붙은 바람에 날린 서류를 떼던 허크의 손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헤기는 숨을 죽이고 허크를 주시했고 곧 잔뜩 구겨 진 얼굴로 허크가 대답했다.

 

 

니가 회색 링 이니까.”

 

그니까 그 게 뭐냐니까!!”

 

아 씹! 나도 잘 몰라! 나도 그냥 위에서 시켜서 이 짓거리 하는 거지! 예쁜이 네가 공무원인 오빠의 고통과 비애를 아냐!”

 

 

헤기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답해줄 생각이 없으면 그냥 닥치고 있을 것이지, 아니 도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이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한단 말인가? 저 허크인지 오크인지 하는 사이코는 진정 미친 게 틀림이 없었다.

 

그럼 넌 왜 검은 링을 죽이는 거지? 그리고 당신은 어째서 하얀 링이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검정색 옷을 입고 머리까지 시꺼먼 저놈의 링 색은 아이러니하게도 하얀색이었다. 불을 켜지 않아 어두운 건물 안에서도 허크의 머리위에 떠있는 하얀색 링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헤기의 질문에 허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어보였다.

 

너무 많이 알려고 하는 것도 죄야. 예쁜아

 

그 순간 허크의 손에서 눈으로 쫒을 수도 없을 만큼의 속도로 날아 든 대검에 헤기는 팔뚝을 스쳤다. 이미 여러 군데 칼에 스쳐 피를 많이 흘린 헤기는 신음을 흘리며 휘청거렸다. 그 모습을 본 허크는 기분이 상당히 불쾌했다. 방금 공격은 급소를 노리고 정확하게 날린 것이었다. 그 공격을 헤기는 환영 검을 이용해 궤도를 바꿔내어 튕겨내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칼에 스친 헤기의 상처는 몇 분 지나지 않아 곧 바로 아물어 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까지 상대해온 찌질 했던 검은 링들과 헤기가 차원이 다르단 사실에 허크는 긴장 할 수밖에 없었다.

 

 

나야말로 궁금한데. 예쁜이 넌 누구냐?”

 

내 이름은 헤기야. 예쁜이가 아니라.”

 

 

긴장감이 감도는 와중에 헤기는 허크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맘에 안 든다는 투로 띠겁게 내뱉었다. 허크는 그런 헤기가 귀여워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크핫! 그래 헤기. 재밌는건 시작도 안 했다.”

 

 

허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상 했던 대로 허크가 돌진하며 대검이 날아왔고, 헤기는 서둘러 검을 만들어내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나 헤기의 몸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며 헤기의 눈에 허크의 눈이 마주쳤다. 헤기는 순간 아차 했다. 방금 전 공격은 처음부터 자신이 피할 줄 알고 한 속임수 였다. 하지만 이미 상황파악을 한 때는 늦어 허크가 그대로 헤기의 복부에 강력한 주먹을 날린 후였다.

 

 

 

크흡!”

 

 

숨이 안 쉬어질 정도의 주먹에 아픔을 참느라 깨문 입술에서 피나 흘러나왔다. 고통에 몸을 웅크리며 쓰러져 있는 헤기에게로 허크가 다가와 헤기를 덮쳐 안았다. 헤기의 어깨를 한손으로 잡아 옆으로 돌려진 상체를 바로 편 후 허크는 상체를 숙여 자신과 눈을 마주보게 만들었다. 서로의 코가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간 허크가 낮게 속삭였다.

 

 

지금부터 재밌는 놀이하자.”

 

 

허크는 그대로 헤기의 머리 뒤로 손을 넣어 고정시킨 후 입술을 맞추고 바로 혀를 집어넣었다. 헤기는 고통 때문에 잠시 입을 벌리고 있던 틈새로 들어온 허크의 혀에 놀라 정신을 번뜩 차렸다. 하지만 두 다리는 허크의 몸에 깔려 움직일 수 없었고 두 손은 허크의 한손에 묶여 위로 올라가있는 상태였다. 허크의 힘이 어찌나 세던지 손으로 결박하고 있는 자신의 손목이 금세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으윽!”

 

 

허크는 헤기의 입술을 잡아먹듯이 집어 삼 겼고 입속을 샅샅이 훑으며 헤기의 몸을 좀 더 세게 짓눌렀다. 헤기의 도망가는 혀를 붙잡아 집요하게 잡아 놔주지 않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몰아붙이는 허크 때문에 헤기는 호흡곤란이 오기 시작했다. 귓가를 때리는 질척하고 야한 사운드에 정신을 놓을 뻔했다.

헤기는 있는 힘껏 몸을 움직여 저항하며 환영검을 만들어 냈다. 허크의 공격을 피하는데 사용되던 검이 이제는 칼날과도 같이 날카롭게 변하여 허크를 공격했고 허크의 몸에는 환영검이 지나갈 때마다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을 한 치의 틈도 없이 달라붙은 채 깔고 있는 허크를 공격하는 바람에 헤기는 환영 검을 컨트롤할 정신이 없어 그 바람에 같이 검에 맞아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 헤기를 눈치 챈 허크는 키스를 하던 입술을 떼고 헤기의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

 

갑작스러운 아픔에 헤기가 입을 벌렸고 바람이 잠시 잔잔해졌다.

 

헤기. 자꾸 그러면 네가 아프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 변태새끼야.”

 

 

허크가 잠시 상체를 일으킨 틈을 타 헤기는 허크와 자신의 사이에 수많은 검들을 소환해 날렸고 허크가 반사적으로 대검을 들어 막아내자 밀리는 바람에 허크는 그대로 천장에 곤두박질쳤고 천장의 전등이 허크의 등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도 건물이 부셔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허크는 천장에서 그대로 추락해서 꼴이 말이 아니었다.

