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크헤기- 바다







허크는 의외로 바다와 친한 사람이었다.
콜헨와 모르반, 혹은 다른 곳으로 향하는 뱃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말을 트는 이였다. 얼핏 들은 바로는 그는 동쪽대륙에서 긴 시간 배를 타고 건너건너 대륙의 끝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긴 시간동안 망망대해를 향해하며 자연스레 몸에서 짠내가 날 정도가 된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밑에 보이지 않는 깊고 새까만바다도 풍랑이 거세게 치는 폭풍우 속 바다도 고요하게 잠든 에매랄드 빛 바다도 모두 허크와 한 몸 인양 굴었다.
마치 바다를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허크도 딱히 숨기거나 할 필요가 없었기때문에 출항을 할때 앞장서거나 뱃일을 거들곤 하였다.
그렇다고 해도 해박한 항해술은 고작해야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건너는 용병단배에 쓸일은 없었다. 그 누구처럼 으스대거나 자랑 하는 일 없이 묵묵하게 모두 내린 배안에서 돛을 내리던 허크에게 별안간 파도가 몰아 닥쳤다.


"좋아해요 허크"


뭐 두고 간게 있는 모양인지 모두 마을로 돌아간 배에 혼자남아 밧줄을 동여매던 허크가 고개를 들자 헤기가 갑판에 발을 들여 놓았다. 휙 고개를 다시 돌리며 "찾는거 있어?" 하고 묻는 허크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우물쭈물 거리다가 헤기가 내뱉은 말을 바로 알아 듣지 못했다.

허크에게 몰아닥친 파도는 가볍게 철썩이며 오금을 간지럽혔다.


"....아직 이거 덜 끝내서 "


자신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거절이나 승낙의 대답이 아닌 엉뚱한 허크의 대답을 들은 헤기가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해요 한마디를 남기고 쏜살같이 배에서 내려 선착장 저 멀리로 사라졌다.
헤기가 폴짝 뛰어내린 배는 아주 미세하게 출렁이며 그 위에선 허크도 흔들렸다.
밧줄을 단단히 동여매고 단도리를 끝낸 허크가 그제야 배에서 내려 상황을 판단했으나 도통 무식한 허크의 머리로는 이 상황이 이해불가였다. 여관으로 돌아오는 느린 발걸음속에서 헤기가 방금 전 조그만 입술을 열어 무어라 말했는지 생각해냈다.


좋아해요 허크

허크가 헤기에게 고백을 받았다.




좋아한다는게 같은 용병단원으로써 동료애로
"마 임마 니 자쓱 사람 참 좋네. 맘에든다! " 이런 뜻이 아니란건 허크의 단순한 무식한 머리로도 알 수 있었다.
왜? 무슨 뜻으로? 아니 어째서?
먹고 자고 싸우고밖에 모르는 허크의 머릿속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과부하가 걸린듯이 정지했다.

제 또래는 하나없는 삭막한 곳에서 땀냄새나고 격한 녀석들과 지내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고고한 헤기를 싫어하는 놈들도 많았지만 대다수가 헤기를 인정하고 아꼈다. 용병을 하기엔 능력이 과했다. 차라리 기사를 한다고 했다면 모두가 응원하며 떠나 보냈을 것이다.
허크또한 이제 막 어린티를 갓 벗은 헤기에게 인정받기어렵고 공을 세워도 출세하긴 힘든 용병을 추천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부득부득 헤기는 우기고 버티고 싸워서 용병으로 남았다. 마치 이것만이 옳은 길인것처럼 굴었기에 허크도 끝엔 그저 그렇구나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그런 헤기가 허크를 좋아한다.

허크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용병이었기때문에 남은것이다.
깊은 신념을 가진것도 아니요 정의감에 마족에게서 사람들을 구했던 것은 아니었고 늘 옳은 선택을 하고 영웅처럼 행동하지도 않았으나,

헤기가 그런 허크를 좋아한다.




투박하고 굳은살이 박힌 단단한 손바닥으로 마른세수를 연거푸 하였다. 어이없지만 헤기와 허크는 같은 여관 방을 쓰는 사이였다.
좁은 콜헨마을에 로체스트군과 트레져헌터들 까지 모이니 숙소가 모자라 같은방에 몰아 넣어진지 꽤 되었다. 이래서 용병단 전용 숙소를 만들자고 내가 그렇게 주장했는데..괜히 애꿎은 용병단의 쪼달리는 예산을 들먹이며 허크가 한숨을 쉬었다.
이제 막 돌아 온 참이고 씻고 싶었다. 당장에라도 문을 열고 더러운 갑옷을 벗은 뒤 맨몸으로 걸어가 샤워하고 싶은 마음이 꿀뚝 같았으나, 방으로 들어가면 헤기가 있을것이 분명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채 큰 덩치로 여관복도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
건넛방에 투숙중인 용병이 집채만한 허크가 앞에 있어서 문을 못 열겠으니 써억 들어가라는 꾸중에서야 객실문을 열었다.

