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크헤기 선을 넘은 우리들~허크 인내심의 한계선~


허크는 자기가 요즘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나 있는지 몰랐다. 화가 나는데 왜 화가 나는지 모른다니 웃기는 일이지.
대부분의 시간을 용병단 임무로 파견 나가며 지냈다. 헤기도 허크 곁에 있으며 주위에서 탐색을 도와주거나 다친사람들을 치유하고 다녔다. 그래, 헤기는 그렇게 허크 눈에 항상 보였다.
처음에 헤기가 용병을 한다고 왔을때 허크는 반대를 하였다.
"열일곱살? 장난할꺼면 가라."
"장난 아니에요."
주먹을 꽉쥐고 제 덩치보다 네다섯배는 많아 보이는 허크에게 대들고 있었다. 그때 당시 갑자기 마족들이 날뛴다며 용병이 더 필요하기도 했고 결국 케이라가 와서 등록을 해주었을때 허크는 그 아이가 몇일 지나 제풀에 지쳐서 그만둘줄 알았다.
그리고 그 아이가 용병이 된지 일년이 지났다.
그래 절대 허크는 헤기가 일년 후에도 용병을 계속하고 있을 줄 몰랐다. 용병이 된다는 주제에 전투를 해도 불안불안해서 허크가 항상 쳐다보고 있지 않으면 어디 하나 꼭 다쳐서 오는 것이었다.
"치유술 있다고 자랑하냐? 이러다 까마귀 밥 되야 정신 차리지."
"......죄송해요."
고개를 푹 숙이고 다친 상처를 움켜쥐니 피가 나왔다. 허크는 '쯧'하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찢어 헤기의 상처에 둘러 주었다. 팔뚝에 묶여지는 천에 헤기가 고개를 들자 이번에는 허크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말했다.
"다음부턴 내 옆에 붙어 있어. 혼자 떨어져서 죽은거 치우느니 옆에서 뒈지기전에 내가 구해주는게 편해."
"........"
"대답안하냐?"
"......네."
마지못해 대답하듯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인 헤기가 "치료 감사합니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초에 치유술이 있어 혼자서 어느정도 치료가 가능한 아이에게 자기가 무슨짓을 했는지 허크는 그때 바로 깨닫지 못했다.
사실 전투에서 거슬린다는건 허크의 기준이었고 헤기는 대부분 전투에서 그럭저럭 도움이 되는 편이었다. 다만 마족을 처음 보는지 대하는 방식을 잘 몰랐고 크고작은 상처를 달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마다 허크는 품에서 물약이나 손수건을 꺼내서 치료를 해주었고 헤기도 별말없이 가만히 앉아서 치료를 받았다. 헤기는 매번 자신에게 할 필요가 없음에도 치료를 해주는 허크에게 토를 달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날,
"저 치유술 있으니까 이렇게 안해주셔도 되요." "...그래?"
하고 말한이유로 허크가 자신을 부축만 해줄뿐 더이상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는것을 알았을때 헤기는 후회를 하였다.