 

 

! 자꾸 이러면 오빠 화낸다!!!!”

 

 

허크는 얼굴에 열이 달아올라 잔뜩 성을 내며 소리쳤다. 휘두르는 대검이 통제가 안 되는지 헤기를 제대로 겨누지 못하고 벽에 꽂히기 일 수였다. 허크가 대검을 360도로 휘두르자 피할 곳을 찾지 못하던 헤기는 그대로 2층 창문너머로 뛰어내렸다. 2층 창문에서 깨져버린 유리들의 파편이 길가로 떨어진 헤기에게로 쏟아졌다. 유리가 보도블럭에 부딪히며 들리는 파편음이 귓가를 윙윙 울리고 있었다. 바닥에 부딪힐 때 순간적으로 검들을 깔아 중상은 피했지만 충격까지 전부 다 흡수할 수 없어서 헤기는 곧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쓰러진 헤기를 2층 창문으로 확인한 허크는 그대로 창틀을 밟고 뛰어내렸다. 별다른 동작 없이 가뿐하게 착지한 뒤 성큼성큼 다가가 헤기를 일으켜 안았다.

 

 

왜 이렇게 무모하냐? 회색 링이라서 그런가......”

 

 

또 링 타령이다. 그는 자신에게 링에 대해 말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러면서 자꾸 저런 소리를 해대니 헤기의 속이 타 미쳐버릴 것 같았다.

 

닥쳐. 새끼야.”

 

!!”

 

헤기는 손에 쥐고 있던 팬텀대거로 자신을 안고 있는 허크의 옆구리를 있는 힘껏 찔러 넣었다.

불편한 자세 때문에 깊숙이 찌르진 못했지만 효과가 있었는지 허크는 헤기를 안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그 틈에 헤기는 허크의 품에서 빠져나와 도망치기 시작했다.

 

 


 

4.

 

 

 

허크는 자신의 옆구리에 박힌 대거를 쳐다보며 바보같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귀엽게도 자신의 배때기에 칼 빵을 놔준 헤기 덕분에 허크는 토끼처럼 도망가는 헤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상처가 대충 지혈이 끝나갈 때 쯤, 뒷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렸다. 허크는 발신자 표시에 뜬 이름을 보고 욕을 내뱉은 후 인상을 쓰며 전화를 받았다.

 

.”

 

언제까지 귀여운 토깽이랑 놀아주고만 있을 거야. 덕분에 이쪽 피해가 심각한데.”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다. 건들이지 마. 내 먹잇감이야.”

 

 

차갑게 날이 선 목소리로 위협하듯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휴대폰 너머로 상대방이 뭐라 뭐라 하는 소리를 듣지도 않고 끊어버린 허크는 일어서서 헤기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갔다.

 

 

 

 

 

**

 

 

 

이상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던 헤기는 주위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보이지가 않았다. 이 시간이 되면 언제나 바깥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는데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건물 안에는 제각각 불빛들이 켜 있었지만 거리는 무서울 만큼 적막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헤기가 서둘러 길가에 있는 식당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연신 축구중계를 해주는 tv소리와 테이블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만 헤기를 반길 뿐 이었다.

 

 

미치겠네! 진짜!!!”

 

 

머릿속은 이미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계속 자신에게 일어나는 괴상망측한 일들 때문에 사고회로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것 같다. 특히나 지금은 정말 울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로 나오면 혹시라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사라져버렸다. 이 도시에 헤기와 허크 만이 존재하는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상황에 헤기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어이....거기 예쁜 토끼, 어디 가냐?”

 

 

지금 절대로 듣고 싶지 않는 목소리가 고요한 거리에 울려 퍼졌다. 절망적인 기분의 헤기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헤기의 눈에 건물 옥상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허크가 보였다.

 

 

도시가 참 조용하지. 우리 둘이 놀으라고 다들 어디 갔나본데?”

 

 

허크는 씨익 웃으며 건물옥상에서 그대로 뛰어내려 헤기에게로 다가왔다. 불안한 기운이 엄습해와 헤기는 어금니를 세게 깨물었다. 헤기는 이미 허크의 입에서 나올 말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놀자. 예쁜아.”

 

 

 

 

 

 

헤기의 몸은 이미 한계까지 간 상황이었다. 며칠 밤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한 상태에서 평소에는 쓸 일이 없었던 능력까지 무리해서 써대는 바람에 체력은 밑바닥을 드러냈다. 또한, 피를 많이 흘린 탓에 당장 쓰려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현기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쉴 틈도 주지 않고 아까보다 두 배는 더 빨라진 듯한 속도로 대검을 휘두르는 허크 때문에 헤기는 이를 악물고 겨우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헤기는 날아오는 대검의 궤도를 읽고 한쪽으론 환영검으로 방어를 하면서 다른 한쪽으론 또 다른 환영검을 날려 허크를 공격했다. 허크는 이제 그만 끝을 내야겠단 생각에 두 팔을 올려 헤기의 환영 검 공격을 모두 쳐냈다. 허크의 대검이 밝게 빛나고 허크와 헤기를 둘러싸고 거리를 가득 메운 환영검이 뿜어내는 차가운 냉기에 헤기는 몸을 떨었다.

 

 

목적.”