다행히 헤기가 없었다.


찬물로 씻으니 과부하 됐던 머리가 차게 식은 느낌이 들었다. 내친김에 팔을 걷어 부친 허크가 더러워진 갑옷도 박박 씻었다. 속옷까지 전부 빨고 나온 허크가 창문으로 밖을 내다 보았다.
어둑어둑 해진지 오래인데 아직도 헤기가 방으로 돌아 오지 않았다. 분명 허크보다 먼저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나?

그리고 아침이 될 때까지 헤기는 방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돌아오면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고민해 봤으나 딱히 마땅한 대답을 생각해내지 못한 허크가 열리지 않는 문을 노려보며 밤을 샐동안 어디 있다가 나타난건지 멀쩡한 모습으로 헤기가 여관 1층에서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괘씸한 생각에 접시를 들고 헤기가 있는 테이블로 걸어가 앉는 동시에 헤기가 잘먹었습니다 하고 허크를 쳐다보지도 않고 일어나 서둘러 사라졌다.

아침식사 뿐만 아니었다. 대장간에서 새로 주문한 갑옷 피스를 찾으러 갔을때 마주친 헤기 뒤통수는 또다시 말을 걸기도 전에 사라졌고 잡화점 에서도 마굿간에서도 머리카락 끝이 보일라 치면 사라지는 헤기모습은....누가 봐도 자신을 피하고 있었다.

이 상황이 허크는 난처하고 또 어색했다. 어제 그일이 있기 전까지는 헤기는 허크의 그림자라고 불릴 정도로 허크가 가는곳에는 언제나 헤기가 있을 정도로 붙어 다녔다. 별 다르게 잘해준 것도 아닌데 헤기는 허크를 따랐고 그게 내심 귀찮지는 않아서 냅두고 있었다.


"오늘은 헤기가 이상하게 없네?"

눈치가 빠른 한놈이 물었다

"싸웠냐?"

차라리 싸웠으면 사과라도 하지 허크가 속으로 혀를 찼다.

"애랑 싸우다니 허크 그렇게 안봤는데... 빨리가서 과자라도 사다 바쳐."


정말로 과자를 사다주면 헤기가 다시 돌아올가.
터무니 없으나 또 들어보면 솔깃한 제안에 허크가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헤기는 평소에 단음식을 좋아했다. 간혹 가다가 제돈으로 사온 과자를 허크에게 먹으라 건네주기도 하였다. 실로 아이같은 입맛이나 허크도 그 입맛에 길들여 졌는지 그전에는 즐기지 않던 과자가 가끔 생각나 스스로도 몇번 사다 헤기와 나눠먹지 않았나 하는 기억들이 이제야 생각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날도 헤기는 방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종이 봉투 속 과자는 눅진하게 녹아 달라붙었다









*



썩어가는 나무조각들을 모아 모닥불을 겨우 피워낸 허크가 배낭에 천조각을 모두 헤기에게 덮어주었다 절벽바로 밑 해안은 조금만 앞으로 나가도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다. 거대한 바위가 만들어낸 아치밑에서 허크는 물고기를 잡겠다고 설치다가 바다에 빠진 헤기를 위해 불을 피우고 강제로 옷을 벗겨서 말리는 중이었다.


"죄송해요."
"어짜피 해야했던 일이야."


네가 바다에 빠지지 않았어도 노숙해야하는 상황에 피웠을 불이라고 대답했다.
낡은 모포를 좀더 맨몸으로 끌어당긴 헤기가 언제 잡아왔는지 튼실한 물고기를 나뭇가지에 꾀어 굽고 있는 허크를 보며 입을 열었다.


"허크는 몇살이에요?"


나이를 셈하지 않는 허크가 대충 스물몇해가 지났을거라고 답했다.
헤기의 동공에 붉은 불빛이 아롱거렸다.


"저도 허크 나이가 되면 허크처럼 강해질까요?"
"나 처럼?"

허크가 되물었다.

"네, 허크처럼."


옷을 벗길때 보인 헤기의 하얀피부와 가느다란 팔다리(허크기준)로는 어림없지 않을까. 태생적인 한계를 고민했으나 쉬이 입에서 부정의 말이 나오지 않은건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욕심인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욕망인지.
다만 헤기가 자신을 투영하여 미래를 생각하는것을 멈춰야 했다.
수 차례 우연인지 헤기를 임무중 구해주는 일이 계속 생기자 헤기가 자신을 심하게 따른다는걸 눈치챘다. 언젠가 헤기가 영웅에 대해 말한 기억이 났다.