처음에 허크는 방이 부족하단 이유로 방금 전까지 으르렁대던 헤기와 같은방을 쓰게 되었단걸 알았다. 짐이랄것도 없는 작은 가방을 들고 쭈뼛쭈뼛거리며 방으로 들어오는 헤기에게 허크가 먼저 손을 내밀어 인사를 건넨건 단순한 변덕이었다.
"허크라고 불러."
"안녕하세요. 헤기.....에요."
"침대는 저거 쓰고 밑에 내려가면 식사할 수 있어. 욕실은 문옆에 바로 있으니까 들어가서 씻고."
"......감사합니다."
"아까전엔 그렇게 용병이 되고싶다고 난리치더니 지금은 왜 힘이 하나도 없냐?"
"....그래 보여요?"
"그래. 좀 웃어."
웃으라는 허크의 실없는 소리에 헤기가 피식- 하고 한숨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허크는 웃으니까 좀 귀엽네.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말을 걸면 헤기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대했다. 다들 "헤기는 어린데 세상 다 산것처럼 군단말이야." 하고 흘러가듯 말했다. 허크는 그소리가 그냥 맘에 안들어서 "가는데 순서 없다는데 오늘 니들 세상 다 살게 해줄까?" 하고 모여서 이야기 하던 놈들중 하나의 목을 팔로 감싸 힘을 주는 시늉을 하였다.
어린애 같지 않다니 허크는 침대에 누워서 책상에서 책을 읽는 헤기의 뒷통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솜털맹이 같이 생겨서 동글동글 한게 영락없이 어린 티가 나는데... 이해할수 없는 생각이 들어 허크가 무심코 중얼 거리는 소리를 헤기가 듣고 "저 불렀어요?" 하고 물었다.
아니라고 대답 하려다가 책 읽던것도 멈추고 자길 쳐다보는 헤기의 시선이 퍽 맘에들어 허크가 씨익 웃어 보였다. "왜요." 헤기가 다시묻자 허크가 "내일 로체스트 가볼래?" 하고 방금까지 생각에도 없었던 소리를 나불거렸다.
"로체스트?"
"여기서 쭉 올라가면 나오는 성이야. 내일 시장이 열린다니까. 너 여기온지 얼마 안되서 필요한것도 많을거 아니냐?"
자기가 생각해도 좀 그럴싸한 핑계를 댄것같아 허크는 뿌듯하였다. 곰곰히 생각하던 헤기가 "좋아요." 했을때 허크는 잠을 살짝 설칠뻔 하였다.
다음날 허크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좋아하던 아침 운동도 하는둥마는둥 대충 하고 부리나케 방에 달려와서 헤기를 깨웠다. 항상 아침운동을 다녀와 아침 먹으라고 깨울 때 까지 자는 헤기였으니까. 눈을 비비며 헤기가 느릿느릿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걸 다 지켜본 허크는 다 준비된 헤기가 "가요." 하자마자 문을 열고 나갔다. 빠르게 마차로 걸어가는 허크의 걸음에 헤기가 뒤에서 "같이가요....."하기 전까지 허크는 자기가 들떠있었는지 몰랐다. 쉬는 날 어딜 가거나 한적이 없어서? 아니 저 뒤에서 자기 걸음에 맞춰 걷겠다고 달려오다 싶이하는 작은 아이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장은 처음 가봐요."
마차로 가는 길에 헤기도 조금 뺨을 붉히고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기 서점엔 마법서가 많겠죠? 콜헨에는 브린씨가 가지고 있는 마법서밖에 없더라구요." 마법에 대해 허크는 아는 바도 하나도 없었으나"그렇겠지"하고 대답해주었다.
허크와 헤기처럼 오랜만에 열린 장에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파는 사람. 콜헨에서 가져온 딸기주를 파는사람. 대장간에서 무기를 파는 사람. 직접 만든 옷감을 파는 사람 등등 시장의 좁은 길을 허크가 밀고 들어가면 헤기가 그 뒤를 종종 쫒아 필요한 물건을 샀다. 마지막으로 들린 마법상점에서 헤기가 마법서를 보는데 정신이 팔리자 허크는 가게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시간을 때웠다. 그러다 눈길이 간곳은 작은 악세사리들을 판매하는 진열대였다. 아마도 마법사들이 쓰는 악세사리겠지. 허크가 유심히 고개를 박고 쳐다보자 직원이 나와서 설명을 해주었다.
"이 팔찌는 마법구에요. 착용자가 위험할때 마법을 시전자에게 받아...."
"그거 줘요."
허크는 다른걸 고를 생각 없이 자기와 같은 눈빛이 도는 루비팔찌를 덥썩 샀다. 때 마침 마법서를 다 고르고 한아름 들고오는 헤기에게 내밀며 말했다.
"자."
"뭐에요?"
"끼고 있으면 도움된다나 머라나."
"왜 그걸 저한테....."
"맨날 처 다치고 오는 주제에 토 달지 말고 끼고다녀."
허크가 채워주리? 하고 헤기의 손목에 팔찌를 채웠다. 순간 반짝 하고 이음새 부분이 빛났으나 마법이 담긴 악세사리는 다 이런가 보다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헤기도 이런건 처음 보는지 이리저리 손을 들어 팔찌를 쳐다보았다.

허크는 헤기가 항상 목걸이를 떨어뜨리지 않는다는것을 알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보다도 소중하게 대하고 잠시도 빼고 있지 않는 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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