 

 

폭풍전야와도 같은 거리에 정적을 깬 허크의 목소리가 툭하고 던져졌다. 방금 내뱉은 단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자신만 멀뚱히 쳐다보는 헤기를 보고 허크는 혀를 찼다. 헤기에 대해 위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허크는 헤기 같은 회색 링을 처음 본 터라 아는게 하나도 없었다. 덕분에 며칠간 미행 하느라 귀찮아 죽는 줄 알았다. 헤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허크 저의 취향이라 꿈에서 괴롭히는 재미가 있었지만 말이다. 덕분에 곧 바로 못 죽이고 이렇게 질질 끄는 상황이 올 줄 몰랐지만.

 

 

이 도시에 침투한 목적이 뭐냐고, virus.”

 

몰라.”

 

진짜 모르는 거냐,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거냐? 능력도 야무지게 쓰던데 이 오빠는 후자에 편의점 떡볶이 1개를 걸고 싶은 기분이다.”

 

 

심각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농담을 하며 웃는 허크를 헤기는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진짜 모른다고 씨댕아!!!

 

 

, 그럼 오빠가 헤기가 궁금해 하는 거 하나 알려줄게. 어때 콜?”

 

허크는 예쁜이 가는 길에 이 오빠가 큰 선물을 해주는 거라며 자신만큼 친절한 하얀 링도 없을꺼라고 그의 무서운 얼굴에서 콧김이 나올 만큼 신이 나 말했다.

 

 

 

 

 

검은 링들은 이곳 사람들을 잡아먹으려고 내려와. 잡아 먹혀진 사람들은 또 다른 검은 링으로 변하지. 그리고 나는 그런 검은 링들을 찾아내서 없애는 정의의 사도.”

 

 

헤기는 허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저 사이코 같은 말을 믿느니 자신의 동네에 있는 막대두개 들고 다니는 동네바보 헛소리를 믿는게 백배 나아보였다.

 

 

못 믿는 눈치인데. 이 오빤 거짓말 안 해.”

 

 

공무원은 정직이 생명이거든 라고 덧붙힌 허크가 그 다음에 내뱉은 말에 헤기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 네가 만져서 잿더미가 되었다고 한 그 아저씨도 아마 검은 링이 되어있을거다.”

 

 

 

 

 

 

**

 

 

 

허크는 벌써 며칠째 한 남자를 미행하고 있었다. 미행 이라봐야 미행당하는 당사자가 집에 틀어 박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창문을 뚫어져라 주시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할 일이 없었다.

 

 

며칠 전 허크는 거리에서 검은 링과 추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별 시덥지 않은 주제에 발만 빨라서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통에 자신들의 뒤를 따라오는 인기척을 느꼈지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일단 저 빡치게 만드는 검은 링부터 처리하고 졸졸 따라오는 쥐새끼를 상대해도 늦지 않았다. 어느새 골목길로 도망친 검은 링을 코앞까지 쫒아간 허크는 자신을 뜀박질 시킨 것에 대한 분노로 평소보다 좀 더 검은 링을 심술궂게 먹어 해치웠다.

 

그리고 자신을 쫒아오던 쥐새끼는 바로 벽 너머 뒤에 숨어 있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무시하고 돌려보내주었을 텐데 그 귀여운 쥐새끼는 링이 회색 이었다. 생긴건 이쁘장한 토끼를 닮았으니 쥐새끼보단 토끼라고 해야 하나. 검은색은 무조껀 죽이라는 명령 때문에 이런짓을 하고 다니는 허크 지만 회색 링은 들어 본적이 없다. 허크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귀여운 토끼는 도망을 가버렸고 토끼의 흔적을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복잡한걸 싫어하는 평소 성격이라면 회색 링이건 뭐건 어짜피 검정색이랑 가까우니까 죽여버리지. 하고 그 자리에서 해치웠을 테지만 왠지 허크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평소 같지 않은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도 놀랐다. 저 회색 링의 바이러스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의구심이 드는 허크에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 회색 링이 이곳에 온 시점부터 도시에 검은 링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바이러스는 발견즉시 죽여야 하는게 맞는데 허크는 자꾸만 망설이게 되는 자기 자신이 이상했다. 저 회색 링이 허크 마저도 검은 색으로 감염시켜 버린 건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

 

 

 

헤기의 볼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방금 허크의 말은 이 모든게 너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서러웠다. 헤기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자 허크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 예쁜아, ..왜 울어??”

 

 

당황하며 헤기를 달래보려 다가가려 했지만 헤기가 내뿜는 얕고 서늘한 바람에 걸음을 멈췄야 했다. 헤기는 수 백개의 환영검에 둘러 쌓인 채 금방이라도 주위를 얼려버릴 것 같은 냉기를 담은 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기운에 허크가 주춤한 사이 헤기는 눈가를 소매로 쓰윽 닦아낸 후 허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착각 하지마. 변태 싸이코야. 누가 죽어준데?”

 

 

 

거리에 사람이 한 명도 없는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헤기의 주위에는 수 백개의 환영검이, 허크의 주위에는 허크가 만들어낸 밝은 빛이 감싸고 있었다. 둘은 서로의 눈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헤기의 울분어린 눈빛을 허크는 광적인 집착으로 쫒아 옭아매었다. 어느 한명이라도 입을 떼는 순간이 아마도 마지막 종소리를 울리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종소리를 울린 사람은 헤기였다. 대치하던 수 백개의 환영 검이 목표를 향해 돌진했고 곧 거대한 충돌 음과 함께 거리는 매캐한 먼지로 가득 찼다.