"헤기, 나는 영웅이 아니야."


소금뿌린 물고기 구이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던 헤기가 고개를 들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라는 헤기의 표정에 조급해져 서둘러 말을 이었다.


"네가 생각 하는 것 만큼 정의롭지도 못하고 누굴 위해 희생 할 만큼 착한 놈도 아니야. 태어날때부터 가진게 몸뚱아리 밖에 없어서 용병을 하는거지 대단한거 없어."


필사적으로 허크는 자신을 비하했다. 나처럼 되고 싶다고? 미친소리. 허크는 환영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아도 과거를 잊지 않았다. 살인귀는 살인귀답게 굴었어야지 다 잊은것처럼 사람행세를 해? 무슨 염치로?

헤기가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톡 하고 떨어짐과 동시에 말했다.


"영웅도 사람이에요."


후두부를 한대 얻어맞은듯이 얼얼하다. 당연한 것을 잊어버렸던 사람처럼 그리고 헤기가 나즈막히 일깨워준 것도 전부.
그들도 사랑하는 사람이있고 아끼는 동료가 있고 때로는 화나고 질투하고 아파하고 비방하고 배신하고 이기적이고 절망하는 사람이었다.



허크는 과거를 일일히 기록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 일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지못한다. 꽤 오랜 시간 허크는 헤기와 단둘이 임무에 나간적이 많기 때문에 사막에서 길을 잃었을 때인지, 안개 빛 봉우리 해변에서였는지, 얼음계곡에서 얼어 죽을뻔 했던 기억인지 모르겠단 말이다. 그 만큼 이미 허크는 헤기와 지낸 시간이 많았고 허크의 인생동안 이렇게 길게 함께한 사람은 이제 대륙을 건널때 같이 지낸 바닷놈들보다 헤기가 먼저였다.

그말은 허크에게 바다보다 이제 헤기가 더 익숙하다는 소리였다

바다는 가끔 예측 불가능 해도 배를 띄워 드나들 수 있는 존재였다. 물 속은 차갑고 어둠으로 가득했지만 허크에겐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헤기는 바다처럼 헤엄칠수도 없고 기상을 예측 할 수도 없는 존재다. 허크는 헤기가 두려웠다.

허크는 가끔 거세게 파도치는 폭풍에 몸이 젖은거라 생각했으나 착각이었다.
이미 심해 속에 빠져 영원히 바닥을 알지 못하는 추락 중이었다.




*





더 이상 참지 못한 허크가 마을에 수소문을 하기 시작했다.
헤기 못 봤어?
헤기 본 사람?
헤기 어디 있는지 알어?

허크가 헤기를 찾자 다들 허크보고 헤기한테 잘해라. 어린애한테 무슨 심한 말을 했길래 화가 났냐. 허크가 잘못했네. 전부 저가 잘못 했다고 난리였다. 내가 잘못했나? 그런가 보다. 그래서 헤기가 화나 났다. 그렇게 생각했다.


"혼자 얼음 계곡 정찰 나갔어."


지나가듯 말해준 용병단의 말에 서둘러 갑옷을 챙겨 작은배를 출항 시켰다. 인근 해안으로 낚시를 할때 쓰는 배인데 버려두었던 낚은 고물배를 고쳐 놓은게 허크였다.



미로같은 얼음 동굴 깊은 곳은 코볼트 들이 진을 치고 있기에 혼자서 깊은곳까지 들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용병단이 표시해둔 마지노선 까지 들어가도 헤기는 보이지 않았다 길이 어긋난 것일까 미로같이 복잡해도 결국 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언젠간 만난다.
동굴이라 소리가 울려 큰소리로 헤기를 부를 수도 없다. 안쪽에서 부터 코볼트들이 달려나오기라도 하면 귀찮아 질테니.
아주 낮은 한숨을 살짝 내쉬던 허크의 귓가에 얕은 흐느낌이 들렸다. 동굴 얼음이 내뿜는 냉기로 차가워진 갑옷 이음새가 내는 삐걱대는 소리조차 죽인채 허크는 아주 천천히 다가갔다.


헤기는 정말 작았다.
자이언트와 맞먹는 허크의 덩치로 봤을 때 작다는게 아니고 누가 봐도 작았다. 나이가 어려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래도 작았다.
천과 가죽을 겹겹이 이어만든 전투복을 입고 큰 망토를 두른 헤기가 눈가가 새빨개 져서 콧물을 훌쩍 훌쩍 눈물을 또륵 또르륵 손바닥은 차가운 얼음에 쓸려 손가락 끝부터 살짝 보이는 손목 까지 새빨갛다.
소리를 죽인다고 죽였으나 그만한 덩치가 움직이는 소리를 헤기 앞에서 까지 아예 안 낼수는 없었다.
헤기는 울다가 허크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앉아 있던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혹여나 미끄러운 얼음 바닥에서 넘어질까 한 걸음에 허크가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자 빳빳하게 곱은 차디찬 작은 손이 눈에 들어 왔다.


