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크는 헤기가 항상 목걸이를 떨어뜨리지 않는다는것을 알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책보다도 소중하게 대하고 잠시도 빼고 있지 않는 날이 없었다.
너는 그걸 유품 이라고 했던가. 말하는 헤기의 모습에  괜히 죽은 사람에게 꼴불견 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질투에 허크는 불연듯 헤기에게 팔찌를 선물했다. 이걸 왜 자기에게 주냐는 헤기의 물음에 말을 돌린건 일부러 였다. 

마법상점에서 마법서를 무려 열권이나 산 헤기는 채 세권도 다 들지못했고 나머지 권은 허크가 노끈으로 묶어서 달랑달랑 들고 오게 되었다. 오는 내내 무겁지 않아요? 한권 더 들수 있어요. 주세요. 하며 귀찮게 구는 바람에 허크가  
"널 통째로 들고 뛰어도 거뜬하니까 가만히 있어." 라고 일축했다. 

그날 저녘,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간 헤기가 울상으로 팔을 내밀며 다가왔다. 침대에 기대고 반쯤 누워있던 허크가 물었다.

"뭔데."
"팔찌가 안 빠져요...."  

팔찌가 안 풀린다며 입술이 댓발 나온 헤기를 보며 어디봐 하면서 풀어주려는 허크의 손에도 팔찌는 풀리지 않았다. 이거 왜이래?  

"보석박힌거라 빼고 씻으려고 했는데 이음새가 없어요."
"이상하네, 마법상점이라더니 뭐 저주걸린거 팔아먹은거 아니야? 순 사기꾼 새끼아냐 이거."

팔찌는 헤기의 손목에 자리 잡은듯 딱 맞아 빼낼수가 없었다. 헤기 말 그대로 이음새가 없는 통짜 팔찌가 된 모습을 보고 허크가 헤기 팔을 이리저리 잡고 움직이며 강제로 빼려고 했지만 헤기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더이상 시도하지 못했다. 허크가 어쩔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당장 상점에 갈순 없으니 다음 쉬는날 같이가보자. 그때까진 그냥 끼고 있어."
"네...."

어쩔수 없으니 다시 씻으러 간 헤기를 보고 허크는 묘하게 그냥 이대로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곧 콜헨에도 겨울이 온다. 이곳 평원은 콜헨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대륙 날씨가 으레 그렇듯 코잔등이 시뻘개질 정도로 찬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추위에 냉골바닥에 누워 바라보는 하늘은 참 탁하고 어둡다.
 허크는 숨을 몰아쉬었다. 거친 숨소리가  머리통을 울려대 미간을 찡그렸으나 눈앞이 흐려 보이지 않았다.
옆구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후두부도 살짝 스쳐 맞았는지 머리가 어질어질해 눈을 느리게 끔뻑끔뻑 떴다 감았다. 옆구리에 감싸안은 '허크!' 하는 헤기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어렴풋이 듣고 허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전투중에 그렇게 한눈 팔지 말라고 했는데 뒤에서 마족이 덤벼드는것도 못보고.
새벽에 긴급한출정 명령에 서리를 밟으며 온 로흘란은 이상할 정도로 감염된 마족들이 많았다. 평소보다도 긴 대치시간에 지쳤는지 집중력이 떨어진 헤기가 갑자기 튀어나온 마족의 도끼에 옆구리를 찔렸다.
순간 주위에서 싸우던 허크가 손을 뻗어 헤기를 낚아챘다. 몸을 돌려 헤기를 감싼 허크에게 두번째 공격이 들어오는 찰나 허크가 깊은 신음을 내뱉으며 헤기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곧바로 나머지 한손으로 대검을 들어 마족의 명치에 찔러넣은 허크가 이빨을 바득 갈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허크에게 안긴채 쓰러진 헤기가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들은 용병들이 서둘러 다가와 본것은 옆구리에 피가 뿜어져 나오는 도중에도 헤기를 감싸안은 팔을 풀지않은 허크였다.


"이 팔찌는 특별한 마법이 걸려 있는데 예를 들면 시전자 즉 손님께서 원하는 사람에게 팔찌를 채워주면 팔찌를 찬 사람이 받는 데미지를 모두 손님이 받게 됩니다."


사기꾼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허크는 정신을 잃었다.








 왜 화가 나냐고 했다. 스스로 이유를 모른다고도 했다. 하지만 허크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남들 앞에서 하지 않는 소리를 허크 앞에서 하고 화도 내고 하는 모습에 괜히 우쭐해 지지 않았던가. 나만이 오로지 너를 아는 거라고 자만도 하지 않았나.
잘 웃지 않던 아이를 웃기려고 자신이 얼마나 실없는 소리를 반통이나 흘려 보냈을까. 시간 흐르고 나서야 네가 얼마나 잘 웃는 아이였는지 알게 되었을때 허크는 자신이 헤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평생 사랑이라고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남자가 자신보다 한참어린 남자아이를 좋아한다. 열혈한 구애도 낮간지러운 고백도 없었다. 헤기가 자신에게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왜그러냐고 물어도 할말이 없었다. 좋아하니까. 그 말을 들은 헤기는 치료를 할 필요 없다고 말하던 그때처럼 도망가버릴까 허크는 그 하나만이 이 세상 모든 것 보다 두려웠다. 깨닫고 나자 허크는 전으로 돌아갈수도 앞으로 나아 갈수도 없었다. 

 허크는 헤기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준비를 해놓는 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에게 미련없이 떠날사람. 과거의 허크도 그런 인물이었을지 모른다. 어떡하면 헤기가 단 한번이라도 뒤를 돌아보며 허크를 생각하고 길을 가는걸 멈추어 줄지.


그래서 허크는 비겁하게도 헤기에게 죄책감을 심어 주었다.





"허크..... 제발 눈 떠봐요....."

새벽에 급하게 준비하느라 장비를 덜챙겼다는 헤기의 말에 자신의 보호구를 하라고 그나마 작은 곳을 떼어 등판에 대어준 허크였다.
치유술이 있는 자신에게 언제나 약과 붕대를 감아주던 허크였다.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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