먼지가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거리엔 새빨간 핏자국과 거리의 잔해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헤기는 눈을 들어 허크 쪽을 쳐다보았다. 환영 검이 일으킨 흙먼지에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쓰러져 누운 채 눈을 다시 돌린 헤기는 부들거리는 팔다리를 일으켜 상체를 들었다. 두 팔과 다리로 엎드려 땅을 짚은 헤기는 피를 토해냈다. 몸에 박힌 수십개건물 잔해에 헤기는 거의 기다시피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새 흙먼지가 가라앉아 허크도 건물 잔해를 치우며 나왔다.

 

 

제법이네...... 예쁜아. 이 오빠가 이렇게 힘들..........”

 

 

 

 

 

 

 

 

 

!!!!!!!!!!!”

 

 

 

 

 

 

 

허크가 쓰러진 헤기를 보며 말하던 찰나, 익숙한 금속기계에서 나오는 파괴음이 강하게 들렸다. 허크는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헤기 또한 고개를 돌리려했지만 심장을 꿰뚫는 강력한 충격에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쓰러진 헤기의 밑으로 끈적한 핏줄기가 쉴새 없이 흘러나와 바닥을 메꾸었다.

허크는 자신의 몸 상태도 잊은 채 헤기에게로 달려가 안으며 상태를 확인했다. 총알로 심장을 관통당한 헤기는 피를 쿨럭 거리며 토해내면서 눈을 감고 있었다.

허크는 방금 전 갑자기 나타나 권총으로 헤기를 맞춘 남자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내가 건들지 말라고 했잖아!!!!!!!!!!!!!”

 

 

남자는 허크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 수 가없었다. 지금 바이러스 따위한테 애정이라도 생긴건가? 하고 허크에게 비소를 날리며 물었다. 허크는 화가 났다. 왜 지금 자신이 헤기가 죽는다는 사실에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헤기를 죽이려 들었던 것은 자신인데 막상 이렇게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으니 허크의 눈에선 알 수 없는 눈물이 났다.

 

 

헤기는 점점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눈을 떴다. 허크가 자신을 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 놈은 왜 또 울고 지랄이야. 죽인다고 쫒아올 땐 언제고....

헤기는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서도 입 꼬리를 올려 피식하고 웃었다. 죽기직전에 보는 얼굴이 저 변태얼굴이라니 자신의 인생은 왜 이렇게 불행한지 모르겠다.

 

이봐요.....”

 

헤기..........”

 

다음에 만나면....”

 

 

 

내가 꼭 다시 와서 박살을 내줄테니까. 허크가 꽉 잡은 헤기의 손에서 서서히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 허크는 대답했다.

 

 

그래. 기다리마.”

 

 

 

 

 

 

**

 

 

 

 

 

날씨는 어느새 더워져서 낮에는 밖에 돌아다니기도 부담스러울 만큼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었다. 허크는 한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거리를 걸었다.

 

 

 

헤기가 사라진 이후로 도시는 다시 원상 복귀 되었다. 허크와 헤기의 싸움이 끝나자마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검은 링도 평소와 같은 숫자의 출현빈도를 보였다. 허크는 바이러스를 옹호하였다는 이후로 도시의 중심에서 외곽으로 쫒겨 나고 말았다. 소멸 당할 줄 알았는데 겨우 이정도의 벌만 내려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검은 링이 출현하던 중심과는 다르게 이곳 외곽은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아 몇 개월째 무료하게 지냈다.

 

 

오늘도 대충 거리를 순찰하고 날씨도 좋은데 어디 놀러나 갈까 생각하는 허크에게 길을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스크림 덕분에 기분이 좋았던 허크는 최대한 친철한 얼굴로 뭔데하고 대답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센트럴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죠?”

 

 

 

 

 

 

몸을 돌린 허크의 눈에 보인 중심으로 가는 길을 묻는 청년의 얼굴은 그가 몇 개월째 기다리던 헤기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머리위에는 검은 링이 떠있었다.

 


 











해석

 

시발 이게 무슨소리야?!?!하는 분들을 위해서.....

 

 

이 소설에서 나오는 도시는 우리들 몸속의 '혈관'입니다.

링의 색깔은 각자 역할을 눈으로 보여주기 위해 제가 임의로 구별해 놓은겁니다.

 

빨간링: 적혈구

 

하얀링: 백혈구(마지막에 총 쏜 남자도 백혈구 중 하나)

 

검은링: 바이러스,세균들

 

그럼 문제~~회색링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백신'입니다.

백신의 사전적 의미는

 

우리의 몸은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에 저항할 수 있는 항체를 생성하여 후에 동일한 항원에 감염되었을 때 신속한 면역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백신은 어떤 감염증에 대해 인공적으로 면역을 얻기 위하여 약화시키거나 죽인 미생물 또는 병원미생물이 생산한 독소액에 적당한 조작을 가하여 만든 것

 

결국 풀이하면 백신도 변형시킨 또 다른 바이러스란 소리죠!

 

결국 이 이야기는 백신인 헤기가 사람들의 손에 의해 타의로 혈관속에 들어가서 백혈구인 허크를 만나 싸웁니다. 그리고 몇 개월후 백신을 맞아가며 준비한 진짜 바이러스 '검은링의 헤기'가 몸속에 들어오게 되었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백혈구와 바이러스가 싸우면서 몸에서는 열(fever)이 나게 되져....

 




사실 저 혈관은 허크의 몸속의 혈관이고 헤기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열병을 치루는 허크를 표현해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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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센티넬도 없이 이런 곳에 혼자 다니다니. 네 센티넬은 어디 있지?”

 

남자의 거침없는 말에 분한 마음이 들었다. 이야기도 듣지 않고 자신을 가이드라 생각하는 것도 괘씸하고 계속 일어나려는 자신을 힘으로 눌러 앉히며 생글생글 웃는것도 짜증이 났다.