"놔주세요...."


헤기가 울음 섞인 애원을 내뱉었다.
허크가 고개를 저었다.


"얼어 죽고 싶어?"


아주 약하게 동상에 걸린 두손을 꼬옥 잡고 허크가 자신의 외투 안으로 헤기를 잡아 당겨 넣었다. 헤기의 얼굴에 허크의 가슴이 닿았다. 허크가 자신을 앞에서 꽉 껴안은 자세가 되자 헤기가 격하게 반항 했지만 허리를 붙잡고 그대로 들어올려 품에 안고 얼음 계곡을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헤기가 잡힌 몸을 움직여 주먹을 쥐어 허크의 가슴을 치려 했으나 굳은 손가락이 접히지 않아 손바닥으로 허크의 가슴을 꽝꽝 내려쳤다. 이내 두손이 허크의 한손에 결박 당했다.
얼음 계곡을 나오는 동안 차갑게 얼어 붙은 몸이 점점 풀렸다.


호숫가에 묶어놓은 배에 헤기를 안은채 올라탔다. 이대로 마을까지 가긴 시간이 부족하다.
이미 땅거미가 묽은 안개 퍼지듯 져있다. 한밤중에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이 작은 배로 가로 지르는 일은 날씨가 좋아도 삼가야 한다.
허크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며 가만히 앉아 있었고 헤기를 꽉 안던 힘이 잠시 느슨 해졌다. 헤기가 감았던 눈을 뜨고 새파랬던 입술에 혈기가 돌아 새빨갛게 변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중에 그 입술이 열렸다.


"그때 왜 나한테 키스했어요?"


헤기가 내는 심장고동 소리를 느끼던 허크가 순간 헤기를 놓쳐 바닥에 떨어 트릴 뻔 했다. 뭐? 내가?


역시나. 한껏 상처받아 다시 울것같은 얼굴의 헤기를 품에 안고 내려보고 있으니 허크 자신이 무슨 추행범이라도 된듯 극심한 죄책감이 일었다.
그럼 헤기가 고백한것도 기억도 안나는 자기가 먼저 키스해서 그런거라고?

그때가 도대체 언제....


뇌에 거친 톱니바퀴가 기름칠을 먹지 못해 삐그덕거리며 돌았다 금방이라도 이음새가 풀려 우르르 무너질것 처럼 굴었다. 머릿속은 이미 포워르와 한바탕 전쟁을 치뤄 황폐해진 것과 다르게 쿵쿵 대며 점점 소리가 커지는 심장은 달랐다.
팔라라가 지고 벌써 푸른 이웨카가 뜬 하늘은 헤기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멍청하게도 헤기의 말을 듣고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한번 미끄러진 닻은 허크 스스로 끌어 올릴 수 없었다. 머리는 행선지를 정해서 출항해야하는데 이미 마음은 정박해버린듯 하다.



붉은 라데카가 허크의 등 뒤로 떠올랐다. 붉고 깊은 눈동자에 헤기가 담겼다. 두개의 달 아래에서 그대로 허크가 고개를 내려 입술을 맞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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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헤기한테 고백받고 대답 안해줘서 헤기 울리는 고답이 고자 허크가 보고 싶었는데 잘 됐나 모르겠네요.

키스는 글의 시점에서 일주일 쯤 전에 허크가 술처먹고 헤기한테 뽀뽀했습니다 술깨고 허크는 기억안남ㅎ


어떤 대사를 꼭 쓰고싶다 해서 쓴건데 쓰고나니 앞뒤가 막막해서 약 삼개월쯤 휴대폰 메모장에 잠들어 있던 글이었네요 . 더 써야 할거같은데 더 쓰면 안될거같은 그런 기분 저 뒤로는 배 위에서 섹스 했겠지 허크헤기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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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 비밀번호  (0) 2016.12.31



 허크는 좀비로 세상이 망할 때 하릴없이 누워있었다.
 감옥은 티비도 없고 바깥세상 소식이야 감독관 뒷주머니에 담배나 끼워주는 놈들이나 알았으니  몸이 근질근질하면 체력단련실에서 아령이나 들었다 놨다 할것이고 자유시간에 나가서 족구나 한판 뛰는게 다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교도소는 세상과 단절된 요새였고 안에서 밥을 축내는 놈들도 기껏해야 담배나 약이나 처했지 감염이라는 소위 좀비바이러스를 외출해서 걸려 올정도로 성실한 모범수도 없었다.
 그래서 허크는 바깥이 혼란으로 인해 감옥의 벽이 무너져 내릴때 까지 살아남았다.

 김 빠진 콜라처럼  독기 빠진채 얌전히 형을 살던 허크는 벽이 무너진 순간 감옥은 더 이상 안전 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을 잔뜩 한것같은 놈들이 피를 흘리며 교도소 안으로 들어와 옆방 돼지새끼의 목을 물었을때 비로소 대가리가 돌아간 범죄자들은 앞다투어 밖으로 도망갔다. 어짜피 세상은 멸망했고 그들이 도망쳤다한들 잡을 경찰도 군도 없었으니까.

 사회적 질서와 법규가 무의미해진 세상에서 풀려난 범죄자들은 좀비들과 한데 어우려져 같이 청소 당하던가 좀비에게 죽던가 총과 무기를 약탈해서 그들의 카르텔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허크에게 무의미했다.





 "해야 할일이 있으니까."


 세상 다 산 표정으로 겨우 허크 반절밖에 안오는 꼬맹이가 말했다.
 허크가 아무리 망한 세상에 관심이 없어도 들리는 말이 많으니 알수밖에 없었다. 이 망한 세상에서도 낙원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추악하게 변하기 전에도 썩었던 세상은 그 낙원조차 돈이 있어야 했고 허크 같은 놈들은 세상이 망해도 밑바닥 이었으므로 별로 변한게 없었다. 우습게도.


 "그 빌어먹을 썩은 시궁창도 들어가고 싶어하는 놈들이 널렸는데. 역시 어디 도련님이라도 되나봐. 생각하는 근본 자체가 다르네."

 "이해해달라고 말한거 아니에요."


 어딘지모르게 화가 난 허크가 비꼬자 헤기가 도리어 입술을 잘끈 씹으며 대답했다.


 "다만.....여기서라면 좀비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라고...."



 없앨 수 있다?
 세상을 멸망하게 만든 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쯤은 허크도 익히 들어 알았다. 길거리를 전전하던 몇 달간 살아남은 놈들에게서 허크가 감옥에 있을동안 벌어진 바깥세상에 대해 귀가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뒈졌지만 살아남은 나 자신'을 자랑하는 일 밖에 안남은 녀석들이 길거리에 널렸으니까.

 세상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어찌 해낼 수 있다 희망을 가지는거지? 허크는 헤기가 흥미로웠고 또 화가났다. 그럼 저 벙커로 꼬리 자르고 도망한 졸렬한 놈들은 없앨 수 있는 바이러스 가지고 벌벌 떨었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없앨 수 있었다면 세상이 이렇게 망하진 않았을 텐데. 무슨 근거로 자신하는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일까 싶어서.



 우연히 헤기를 구해주고 보답으로(?) 잠시 지낼곳을 얻은 허크는 자기를 귀찮게 굴것이란 헤기의 예상과는 다르게 가만히 쇼파에 누워 천장에 있는 무늬를 세었다.

칼날무늬 한 개.. 칼날 무늬 두 개... 칼날 무늬 세 개....칼날 무늬 네 개.....칼날 무늬 다섯 개......

 아, 시발 지루해.
 감옥에서도 할게 없었지만 밖에 나오니 더 할게 없었다. 이 집주인 헤기는 뭔가 말을 걸면 자꾸 울것처럼 굴어서 살면서 지금까지 허크가 해온 일중에서 제일 재밌었다. 또 뭐라고 울컥거리려나 싶어 지하실로 내려가는 뒷통수를 힐끔보았다.
'뒤에서 말걸면 기겁을 하고 울겠지.'
거대한 몸집에 안어울리게 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간 허크는 불도 다 키지 않은 지하실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보았다.


 지하실을 가득매운 커다란 책상위에는 허크는 이름도 모르는 과학도구들이 즐비해있었다.
 벽면에는 이상한 기계들이 가득세워져 있었다. 어둡고 정리가 잘 되지 않은것만 빼면 무슨 실험실.연구실 처럼 되어있는 모양새에 허크가 의문을 품을 찰나 책상의자에 앉아 무언가 하던 헤기의 팔뚝이 언뜻 보였다.
 붉고 금방이라도 생긴것처럼 피가 뭍어나오는 상처가 있었다. 허크는 저 상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새 깨닫고 눈을 깜빡였다.
어두워 잘못 본것이라 믿고 싶었으나 헤기 팔의 상처는 분명.... 


좀비에게 물린 상처였다.