 

“.....!!”

 

헤기는 주먹을 쥐고 소리치려다 멈췄다. 남자는 헤기가 분에 겨워 조그마한 주먹을 쥐고 떨고 있는 모양새를 지켜보았다. 뭐가 그렇게 화가 나 벌게질 정도로 주먹을 움켜쥐는지 화를 내고 있다기보다 울상이라는 쪽이 맞는 표현인 듯 했다. 헤기의 그런 모습이 퍽이나 귀여워 보여 남자는 기분 좋게 다음 말을 기다려 주었다. 물론 그 좋은 기분은 헤기가 내뱉은 말로 인해 사라지게 되었지만.

 

난 센...!”

 

센티넬이다? 그런 농담은 재미없어. 꼬맹아. 네가 가이드가 아니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었어.”

 

남자는 헤기의 말을 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을 마주 본 상태에서 그리 말하는 돌변한 남자의 태도에 헤기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일반인이 반란군 기지 근처 오염된 숲으로 들어올 리가 없잖아. 평소에도 시덥지 않은 왕국놈 들이 산 주위를 어슬렁거리기는 하는데 너처럼 혼자 다니는 놈은 없단 말이야. 네 말대로 네가 센티넬이면 가이드가 있어야하는데 그런 것도 안보이고. 매복해 있다고 생각해봐도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가이드가 필요 없는 센티넬이 존재할 수 있냐? , 아예 네가 가이드 인걸 모르는 거냐 설마? 그렇다면 날 따라오면 다 설명 해줄테니까. 그리고 아까 키스로......”

 

남자는 잠시 말을 줄이더니 다시 황급히 말을 이었다.

 

암튼, 센티넬이 없다는 건 주인 없는 가이드란 소리 같은데. 내가 가져도 되겠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헤기를 몸에 두르고 있던 로프를 이용해 포박한 남자는 그대로 헤기를 들쳐 매고 일어났다. 소리를 떽떽 지르는 헤기의 입에 시끄럽다며 헤기가 가져온 가방 안에 들어있던 손수건을 쑤셔 넣고 그대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자신을 가이드라고 단정 지은 남자는 숲을 거침없이 달리고 나무사이사이를 뛰어 다녔다. 마치 원래 센티넬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헤기를 놀릴 정도로.

남자의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려 얼굴이 사정없이 남자의 등에 처박히는 헤기는 죽을 맛이었다. 입이 손수건으로 틀어 막혀 침이 줄줄 나오고 말이 달리는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남자 때문에 머리가 울렸다. 허벅지에서 손목까지 포박된 로프가 몸에 쓸려 아파 눈물이 났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헤기의 상태를 몰랐고 남자가 달리기를 멈출 즈음엔 헤기는 거의 기절 직전이었다.

그나마 헤기가 기절하기 전에 도착했는지 헤기는 정신없는 와중에 그가 반란군 기지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 소리가 들리고 희미하게 불빛이 보였기 때문이다.

 

 

반란군 기지는 절벽 사이사이 교묘하게 가려진 곳이었다. 멀리서 보면 그저 절벽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 많은 건물들이 숨어 있었다. 입구라고도 할 것이 없이 산 정상에서 절벽으로 뛰어 내려 다가올 수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센티넬이니 무식하다면 무식한 방식이지만 또 이만한 좋은 방법도 없었다.

남자가 기지로 들어오자 그를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인사를 하며 다가오다 남자가 이고 있는 헤기를 보고 물었다.

 

허크, 등에 그건 뭐야?”

 

새로운 식량.”

 

호오?“

 

건들지 마라, 리시타. 죽여 버린다.“

 

허크라 불린 남자는 헤기가 힘껏 몸부림을 쳐도 별 무리 없이 성큼성큼 걸어 제일 안쪽에 위치한 건물로 들어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다른 무리들이 허크가 가지고 온 짐 덩이 헤기를 궁금해 했고 허크는 그럴 때마다 자기꺼 라고 화를 냈다.

 

 

침대에 던지듯 헤기를 눕힌 허크는 땀에 젖은 상의와 하의를 대충 던져 벗었다. 연신 꼬물거리며 일어나려는 헤기에게 다가가 어깨를 누르고 포박했던 로프를 맨손으로 찢어 풀었다.

잔뜩 긴장 되있던 몸이 자유로워지자 헤기는 벌떡 일어나려 했으나 힘이 들어가지 않아 픽 하고 쓰러졌다. 그런 헤기의 양손을 잡아 올리고 위에 올라 탄 허크가 말했다.

 

지금 와서 말하는 건데, 너도 알겠지만 여기 들어온 이상 못 나가.”

 

자신의 말을 들은 헤기가 놀라 두 눈이 동그래지자 허크는 그 모양새가 좀 귀엽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가이드라는 걸 모른다면 일반인 중에 아직 각성을 안 한 상태에 가이드 이니 땡잡은 것이고 어짜피 왕국군 가이드라고 쳐도 별 힘도 없는 거 한명 뺏었다고 그들이 찾으려 들진 않을 것이다. 희귀한 센티넬보단 많은게 가이드니까. 이정도 외모의 가이드는 드물겠지만.

허크는 자신이 별 생각을 다 한다며 헤기의 입에 넣어둔 손수건을 빼주었다. 이미 침 범벅이 된 손수건을 침대 밑으로 던져버린 후 방심하고 있던 헤기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혀를 넣어 입을 벌리고 닫지 못하게 살살 입천장을 긁으며 도망치는 헤기의 혀를 자신의 혀로 눌렀다. 키스가 서툰지 숨을 내쉬지 못해 내뱉는 헤기의 가냘픈 신음소리가 입새로 흘러 나왔다.