 한 두번 해본 것도 아니건만 언제나 채혈을 할때 손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에일이 직접 손을 마주잡고 가르쳐줬지만 헤기는 아직도 자신의 혈관을 스스로 찌르는 것이 두려웠다. 이번 혈청은 부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영양가 좋은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피를 많이 뽑을 수도 없었다. 이런 외딴 곳에서 혼자 쓰러져봐야 도와 줄 사람도 당장 없으니 언제나 대비를 해줘야한다.
 잠시 어지러운 빈혈기가 돌아 헤기가 왼팔을 들어 이마를 짖눌렀다.

 왜 벙커에 안들어갔냐고 물어 봤지.... 좀비가 나타나고 이런 몸이 된 후로 집 밖으로 나간적이 손가락에 꼽으니 에일과 군인들 말고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그 결과 헤기에게 저런 질문을 한 사람은 허크가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다.
 헤기도 사실 들어가고 싶었다.
좀비사태가 급속도로 퍼지기 전 생명공학 연구원인 에일이 벙커 입주 1순위로 제일 먼저 불려들어갈 때 헤기도 데리고 가겠다고 했고 헤기도 에일과 같이 들어갈 수 있는 자격심사를 받기 바로 직전,

....좀비에 물리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간신히 도망친 헤기가 피를 철철 흘리며 집으로 뛰어 들어왔을 때 에일의 표정이란 헤기가 과거 알고 있던 에일의 모든 표정보다 처참했다. 헤기도 울컥 눈물이 났다. 학교 사물함에 두고 온  걸 가져 오겠다고 에일몰래 나갔다가 화를 당했으니 입이 열개라도 모자르고 무릎이 닳도록 싹싹 빌어도 모자랐다. 헤기는 여기서 좀비가 되어 죽는다 치지만 그럼 남은 에일은 어떻하면 좋단 말인가. 제발 신이시어. 부탁 하나만 할게요. 제가 에일 앞에서 좀비가 되진 않게 해주세요.

 사람마다 잠복기는 다르지만 좀비 바이러스는 3일이내로 발병된다. 스스로를 다치게 할만큼 이성을 잃고 오로지 본능만이 남아 좀비가 된 스스로를 생각했다.
 상상속에서 좀비가 된 헤기가 에일을 물었다. 헤기는 좀비가 되어도 계속 울었다. 미안해. 미안해. 


 '벙커에 형 혼자 들어가.'

 '널 두고 갈순없어.'

 '이 팔로는 어짜피 들어갈수 없어.'

 '헤기.'


"물리자마자 좀비가 되는 사람도 있다던데 난 좀 튼튼한가봐. 내 걱정말고 들어가서 얼른 치료약 만들어 주면 되잖아?"


하지만 에일은 데리러 오는 군을 무르고 일주일을 버티며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헤기는 일주일이 지나도 좀비가 되지 않았다.




 좀비의 혈액,체액이 체내로 침투하면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좀비로 완전히 변하게 되면 이성을 잃고 오로지 공격적인 성향만 남아 움직이는 사물을 공격 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변종광견병 바이러스일것이라 생각했다. 좀비들이 주로 공격할때 물어 뜯는것도 광견병 바이러스가 신경조직을 통해 대뇌의 변연계를 감염시켜 생기는 현상으로 이를 토대로 좀비의 혈액을 체취하여 전 세계 연구원들이 백신을 만들었으나 실패하였다.

 그들은 다치면 낫지않는다. 생명체가 가져야 할 재생력이 기이 할 정도로 사라져 버리게 된다. 좀비가 문 상처는 낫지 않고 좀비가 되어도 물린상처는 남는다.
 헤기는 좀비에게 물렸으나 어째서 인지 감염되지 않았다. 에일은 이것이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믿었다.

 '헤기 잘들어. 네 말대로 벙커에 널 데려갈 순없어. 하지만 넌 좀비가 되지 않았고 이걸 정부가 안다면 곧바로 실험용 쥐 신세가 될거야. 그래서 널....여기 두고 갈거야. 다만... 세상을, 아니 널 구할 수 있게 도와줘.'

 에일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군에게 연행되다싶이 벙커로 사라졌다.

 헤기는 에일이 알려준 대로 보름마다 구호물품을 전해주러 오는 군인을 통해 자신의 혈청을 보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호 물품이 뜸해져도, 에일과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수단이 줄어들어도... 좀비바이러스가 자신을 감염시키는 것같아 악몽도 꾸고 많이 울었지만 헤기는 아직 인간이었다.




"헤기."


 어지러움이 가시자 뒤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 지낸지 오래되어 문 단속을 할 생각을 못했더니 허크가 지하실까지 찾아온 모양이었다. 헤기는 재빨리 팔꿈치까지 걷어놨던 긴소매를 내리고 피를 뽑던 주사위를 안보이게 밀어넣었다.


 "팔 상처."

 "......."

 "......."


 역시 집으로 데려온것 부터가 큰 실수였다. 알고있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다른 사람 입에서 들려오는 헤기의 이름 두글자가 떨리게 느껴왔다.


".....변명하진 않겠어요. 좀비에게 물린거 맞아요..."


 헤기는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쎄게 주먹을 쥐고 말했다. 이제 허크가 집밖으로 뛰쳐나가는 일만 남았다. 지금 당장 눈앞에서 자신의 목을 물어 뜯 을수도 있는 좀비와 한공간에 있고싶은 사람은 없을때니까.
 허크 입장에서 헤기가 자신을 속였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해한다. 그래서 허크가 낮은 음성으로 물었을 때 당장 허크가 자신을 칠지도 모른단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던 헤기는 예상외의 소리에 눈을 떴다.


"그래? 그것 참.....아팠겠네."

"......"

"좀비에게 다친 상처는 안낫는다며. 그럼 아플거아냐?"
 
".......다친게 아니고 물린거에요."

"그거나, 이거나."

"당장 좀비로 변해서 허크를 다치게 할지도 모르는데...."

"지금은 아니잖아?"


 그리고 네가 좀비로 변해봤자 하나도 안 무서운데. 허크는 그 약한 팔다리로 누굴 잡아먹겠냐며 웃었다.
 벙찐 헤기가 말을 잇지 못하자 허크가 다치치않은 다른 팔을 잡아 이끌었다. 그나저나...


"배고픈데 점심은 언제먹냐."





 자신의 가장 큰 비밀을 허크가 알게 되어도 변한것이 없었다. 허크는 때때로 의미없는 말을 늘어놓았고 헤기는 허크가 옆에 있는걸 더이상 불편해 하지 않았다.

 벙커와 연락이 끊긴지 한달이 지났다.
에일은 잘 지내는걸까. 내 피로 백신은 잘 만들고있을까. 이미 수백번 제 몸속에 흐르는 항체는 변종 바이러스를 버틸 순 있어도 이길 수 없다는걸 몸소 느끼고 있지만 단 0.1퍼의 가능성도 믿고 싶었다.
 마트에서 구해온 식량도 덩치 큰 허크와 나눠 먹으니 평소보다 빨리 없어지고 있었다.

 불안하다. 이대로 에일은 벙커 안에서 나를 잊고 나는 여기서 서서히 감염되어 죽어가는것일가.
 헤기 자신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가지고 있는 항체가 좀비의 상처도 낫게하는 것이었다면. 팔의 상처가 나아서 벙커안에서 에일과 함께 백신을 만들고 있었을텐데.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헤기도 이런 지옥은 싫었다. 낙원에 가고 싶은 열망은 헤기도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었다.
 고이고 고인 불안과 공포의 댐은 헤기가 잠길 만큼 차올랐고 허크가 한 말은 둑을 허무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러고보니 너 같은 놈을 본적이 있어."

"네?"

"로드루반에서 여기로 건너오는동안 만난 놈인데 좀비에게 물린지 한달이 지났는데 멀쩡하다며 옆구리를 보여주는 미친놈이었지. 난 어디 개에 물려가지고 허풍이나 떠는 건줄알았는데... 좀비에게 물려 변하는걸 본 바로는 그 상처는 좀비가 분명했단말이지."


헤기는 제게 왜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세상에 너같은 놈이 또 있었다 안심을 시켜주려는건 아닐거고 설마...


"그놈을 너도 만나보면 뭐가 나오지 않을까."


헤기가 기겁을 하였다.


"나갔다간 죽어요!"

"마트도 잘만 다녀왔잖아."

"운이 좋았던거죠! 그리고 그땐 정말 먹을게 하나도 없이 며칠을 굶어서 그랬던거고...."


마트는 바로 집 근처라 갈 다짐을 먹을 수 있었던것이다. 로드루반은 건너에 있는 도시가 아닌가. 여기서 차를 타도 하루밤이 걸린다.
헤기는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후에 구호물품이 올때 에일에 이 사실을 전달하면 된다. 헤기는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모르는 바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깊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연락만 기다리며 굶주리다 죽느니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가져보는게 낫지않겠냐는 허크의 말은 헤기에게 답지않은 생각과 행동을 할 이유가 되었다.
 


"해야할일이 있다는 둥, 혼자 오만 폼 잡고 진지하게 말할 땐 언제고......"

"......갈게요."

"......"

"아니, 어딘지 알려주세요. 다녀올게요."




대번에 허크의 험한 말이 날아왔다.
정신나갔냐. 혼자갔다간 헤기 말대로 죽는다고 허크는 승을 냈다. 마트에서도 죽을 뻔한 주제에 어딜 혼자 가려 하냐며 같이가자고 했다. 헤기는 '허크가 저때문에 위험에 빠질 필요는 없잖아요.' 라고 했지만 허크는 '네가 바이러스를 없앨 방법이 있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자신도 가서 세상을 구할 방법을 찾고 떼돈을 벌겠단다. 