 

..................흣 흡

 

쉼 없이 키스를 하며 어느새 커다란 손으로 헤기의 상의를 걷어 올린 허크는 드러난 뽀얀 피부에 잠시 감탄했다. 이거 완전 도련님이군.

허크의 거친 손바닥이 헤기의 부드러운 가슴을 쓸고 지나가며 유두를 건드리자 헤기가 허리를 튕기며 움찔거렸다. 그 반응에 자극이 된 허크가 한쪽 유두를 손가락으로 뱅글 뱅글 돌렸다가 꾹 하고 눌러 잡아 비틀자 허크와 겹쳐진 입새로 덜컥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작은 자극에도 지나치게 반응하는 헤기를 허크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가이드면서 이런거에 익숙하지 않다니 설마.

 

...... 처음이냐?”

 

...이거 놔요!!”

 

설마설마 했더니 이거 완전 어디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도련님을 데려온 듯해 허크는 잠시 멈칫했다. 시발 귀족 가문 중에 가이드집안이 있었나? 서쪽지방에 하나 중앙에 하나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집안은 전부 금발머리가 특징이었단 말이지. 허크는 땀에 젖은 헤기의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물었다.

 

너 이름이 뭐야.”

 

그리고 한 쪽은 이름이 뭔 림스키무스같이 길었단 말이야. 야 꼬맹아 귀족 건드리면 골치 아파지니까 빨리 대답해.

 

빨리.”

 

“......헤기.....”

 

허크가 귀를 잘근잘근 씹으며 대답을 재촉하자 헤기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그러자 잘했다고 칭찬 해주듯이 허크는 혀로 헤기의 귀를 핥아 주었다. 그리고 귓가에 헤기....헤기...라고 속삭여 주며 귓불을 입안에 넣어 빨았다가 혀로 살짝 건드리고 그대로 턱을 타고 내려와 목을 잘근잘근 씹었다. 송곳니를 박아 돌려 깊게 새겨 자국이 남게 씹었더니 헤기가 비명을 질렀다.

 

아앗..!”

 

헤기는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파서 허크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힘을 주었으나 거대한 허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물며 그는 지금도 온몸이 쩌릿쩌릿하게 아파올 정도로 강한 센티넬이 아닌가. 자신이 무슨 수로 이 자를 벗어날 수 있을지 헤기는 암담해져 눈앞이 붉어왔다.

 

허크가 어느새 헤기의 바지를 벗겨 헤기의 중심을 잡아 올리자 헤기는 눈물이 났다. 허크가 쉬이 착하지...하며 헤기를 달랬으나 헤기는 서럽고 느끼는 자신이 한심해 그냥 눈물을 뚝뚝 흘렸다. 허크의 큰 손이 헤기의 중심을 쓸어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하자 헤기는 정신이 없어졌다.

 

귀족은 항상 자신의 이름에 긍지를 가지고 살아 가야한다고 그랬지. 가문의 이름에 개인이 해를 입히면 안 된다고. 언제나 마음가짐 몸가짐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그러니 함부로 가문의 이름을 밝혀선 안 된다고. 하지만.

 

.. ... 이름은...하아앗........헤기....”

 

그래...헤기...”

 

응읏............”

 

 

“!!!!”

 

남자의 행동이 멈출 수 있다면 그런 거 지금 따질 때는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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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존재 가치가 사라진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작은 간단했다. 케르 가문의 고지식한 늙은이들이 오랜 염원을 실현에 옮긴 것이다.

센티넬과 센티넬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를 만들어 다른 가문 그 누구보다 강한 센티넬을 탄생 해 내겠다는 그들의 소망은 시작과 동시에 좌절 되는 듯 했다.

센티넬들 끼리는 어떤 짓을 해도 아기가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문에서 제일 뛰어나다는 센티넬 몇 명에게서 유전자를 쥐어짜다시피 뽑아내 겨우 수정을 시켜도 유산되기 수백 번.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에 모두가 포기할 쯤 기적이 일어나는 듯 했다.

헤기가 태어 난 것이다.

 

 

아주 잠시 동안 가문은 곡식창고까지 열어 영지 전체에 축제를 벌일 만큼 기쁨에 들 떠 있었다. 드디어 바라던 힘을 얻고 더 나아가 케르 가문이 왕국을 다스리게 될 것이라는 깊은 속마음을 쟁취 하는 듯했으나 이 모든 것은 그들이 헤기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던 찰나의 기쁨이었다.

 

가문에서 가장 신체능력이 뛰어나다는 아버지와 마법능력이 뛰어난 어머니를 지닌 헤기는,

그 누구보다 강해야 하는 헤기는,

그 누구보다 약했다.

그것이 헤기가 태어난 존재가치를 잃은 이유이다.

 

 

가문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이 맹신했던 알고리즘이 통째로 부정당했기 때문이다.

센티넬끼리의 아이가 무조껀 강해야 한다는 법이 있었던가? 애초에 왜 센티넬들 끼리의 아이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우리가 잘못 생각했단 말인가? 이 케르 가문이!

그들은 탁자에 앉아 서로를 보며 음성을 높혔다. 그들은 자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그 모든 분노와 질타와 책임을 사악한 어른들은 헤기에게 돌렸다.

잘못 태어난 거다. 저 아이가 잘못이다. 제대로 된 아이였다면 지금쯤 왕족에 버금가는 케르가문의 새로운 혈통이 생겨났을 것이다. 저 아이는 애초에 반 푼이 병신인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합리화를 하며 또 다시 강력한 센티넬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재개했고 헤기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 했다.

 

 

 

왕국 센티넬 사관학교 제 2사단 장교 아이단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의자에 앉아있는 그 의 앞에 경직 된 자세로 서 있는 헤기 때문이었다. 그는 올해 18살로 그 유명하신 케르 가문에서 태어난 센티넬 이었다. 왕국에서 날고 긴다는 센티넬을 수 없이 배출해낸 명문가에서 연구 끝에 18년 전, 센티넬과 센티넬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아이의 탄생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단은 그 아이가 두려웠었다. 강하면 강할수록 통제가 힘들어 지고 폭주조차 어마어마한 센티넬을 지니게 될 케르 가문이 어떻게 나올지 뻔했으니까.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배신하고 헤기는 가이드조차 필요 없을 만큼 약한 센티넬 이었다. 그는 힘이 너무 약해 보통 또래들이 15살 전 후로 겪는 폭주조차 단 한 번도 겪지 못했다.

보통 사람보다 아주 약간 힘이 쎄고 치유마법을 좀 다룰 수 있다는 것 말곤 성벽을 맨몸으로 기어오르고 언덕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다른 센티넬과 비교 했을 때 그는 한없이 약했다.

 

지금 헤기가 자신의 집무실에 있는 이유는 빌어먹을 그 케르 가문 노친네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또다시 아이를 만드는 연구를 계속 했으나 불행인지 행운인지 18년이 지난 지금 유일한 성공사례는 헤기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헤기를 내 칠 수 없었고 방향을 바꿔 헤기에게 잠재되어있는 그 어떠한 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가문의 힘으로 학생들의 능력으로 분배되는 사관학교 임무 중 최 상위 급 임무만 헤기에게 내려주며 수행하라 지시하는 것이다. 당연히 헤기는 임무를 번번이 실패하며 항상 거의 죽을 정도의 부상을 입으며 돌아오곤 했다.

오늘도 헤기에게 임무를 알려줘야 하는 아이단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 일은......

 

언제까지 서 있어야 합니까? 빨리 임무나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단 장교님.”

 

저를 평소보다 한참이나 세운 탓인지 헤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 아 미안하군. 이번일은 주위사항이 많아 잠깐 생각을 하고 있었네.”

 

헤기는 아이단의 말에 짐짓 주춤 했지만 곧바로 자세를 바로 잡아 섰다. 아이단은 임무가 적힌 몇 장의 종이와 함께 몇 가지 주위 사항을 알려주었다.

 

그 지역은 오염지역이라 일반 사람은 다가가지 않은 곳이지. 하지만 반란군이 주둔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자칫 잘못하면 반란군 손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조심히 다녀오게.”

 

헤기가 경례를 하며 문을 닫고 사라지자 아이단은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그 자를 만나진 않겠지......”

 

 

 

 

 

......”

 

오염된 지역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일반 사람과 신체적으로 별 차이가 없는 헤기에게 조금 독한 것이었다. 자기 딴엔 집안서고까지 뒤져서 만만의 준비를 하고 왔는데 이리 독할 줄 알았다면 마스크나 몇 개 더 집어올걸 그랬다.

보기엔 하얀 꽃이 즐비하게 늘어선 아름다운 공간인데 발이 땅에 닿자마자 꽃들이 새까맣게 변하며 독을 뿜어 낸다. 헤기는 미리 준비해둔 포션을 마시고 실드마법을 이용해 최대한 꽃을 밟지 않으며 산을 올랐다.

 

임무는 산 중턱에 자리한 절벽에서 자라는 꽃을 구해 오는 것이다. 이런 오염 된 땅에서도 제대로 된 생물이 자라나는 건지 그 꽃은 언 뜻 보면 이 꽃들처럼 새하얗지만 밟아도 변하지 않고 아름답게 빛난다고 한다. 그래서 쉽게 찾을 수 없어 한 송이 가격이 거의 성 한 채 값이었다. 그런 비싼 꽃을 어디에 쓰냐 하니 귀한 약재로 쓴다고 하는데 자세한건 헤기도 잘 몰랐다.

 

“.............. 왔나..?”

 

포션을 마시며 왔어도 계속되는 실드마법에 체력을 많이 소진한 헤기는 무릎이 후들거리는 것을 느끼며 숨을 돌렸다.

임무가 있는 전 날조차 가문은 헤기를 편하게 쉬게 해주지 않는다. 헤기는 케르 가문의 유일한 실험체이자 작품으로 그들은 헤기의 피를 뽑고 살을 떼어가며 아주 고통스러운 약을 주입하기도 했다. 어제 피를 뽑힌 왼 팔의 피멍이 욱신거렸다.

 

어디보자 절벽을 오르려면 가져온 장비를 꺼내야.....”

 

[!!!!!]

 

“!!”

 

가방을 열어 절벽을 오를 장비를 꺼내던 와중 멀리서 들린 광음이 숲속을 울려 퍼졌다. 사람과 동물이 일체 살지 않으니 저런 소리가 들릴 리 만무했다. 긴장한 헤기의 머릿 속에서 갑자기 스쳐 지나간 아이단 장교의 말이 떠올랐다.

 

반란군 기지....”

 

산 정상은 오염되지 않아 사람과 동물이 살 수 있었고 그 곳에 반란군들이 기지를 세웠다. 오염 된 지역을 지나야만 도달 할 수 있는 지형 덕에 왕국도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헤기는 빨리 꽃을 찾아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몸에 밧줄을 묶고 갈고리를 힘껏 던져 절벽 중간쯤에 고정 시켰다. 몇 번 제자리에서 콩콩 뜀박질을 해본 헤기는 절벽을 타기 시작했다.