 허크가 함께 가는 사실이 확정되자 헤기는 곧바로 지하실 금고에서 총을 꺼냈다. 마트에서 가져갔던 콜드권총과 에일이 호신용으로 쓰라고 남겨둔 글록 두자루.
 탄창은 적어보였다. 헤기는 금고에 보이는것 모두 짐에 쓸어담았다.
상처는 더이상 덧나지않지만 약과 거즈를 주기적으로 갈아주는게 좋다는 에일에 말에 따랐다. 혹시모르니 구조신호탄과 물, 담요, 혈청용 앰플과 키트, 주사기, 라이터, 그리고 또....

 헤기는 이런류의 짐을 챙겨본적이 없어서 또 무엇을 배낭에 넣어야 할지 곰곰히 생각했다. 
 허크는 이렇게 한 발자국 나가기 조차 막막한 곳에서 어떻게 버티고 지내온걸가. 자신은 아직 어린게 맞았다. 도움을 받지 못하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니까. 그래도 헤기는 더이상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 생각한 만큼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좀비는 일단 한번 타격을 주면 회복 할 수 없기때문에 도망치는것이 쉽다. 움직이거나 큰 소리, 빛에 반응하지만 햇빛 밑에선 행동이 현저히 느려진다.
어짜피 그들도 변하기 전에는 인간이었던 존재들이므로 사람의 몸과 같다. 급소도 같다. 무섭지않다. 무섭지않아야 한다.




"차를 구해야해."


 허크의 말에 헤기도 동의했다. 로드루반까지 차를 타고 하루밤이 걸리는데 그거리를 걸어서 가는건 불가능했다. 허크도 차를 타고 왔다고 한다.
 헤기의 집은 바이러스 발병당시 군 부지가 근처에 있어 대대적으로 통제가 빨리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고 벙커로 일정주민이 들어갈수 있을만큼 부유했던 구역이기 때문에 좀비가 별로 없었다. 아마 살아남은 주민들도 대다수 헤기처럼 집안에 개인 벙커를 만들고 생활하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하크 말에 따르면 로드루반은 달랐다. 


"썩은냄새가 진동하고 시궁쥐 조차 좀비가 되어 사람을 씹어먹는 무시무시한 곳이지."


 헤기가 흠칫 어깨를 떨자 허크가 걱정 말라는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마. 아직 그놈이 거기에 머물러 있다면 로드루반은 들어가지 않아도 되니까."


 차를 구하는건 쉬웠다. 헤기네 집 지하 주차장에 떡 하니 있는 레인지로버를 타고 가면 되니까.
다만 정작 가기전 준비해야 되는건 차가아니라 차에 실을 기름이었다.
하루를 꼬박 달려야하고 또다시 집으로 달려와야하는데 이틀을 달릴 기름은 주차장에 충분하지 않았다.


"근처 주차된 차에서 기름을 빼와야 하나. 아직까지 남아있다면 말이지"


 사거리에 정유소가 하나 있지만 기름이 남아있을지 미지수였다. 일단 집근처에서 충분히 기름을 구하고 가는길에 들리는걸로 결론이 났다.
 헤기는 기름을 구해 온다는 허크를 따라나서려고 했지만 혼자서 움직이는게 더 빠르다며 펌프와 기름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 셔터를 올리기 전 헤기가 쓰던 권총을 허크 왼쪽 점퍼주머니에 넣어주었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한시간이 지나고 허크가 들고간 기름통가득 휘발유를 구해왔다. 그러고도 모자라 어디서 가져왔는지 새로운 기름통에도 담아온 기름이 한가득이었다.


"허크.....능력 좋네요.."

"그걸 이제 알았냐?"


 허크가 세삼스럽다는듯이 코웃음을 치며 알았으면 나한테 잘해. 라며 트렁크에 기름통을 실었다.


 세상이 변하고 문명이 멈춘 인간들의 밤낮은 자연으로 회귀하였다. 해가 지는 시간이면 사방이 어두워지고 불빛이 사라진다. 그 어느곳도 환한 불빛을 내지 못했다. 밤이 곧 낮처럼 화려하게 빛나던 세상은 이제 없었다.

 허크와 헤기는 내일 아침 해가뜨자마자 출발할 수 있게 준비를 마쳤고 각자 방에서 이른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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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루반은 시즌2 엠마의 남편과 아들이 있다는 도시이며 이달의 트레져헌터길드가 있는곳입니다만 여기선 그냥 지명만 따왔습니다.

드디어 둘을 집밖으로 내보냈으니 이제 헤기가 좀비에게 공격을 당하고 허크가 구해주고 폴인럽 하는일만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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