 

 

절벽에도 드문드문 꽃들이 나있었는데 찾는 꽃을 알아낼 별 다른 방법이 없으니 헤기는 장갑을 끼고 꽃들을 하나하나 건드려 보기 시작했다.

이건 아냐. 이것도 아냐. , . 이건 왜 이렇게 냄새가 나?

헤기가 절벽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꽃 들을 만지던 중 또다시 광음이 조금 전보다 더 크게 들렸다.

 

[콰광!!!!!!]

 

바로 앞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 같은 지진과 굉음에 절벽에 갈고리 하나로 매달려 있던 헤기는 휘청 했다. 절벽의 돌무더기 들이 땅이 울림과 동시에 부스스 떨어져 내리며 헤기의 얼굴을 스쳤다. 헤기는 짐짓 위험할 수 도 있을 것 같아 밑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절벽에서 몸을 떼 도약을 한 때였다.

 

[쿠과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음과 함께 헤기가 매달려 있던 절벽이 무너진 것은.

 

 

 

 

 

 

온몸이 죄어오는 압박감에 눈을 감고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있던 헤기는 살며시 눈을 떴다. 예상대로라면 미처 무너지는 바위들을 피하지 못한 자신은 깔려 오징어포가 되어 죽었거나 치명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느껴지는 이 촉감은 거대한 무언가가 자신을 감싸 안고 있는 것이었다. 눈을 떠도 주위가 캄캄해 헤기는 자신이 죽었나 생각했지만 곧 자신을 감싸 안은 존재가 둘러 쌓여있던 바위들을 밀어내 햇빛이 들어오자 사태를 파악 할 수 있었다.

헤기의 서 너 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남자가 헤기를 안고 무너지는 절벽 밑에서 버틴 것이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깔려 죽었을 그 바위들을 맨몸으로 막아 낸 그의 가슴에 헤기가 얼굴을 박고 있었다. 남자는 한손으로 헤기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바위들을 치웠다. 남자는 곧 헤기를 평평한 곳에 내려놓고 물었다.

 

꼬맹아, 괜찮냐?”

 

헤기는 남자의 물음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 거렸다. 남자는 헤기가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보고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눈에서 붉은 빛이 돌았다. 눈 색도 붉은 빛이었지만 정말 안광이 붉게 나며 나선을 그었다. 몸에서 열이 나는지 소매를 걷은 남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씩씩대며 말했다.

 

시발!!!!!!!!!!!! 거의 다 잡았는데...!!”

 

남자는 분한지 절벽 위를 쳐다보며 화를 냈다. 헤기가 의아해 하며 절벽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새하얀 염소가 한 마리 서 있었다. 남자가 그 염소를 보고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가자 염소는 순식간에 산 위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남자는 염소가 사라진 방향으로 욕을 한참 하더니 그래도 화가 안 풀리는지 애꿎은 바위를 등에 매고 있는 대검으로 박살내기 시작했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바베큐로 만들어준다.”

헤기는 가만히 앉아서 남자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자는 헤기에게서 등을 돌려 등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센티넬 이라는 걸 뿜어져 나오는 힘만으로 알 수 있었다. 남자의 폭발 할 것 같은 감정에 일렁이듯 힘도 같이 쏟아져 나와 피부가 다 따끔 거렸다.

 

아 시발 배고파. 짜증난다.”

남자는 곧 눈에서 폭발적인 불빛이 나옴과 동시에 대검을 잡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깨닫고 헤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헤기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잠시 빌린다.”

 

무슨 뜻이냐며 헤기가 물을 새도 없이 남자는 헤기의 턱을 붙잡고 입을 맞추었다. 당황한 헤기가 고개를 틀며 벗어나려하자 남자는 한손으로 헤기의 허리를 쓸어 끌어 당겨 자신의 무릎위에 앉혔다. 입을 열지 않으려 저항하는 헤기의 양 볼을 눌러 억지로 벌린 뒤 자신의 입술로 열리게 만들었다. 헤기의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과는 다르게 남자의 입술은 거칠고 메말랐다. 별다른 자극이 없던 입안을 남자가 훑고 지나 갈 때마다 헤기는 움찔 거리며 신음을 토해냈다.

 

...............

 

헤기가 숨을 내쉬려고 하면 그것조차 먹어버리려는 듯이 다시 입술을 눌러버리는 남자 때문에 헤기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손으로 아무리 남자를 밀어 내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몸 때문에 오히려 점점 더 안기는 꼴이 되었다.

 

“...........제발...긋 그.........”

 

잠깐 남자가 입술을 뗄 때마다 헤기는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 뒤로도 한참을 입을 맞춘 남자는 결국 헤기가 눈물을 흘리자 키스를 멈추었다.

 

야야, 왜 그래...”

 

남자는 당황한 듯 헤기의 눈에서 맺혔다가 떨어지는 눈물을 헤기의 머리만한 손으로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

 

당신이야 말로 왜 이러는 거 에요?”

 

헤기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묻자 남자는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표정을 구겼다. 헤기가 우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과 똑같아 헤기는 남자가 더 미워지기 시작했다.

 

뭐 라는 거야? 넌 네가 뭔지도 모르냐?”

 

모르다니 무슨 소리인거지. 헤기가 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남자의 품 안에서 벗어나려 하자 남자는 헤기의 행동을 저지하며 끝 까지 자신의 무릎위에 앉혀 놓으며 말했다.

 

 

가이드 꼬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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